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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론 May 28. 2024

슬럼프, 회상, 불안함

입사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슬럼프로 자주 우울해 했었다. 업무도 손에 익어 자연스레 루틴만 따라가면 8시간이 훌쩍 갔다. 지루한 평화가 찾아왔다.




책을 읽다, 선배를 보면 당신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온통 현실에 안주한 사람들만 가득했다. '대로 현실에 안주하며 살다 생이 다하는 눈을 감으면 끝나는 걸까.' 생각했다.


지금은 그때의 기억들이 흐릿하다. 당시 많은 부와 명예를 바랐지만 무엇 하나 끈기 있게 나아간 적이 없었다. 멘토님께서 종종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네 삶은 어땠을까?' 선뜻 '그래도 잘 살지 않았을까요'라는 건방을 떨 수 없었다.


공부도 운동도 음악도 그 어떤 분야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발전하여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과 돈만 축낸다. 취미로 즐긴 거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다만 성공에 가까워지려는 사람에게는 낭비에 불과하다.




글도 쓰다 말다를 반복했고 그림이나 음악도 기웃대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당연한 결과다. 성취와 결실이 반드시 있어야 쌓아가지, 산도 아닌 흙더미를 등산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뷔페에 온 것처럼 삶을 기웃대기만 했었다.


과거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면 그들도 노력했었지만 번번이 실패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들도 해봤기에 안주하는 삶을 찬미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도 싶고,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성공한 인플루언서들을 보면 일순간에 이루는 일은 잘 없다. 배우가 좋은 작품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작품은 어제 만들고 오늘 내놓은 것이 아니다. 첫 장면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다.




글을 썼을 때 좋은 플랫폼을 찾아보고, 그림이나 음악은 기록으로 남겨 관련 커뮤니티에서 인지도를 쌓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을 그때의 나는 모를 수밖에 없지만.


멘토님을 만나 계속 이어온 것은 자격증을 꾸준히 취득한 것이다. '나도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마음이 어두운 밤길에도 나아갈 수 있는 등불이 되어주었었다.


'해봐도 안될 때' 슬럼프가 오는 게 아닐까 싶다. 더는 바뀌지 않는 현실에 안주하고 쓰러지는 순간 또다시 등 뒤에 서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몹시 불안하다. 이제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삶의 원동력이 불안함이 된 것 같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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