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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횡단 철도 여행-사쿠라지마

분출하는 화산, 사쿠라지마를 가다

by 늘 담담하게


가고시마 관광버스의 마지막 여행지는 지금도 분화하고 있는 사쿠라지마桜島이다. 사쿠라지마는 가고시마 수족관 부근에 있는 부두에서 페리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단순하게 철도 여행뿐만 아니라, 여러 번 페리나 유람선을 타보기도 하게 되는데, 이 여행에서도 페리를 타고 바다 건너 사쿠라지마로 향했다. 산 넘고 물 넘는 여행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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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가고시마의 상징이라고 하는 이 사쿠라지마는 가고시마만에 위치해 있고 동서 약 12km, 남북 약 10km, 둘레 약 55km, 면적 약 77 km²이다. 예전에는 말 그대로 화산섬이었으나, 1914년의 분화에 의해 오스미반도와 연결되어 육지가 되었다. 시역 중심부에서 (직선거리 약 4km)에 위치하는 사쿠라지마 섬은 1980~90년대에 비하면 꽤 잠잠해졌지만, 2000년 이후에도 아직 활발한 화산활동을 계속하고 있어 시 중심부에도 자주 화산재가 내린다. 활화산을 포함하면서 이만큼의 인구 규모를 가지는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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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위성사진으로 이 사쿠라지마를 살펴보면 아래 사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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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낮은 고도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사쿠라지마 오른쪽으로 육지와 연결된 부분이 보일 것이다.

Sakurajima_1902_survey.jpg?type=w2 1902년 지도

1902년에 작성된 측량지도에는 사쿠라지마와 오스미 반도 사이에 바다(세토해협)가 보인다. 이때만 해도 사쿠라지마는 섬이었다.



Sakurajima_Map_J_svg.png?type=w2 사쿠라지마 지도

사쿠라지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온다케御岳는 남북으로 늘어선 기타다케北岳, 나카다케中岳, 미나미다케南岳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허리에 많은 측화산이 있다. 산자락이 바다까지 뻗어 있어 평지는 거의 없지만 북서부와 남서부 해안을 따라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이 있어 농지로 이용되고 있다.


사쿠라지마는 약 2만 6천 년 전에 가고시마 만에서 해저 화산으로 활동을 시작한 활화산에 의해 형성된, 지질학적으로는 비교적 새로운 화산이다. 유사 이래 분화의 기록도 많고,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중시되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화산섬이며,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2007년에 일본 지질 백선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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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시대 이전만 해도 2만 명 이상이 거주했으나, 1914년의 분화 이후 인구가 감소하여 2024년 기준 약 3,500명 정도가 이곳에 살고 있다. 사쿠라지마를 여행할 때 나는 관광버스를 이용했다. 관광버스는 사쿠라지마의 서쪽 경사면에 위치한 유노히라 전망소湯之平展望所까지 올라가 사쿠라지마를 보게 되는데 이 지점은 해발 373m 지점이다.


아일랜드 뷰.jpeg 사쿠라지마 아일래드 뷰 버스


*주-2025년 현재 사쿠라지마를 자동차로 여행하지 않을 경우, 사쿠라지마 아일랜드 뷰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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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히라 전망소에서 바라본 사쿠라지마의 주봉들, 현재 미나미다케(南岳)에 위치한 미나미다케 정상화구(南岳山頂火口)와 쇼와 화구에서 분화가 활발한다.

유노히라.jpeg 유노히라 전망대

유노히라 전망대 바라본 가고시마만, 저 바다에서 사쓰에이 전쟁이 벌어졌다. (사쓰에이 전쟁에 대해서

따로 다룰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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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히라4.jpeg 유노히라 전망대




DSCN6538.JPG?type=w2 아이라칼데라와 사쿠라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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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지마의 특산품이라고 하는 무와 귤)



*사쿠라지마, 지명의 유래


사쿠라지마는 고대에 가고시마로 불렸다는 설이 있으나 확증은 없다. 1334년경의 기록에서는 「무카이지마向嶋」라고 불리고 있으며, 「사쿠라지마」의 명칭이 기록에 나타나는 것은 1476년 이후이다. 그 후 한동안 '무카이지마'와 '사쿠라지마'의 명칭이 병존하다가 1698년 사츠마번의 통지에 의해 사쿠라지마의 명칭으로 통일되었다. 5대 쇼군·도쿠가와 츠나요시에게 사쿠라지마 귤을 진상할 때에, 에도에도 무카이지마라고 하는 지명이 있는 것을 고려해서, 「무카이지마」라고 하는 이름으로 맞선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사쿠라지마 귤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무카이지마」라는 명칭은,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이쪽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유래되었다.


