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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Jun 18. 2024

고생 많았어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회사를 옮기거나 그만두곤 한다. 퇴사를 결심했다는 메신저에,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생각했다.


'더 좋은 일만 가득하기 바라며 고생 많았다'는 뻔한 말만이 최선이었다. 더는, 그 어떤 것도 내가 장담할 수 없으니까.


막연한 계획들 속, 애써 밝으려 하는 목소리도 느껴졌다. 더 좋은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려놓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한참을 떨리는 목소리를 듣다,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했겠구나'라는 말이 입안을 맴돌았다. 선택했다는 건 다른 한쪽은 내려놓는 거니까.




암벽 등반을 하다 보면 벽에서 정말 떨어지기 싫은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거기서 내려오지 않으면 분명히 부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심한 경우 부러지거나 파열될 수도 있다.


이미 한계 지점까지 힘을 쓴 상태에서 내딛다가는 가장 불안한 상태로 떨어지게 된다. 그들은 그러지 않으려 미리 내려오거나 다른 길을 택한 건 아닐까.


회사든 학교든 특정 집단에서 만난 사람들은 결국 인연이 옅어지게 된다. 서글프지만 지금 옆에서 웃고 있는 사람도 내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생판 남이었으니까.


잠시나마 곁에 있던 이들조차 떠나는 건 가슴 아프다. 더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랄 수밖에. 이어지지 못한 그들 모두 잘 지내고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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