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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한 여름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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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Nov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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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창 밖에도, 나도. 투명한 우산 비닐 밖으로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비가 아닌 것이 얼굴을 흘러내렸다. 외로움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러다 혼자가 되면, 울적해지는 마음이 찾아온다. 의지하고 싶지는 않지만, 의지 할 수밖에 없는, 이 겉만 번지르르한 어린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다 함께 파티를 즐기며 떠들던 날과, 평화로운 저녁에 순댓국을 그릇 채 들고 마시는 오늘도 똑같이 소중한 하루다. 바뀐 건 나의 마음뿐.
대형 프로젝트를 마치고 감사패를 받아 팀원들 및 임원 분들과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화기애애하며 앞으로 자주 연락하자고 했지만, 사실 '언제 밥 한 끼 하자' 정도의 결속을 다짐했다.
돌아오는 길, 한 여름밤의 꿈처럼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함을 느꼈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가 영원토록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안다는 것만으로는 괜찮지 않았다.
내일도 똑같이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틈틈이 공부와 휴식을 갖겠지. 오늘은 정말 값진 하루였는데, 내일도 그럴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어떻겠는가. 어차피 살아갈 인생인 것을. 더욱이 삶의 가치와 성공은 남에게 달려있지 않기에, 오늘 내가 성공한 하루였다고 마침표를 찍으면 되지 않을까.
현실에서 승리하지 못하니 정신 승리로 무장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내 생각의 힘은 강하고 정신 승리도 현실에서의 승리만큼 중요하다.
빛나는 어느 날도, 평범한 오늘도 모두 성공한 하루였다. 상처도 받았지만 따스함과 친절함에 쓴웃음이라도 지어 보이는 날. 누가 뭐라 해도 오늘은 성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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