그 외에 「사쿠라지마」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여러 설이 있다.



1. 섬 안에 코노하나노사쿠야히메(木花之佐久夜毘売 일본 신화에 나오는 여신)의 명을 모시는 5사 다이묘진(五社大明神)이 있으며 섬을 사야지마(咲耶島)라고 부르다가, 차츰 사쿠라지마가 되었다(『『삼국명승도회』).


2.10세기 중엽에 오스미 마모루(大住守)를 지낸 사쿠라지마 다다노부(佐島忠信)의 이름에서 유래한다(『藩藩名勝考』).


3. 섬의 화산분화로 인해 해면에 한 잎의 벚꽃이 떠서 사쿠라지마가 생겼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사쿠라지마의 분화


사쿠라지마의 역사는 분화의 역사라고도 할 만큼 지금까지 대규모 분화를 17 회나 반복해 왔다. 사쿠라지마의 활동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뉜다. 탄생으로부터 약 5천 년 전까지가 기타다케의 활동, 4천5백 년 전부터 현재까지가 미나미다케의 활동이다. 기타다케와 미나미다케라는 두 화산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사쿠라지마는 옆으로 길게 보인다.


그 역사 속에서 최대의 분화는 지금으로부터 약 만 3천 년 전에 일어난 대분화이다. 그 분화로 인해 가고시마 시내는 1m 이상, 가고시마 현내 거의 모든 지역은 10㎝ 이상 화산재가 쌓였다. 또한 1914년에는 흘러나온 용암으로 인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던 오스미 반도와 육지로 이어지는 등 섬의 형상을 바꿔놓을 만큼 큰 분화가 일어났다.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구로카미 매몰 도리이와 가라스지마 전망대 등지에서는 당시의 분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체감할 수 있다.


*사쿠라지마의 공식적인 역사 기록에서 분화는 서기 700년대부터 각종 역사서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 후 1471년의 대폭발, 1779년의 대폭발, 1914년의 대폭발, 이렇게 3회의 대폭팔 이외에 수많은 분화활동이 있었다. 지금도 지하 10킬로미터 지점에는 들끓는 마그마가 있다고 한다.


HIROSH1.JPG?type=w2 (1853년에 그려진 사쿠라지마의 모습)


1280px-Kagoshima_1914.jpg?type=w2 (1914년 대분화 이후 화산재로 뒤덮인 가고시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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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당시 분화로 인한 화산재에 파묻힌 구로카미 매몰 도리이, 약 2m의 깊이로 파 묻혔다. 당시의 화산폭발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1914년 분화 당시 흘러내린 용암으로 인해 사쿠라지마와 오스미 반도 사이의 세토 해협(최대 깊이 72m)이 매몰되어 육지와 연결되었다. 이 분화는 1916년이 되어서야 진정되었다. 이때의 분화로 인해 화산재가 최대 1.5m, 이상이 쌓여 이후 사쿠라지마 거주 인구의 2/3가 섬밖으로 이주했다. 이 재해 복구를 위해 사쿠라지마와 가고시마 시가지를 연결하는 정기 항로를 연결해야 한다는 여론에 의해 1934년 11월 19일 정기선이 운행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이후 사쿠라지마 페리가 되었다.


800px-1974_Japan_Sakurajima.jpg?type=w2 (1974년의 분화 모습)

사쿠라지마 앞에 펼쳐진 긴코만錦江湾(가고시마만의 또 다른 이름)은 실은 화산 분화로 생긴 바다이다. 3만여 년 전, 지금의 긴코만 안쪽에서 거대한 분화가 일어나 대량의 마그마가 분출되어 지하가 텅 비고 지표가 무너져내려 움푹 파였다. 이렇게 생긴 거대한 구멍이 바로 아이라 칼데라姶良カルデラ이다. 처음에는 육지였지만 곧 바닷물이 흘러들어 깊은 곳은 수심 200m가 넘는 긴코만이 형성되었다.


