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도파민은
너도 나도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시기입니다. 그도 요 근래.. 회사에서의 온갖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다 못해 쓰러질 정도였습니다. 겉으로는 명예퇴직이라고 하면서도... 정리해고나 다름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떠나는 사람은 떠나는 대로...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대로 마음고생이 심하기만 한데..,. 그도 예외는 아닌지라...
부서의 인원이 줄어들면서... 업무는 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업무에 치이다 퇴근하면... 온몸에 피곤함이 몰려들어와 손가락 하나 꼼짝하기가 싫어지기만 합니다.
그 때문인지... 좀처럼 짜증을 내지 않는 그였는데.. 요 근래... 그녀에게 자주 짜증을 부렸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사소한 것으로... 짜증을 내고 말았는데...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 했던 아내는.. 그에게 퇴근하고 오랜만에 외식을 하고 들어오자고 했었는데... 그는 시큰둥하게... 피곤해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 말에 아내의 표정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고개를 돌리는 아내의 눈에는 물기가 언뜻 보였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 하루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사실 아내라고 해서... 직장에서 편한 게 아닐 텐데... 다르게 말할 수도 있을 텐데...
그는 점심 이후 계속 휴대폰을 만지락거렸습니다.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서... 미안해라고 말해야 할는지... 한편으로는 왜 내가 그런 말을 해야 해? 나를 좀 이해해 주면 안 돼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아내가 보낸 톡이었습니다.
"창밖을 봐... UFO가 날아가고 있어... 당신 회사 근처야..."
이게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다가 그는 자기도 모르게 사무실의 창가로 다가가 하늘을 살펴봤습니다. 창밖의 하늘은... 더없이 푸른빛이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그때 다시 딩동 하면서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하늘이 정말 맑고 파란색이야.. 기분 좋은 하늘이야..."
그래.. 정말 푸른 하늘이네.... 그 하늘을 보는 순간 가라앉기만 했던 기분이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와 함께 문득 결혼하기 전 어느 날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그해 가을날.. 그는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창밖의 하늘을 봐주기를... 무지개가 떠 있어..."
잠시 후 아내로부터 답신이 왔습니다.
"뭐야? 바쁜데.... 이런 장난을 하다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는 바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무지개는 바로 당신."
한참 후에 답신이 왔습니다.
"이런 닭살멘트 사양. 하지만 저녁에 만날 의사 있음."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그때의 일을 아내가 기억한 걸까요?
그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었습니다. 그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아내에게 답신을 보냈습니다.
"푸른 하늘은 보았음. 기분 좋음. 저녁식사 대접 용의 있음"
그는 조금 일찍 회사를 나섰습니다. 오늘만큼은... 무거운 회사 업무를 떨쳐버리고..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생각입니다. 그리고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서... 아내에게 해줄 말을 그는 생각해 내었습니다.
"도파민 알지? 모른다고? 그럼 내가 설명해 줄게.. 그 호르몬은 사람의 기분을 굉장히 좋아지게 하거든...
사랑을 하면 할수록 이 도파민이 분비되어... 사랑의 감정에 충실해진다고 해... 쉽게 말해서 이게 사랑할 때 나오는 호르몬이거든.. 이 호르몬의 수명이 2년이라서... 그 기한이 되면... 무덤덤해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아닌가 봐... 왜냐하면... 내 몸속의 도파민은 수명을 다했을지는 모르지만... 당신이란 도파민은 여전히 내 앞에 있잖아... 당신이 바로 나의 도파민이야...."
이것도 닭살 멘트일까요? 혹시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그녀가 뒤로 쓰러지거나.. 분위기가 시베리아 벌판처럼 추워지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