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자주 보고 싶은 친구들 연락이지만, 지치고 힘들 때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해 피하곤 한다. 지금 당장은, 나 자신도 챙기지 못하기에 그 누구의 자랑도, 투정도 들어줄 수 없으니까.
그러다 점점 힘들어지는 순간과 우울과 고통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 같은 순간들에 과거의 나는 가까운 이들에게 기대곤 했다. 하지만, 결국 현실과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에는 오롯이 혼자 감내하기로 했다.
겨우 피어나는 묘목의 이파리들에 기대다, 뿌리가 뽑히고 가지가 부러지곤 했다. '아직 좀 일렀나.' 나의 마음만큼 그들의 마음이 크지 않음에는 잘못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 상처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는 법이니까.
약한 공황장애가 찾아오면 나가서 걷고, 우울함이 찾아오면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는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같이 뛰거나 운동을 하기도 한다. 숙련도가 쌓이니 고통은 짧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날들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
내게 기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365일 중 360일은 받아줄 수 있겠지. 하지만 나도 캄캄한 방 안에서 웅크리고 울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 법. 365일 중 5일 정도는 나 혼자 지내고 싶다.
그들의 무게를 견뎌주고 어깨를 토닥일 수 있는 360일이 좋다. 하지만 나 혼자서 나의 무게를 견뎌주고 나의 어깨를 끌어안을 수 있는 5일도 좋다. 매일 좋지만 꼭 행복하지만은 않은 날들이 매듭지어진 것이 나의 삶인 것 같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잠시 거리 두는 건 어떨까. 정작 중요한 나의 할 일들은 뒷전에 둔 채, 타인을 공감하는 것만큼 나 자신에 대한 기만은 없을 테니까. 나와 남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건 어렵다. 하지만, 어려워도 노력해야만 하는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