Aira_Caldera_Relief_Map%2C_SRTM%2C_Japanese.jpg?type=w2 아이라칼데라의 범위
640px-Sakurajima_20091003.jpg?type=w2 2009년 10월의 분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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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련의 사진들은 2014년 12월 분화장면이다. 이 날 사쿠라지마를 갔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사쿠라지마를 제일 가깝게 볼 수 있는 유노히라 전망대까지 갔지만 안전상 그것이 한계였다. 문득 이런 화산을 바로 옆에 두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해전 한국에서도 지진을 경험했고, 일본을 여행할 때 가끔 지진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것은 짧은 순간일 뿐이다.

%EC%82%AC%EC%BF%A0%EB%9D%BC%EC%A7%80%EB%A7%88_%EB%8C%80%ED%94%BC%EC%86%8C.jpg?type=w2 사쿠라지마의 대피소

사쿠라지마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약 3,500명)도, 그리고 바다 건너 가고시마시(2025년 6월 1일 기준 580,016명)의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화산에 적응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펑!’ 하고 사쿠라지마가 연기를 뿜어도 가고시마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을 한다. 연간 수백 번이나 터지는 분화이기 때문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이다.


사쿠라지마에서 분화가 일어나면 가장 큰 피해는 화산재이다. 풍향에 의해 화산재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풍향 정보는 가고시마시의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1983년 9월부터 전화 일기 예보에서는 사쿠라지마 상공의 풍향에 대한 정보 제공이 시작되었고 그 후, 가고시마 현 내의 텔레비전·라디오 방송일기 예보에도 사쿠라지마 상공의 풍향 정보가 나오게 됐다.


가고시마시에서는 시가지를 중심으로 많은 학교수영장에는 낙진 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커튼 모양의 이동식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풀장 바닥에 쌓인 재를 제거하기 위한 청소부도 있다. 또 학교 교사에는 낙진 때 교실 내 환기가 되도록 복도 쪽 창에 필터를 갖추고, 교실 내의 환기구에는 실외 측에 낙진의 역류를 방지하는 커버가 붙어 있다. 오스미 반도 등 낙진량이 많은 지역에는 홈통이 없는 가옥이 많다. 화산재가 홈통에 막혔다가 빗물을 흡수하고 굳으면 아예 배수가 안되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낙진 때는 마치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시계가 수십 미터밖에 안될 경우가 있어 자동차의 경우 라이트가 필수적이다. 심지어 무덤에도 재를 막는 지붕이 붙여진 것이 있다.


%EA%B0%80%EA%B3%A0%EC%8B%9C%EB%A7%88%EC%9D%98_%EB%AC%98%EC%A7%80.jpg?type=w2 무덤에 재를 막는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

일정 이상의 낙진이 지속되면 관공서에서 가정에 봉투가 배포되고 일반 가정에서는 낙진을 에 넣은 뒤 낙진 지정 두는 곳에 두면 관공서가 회수해 간다.

%ED%99%94%EC%82%B0%EC%9E%AC.JPG?type=w2 낙진을 담은 봉투


그리고 연간 수백 번의 분화가 일어났음에도 사쿠라지마의 자연은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쿠라지마의 화구 부근에는 화산가스에 강한 억새와 호장근, 조금 떨어진 곳에는 사스레피나무와 사방오리, 조금 더 떨어진 곳에는 곰솔과 후박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분화 때마다 용암으로 덮여 바위투성이가 되어버리지만 그곳에서 식물은 또다시 새 생명을 키워내는데 이끼, 지의류가 생기고 초원이 만들어지며 해송 등의 양수와 후 박나무가 자라 오랜 시간에 걸쳐 숲을 형성했다.


사쿠라지마와 그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사쿠라지마의 화산은 위험하지만 그것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어쩔 수 없이 자연과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화산을 보면서도 무심하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 사람들에게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桜島大根収穫体験.jpeg 사쿠라지마의 무

*가고시마의 특산품인 사쿠라지마 다이콘(무)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로 등재될 만큼 크고, 품질도 좋으며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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