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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은 날

by 아론

마음이 복잡해질 때면, 산에 들어가 글만 쓰고 싶다. 글을 쓸 때 마음이 정리되는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펜과 종이가 되고 싶다.


글에는 삶이 담겨있다. 이리저리 휘청이며 겪는 슬픔과 괴로움을 녹여 틀에 붓고 굳혀 만든 소중한 글들. 나는 나의 글을 사랑한다.


평화롭고 적막한 삶에도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다만, 지금의 삶이 힘들다고 도망친 삶에 행복이 있을까. 그곳에서도 글을 쓸 수 있을까.




평화로운 장소에서 하염없이 쏟아내는 글이 가치 있다면, 구불구불 굽이치는 삶 속에서 적어내는 글 또한 가치 있겠지. 그렇기에 도망치기보단, 우직하게 걸어가기로 한다.


각자의 아픔 속에서 즙처럼 짜낸 글을, 흩날리는 봄날의 따스함과 볼살이 뜯겨나갈 듯한 겨울의 사이의 여름과 가을 같은 글을, 적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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