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하늘

by 아론

힘들었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조용히 평화가 찾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안이 나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가 언제였나 싶을 만큼
마음이 고요하다.




일상은 예전처럼 평온하게 흐르고,
자극 없는 날들이 되려 위로가 된다.


드라마처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한 나날이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토록 아팠던 순간들도 결국은 바람이었다는 걸.




그래도 많이 아팠기에
나는 조금은 자랐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분명 여기까지 온 것도 작은 증거다.


드넓은 바다에서
잠시 스친 파도를 만났을 뿐.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다시 모르는 파도, 낯선 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겠지.


그 여정을
두려움보다 설렘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혹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




그 선택은 언제나
그 순간의 내 몫이다.


결국, 중요한 건 준비다.
얼마나 성실히 다졌느냐에 따라


결과도, 과정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조심스럽게
나의 하루를 쌓아간다.


내일이면 시험이다.
정말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시험이 가까워지면
한 번쯤 불안이 찾아오고


그다음엔
오히려 놀랄 만큼 평화롭다.


그러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이해력이 또렷해진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싶지만
이젠 그런 여유조차 없다.




남은 시간에는
오직 집중만이 필요하다.


물론, 마음이 흔들린다.
다른 것들이 자꾸 손짓을 한다.


유튜브를 켜고,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는다.




심지어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도망은 없다.
잠시 돌아갔다가도 다시 돌아온다.

그 과정을 계속 돌고 도는 동안

어쩐지 원의 반지름이 점점 짧아지는 기분이다.

그러다 언젠가 한 점에 수렴하게 되면



그때야 비로소 이 시험을 ‘통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능장이나 기술사처럼 장인의 영역에 가까운 자격은

통달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아래 등급의 시험들은

완전한 통달까진 아니어도 이해와 숙지만으로도 괜찮다.


그걸 알고는 있어도 자만은 경계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이 평화가 근자감일지, 진짜 자신감일지는

결국, 시험장에 들어가 봐야 알 일이다.


그전까지는
묵묵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아니 그보다 조금 더.


그리고 결과가 어떻든
기회는 또 온다.




늘 생각한다.
끝까지 가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고.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지쳐 멈추거나, 지친 척 멈춘다.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나는 끝까지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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