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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철도 여행-추억속으로 사라져 간 에사시 선

아, 에사시 선..

by 늘 담담하게


홋카이도 철도 여행기를 쓰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JR홋카이도 노선 폐지이다. 이번에는 점점 사라져 가는 철도 노선들 중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폐선이 된 에사시 선江差線에 대한 이야기이다.



에사시선은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고료카쿠역五稜郭駅에서 히야마군 에사시정의 에사시역江差駅을 이었던 JR 홋카이도의 지방교통선 철도노선이다.


에사시선의 시작은 1909년, 카미이소 마을의 석회석을 하코다테까지 운반할 목적으로 하코다테시가 철도원에게 철도 노선을 청원한 것이 에사시선 건설의 시작이 되었다. 이에 따라 1910년에 경편철도법을 제정, 건설되어 1913년 9월 15일, 카미이소 경편선으로 고료카쿠~카미이소간이 개업하였다. 이후 1930년부터 1936년까지 순차적으로 에사시까지 연장하였으며, 1936년 11월 10일에 에사시까지 개통된 후 에사시선으로 노선명이 변경되었다. 이후 히야마 군의 특산물 수송 외 히야마 군과 하코다테시를 오가는 주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사랑받았다.


%EC%97%90%EC%82%AC%EC%8B%9C%EC%84%A0.jpg?type=w1 에사시 선 노선도

하지만 일본의 지방 철도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1960년대 들어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라 자동차 보급과 주변 인구의 감소로 인해 적자 83선에 지정될 정도로 수송실적이 악화되었다. 이런 노선이 폐지를 면하고 기사회생한 것은 세이칸 터널 때문이다. 고료카쿠~키코나이 구간은 세이칸 터널과 하코다테를 잇는 연결노선이 되어 1988년 3월 13일 카이쿄선 개업에 맞춰 교류전철화, 대피선 길이 연장 등의 개량공사가 실시되어 홋카이도와 혼슈를 잇는 간선인 츠가루카이쿄선(츠가루 해협선)의 일부가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 하코다테권의 지역수송 외에도 혼슈-홋카이도 간의 화물 및 여객 운송도 담당하게 되었다. 1968년부터 이미 적자 83선에도 선정되어 있었을 정도로 수익성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 카이쿄선 개통 이후에는 흑자로 돌아섰었다. 그렇지만 개량은 정말 최소한에 그쳐서 속도가 향상되거나 배차간격이 극적으로 단축된 건 아니었다. 교류전철 시설도 화물열차와 츠가루해협선 열차만 사용했지 에사시선을 운행하는 차량은 여전히 디젤동차였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위의 노선도에서 고료카쿠에서 에사시까지 연결되는 노선이 에사시선인데, 본토와 해저 터널로 연결되는 츠가루 해협선이 개통되면서 기코나이에서 고료카쿠 사이가 쓰가루 해협선으로도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토와 연결이 되는 츠가루 해협선이 개통되면서 기존 하코다테권의 지역수송 외에도 혼슈-홋카이도 간의 화물 및 여객 운송도 담당하게 되었으니 운송수익이 늘어나고 그것이 이익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키코나이~에사시 구간은 그 옆으로 도도(道道; 홋카이도의 도로)가 정비되어, 비전화 로컬선이 로 되어버렸다.


*비전화 로컬선이란

'비전화 로컬선'은 전철화(전기로 동력을 공급)가 되지 않은 지역 철도 노선을 뜻한다. 전기가 통하는 전차선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전기 기관차나 전기 동력차는 운행할 수 없고, 경유를 연료로 쓰는 디젤 기관차나 디젤 동차(DC)가 주로 운행한다.


*비전화 로컬선의 특징

1,운행 열차: 전철화가 되어있지 않으므로 디젤 기관차나 디젤 동차가 주로 사용된다.

2.낮은 수요: 주로 도시와 도시, 또는 도시와 농촌을 잇는 구간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간선 노선에 비해 이용객이 적다.

3.낙후된 선로: 이용객이 적어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철화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선 형태나 선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4.긴 운행 시간: 단선 구간이 많고 역이 많아 운행 시간이 길고 속도가 느리다.

5.폐선의 위험: 이용객 감소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폐선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노선이 전철화 되었으나 아직 전철화가 안된 노선이 경전선 순천-광주 송정 구간이며, 일본에서는 규슈 횡단 철도 여행편에서 다뤘던 히사츠선과 홋카이도의 센모본선이 있다.



앞편에서 설명한 대로 원래 키코나이에서 마츠마에까지 잇는 JR마츠마에선이 있었으나, 국철재건법에 의해 특정지방교통선으로 지정되었고, 또한 이쪽도 대체도로가 정비되어 있어서 결국 JR이관 직후 1988년 2월에 폐선되었다.


%EB%A7%88%EC%B8%A0%EB%A7%88%EC%97%90%EC%84%A0.gif?type=w1 마츠마에선이 표기된 노선도

하지만 기코나이~에사시 구간 수송밀도는 JR발족당시 253명이었으나, 2011년에는 6/1인 41명으로 감소하였다. 결국 홋카이도 신칸센의 공사에 따라 에사시선 고료카쿠~키코나이 구간은 병행재래선으로 지정되어 개통과 동시에 JR 홋카이도에서 떨어져 나가게 되었다. 에사시~키코나이 구간은 병행재래선이 아니지만 저렇게 열악한 수송실적을 가진 곳이 따로 떨어지면 더 수송실적이 나빠질 게 분명했고, 결국 홋카이도 신칸센 개업 직전인 2014년 5월 12일에 폐선되었다. JR 홋카이도의 폐선은 신메이선 폐선 이후 19년 만이었다. (신메이선은 하코다테 본선의 후카가와에서 소야본선의 나요로까지 연결된 노선은으로 1995년에 폐선되었다.) 키코나이~에사시 구간 폐선후 홋카이도 신칸센 개업까지 남은 구간에서는 에사시선으로 표기하지 않고, 츠가루카이쿄선의 일부구간으로 안내되었다.


2016년 3월 26일에 홋카이도 신칸센 개업에 따라 제3섹터 철도인 도난 이사리비 철도라는 회사가 발족, 이후에 해당 철도회사로 노선이 이관되었다. 지방교통선으로서는 처음으로 신칸센 병행재래선으로 지정되어 제3섹터화 되었다. 이렇게 에사시선이 폐선이 되는 바람에 홋카이도의 지방 행정구역인 히야마 진흥국 관내 철도는 없어지게 되었다.


*히야마 진흥국

%ED%9E%88%EC%95%BC%EB%A7%88_%EC%A7%84%ED%9D%A5%EA%B5%AD.png?type=w1 히야마 진흥국檜山振興局의 관내도

히야마 진흥국은 홋카이도의 하위 행정 구역으로 홋카이도 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진흥국 소재지는 에사시(江差町). 날씨는 따뜻한 편이며, 인구는 29,730명(2025년 8월 31일 기준)이다. 면적은 대구광역시의 3배 정도이지만 거주 인구는 극히 적다. 홋카이도의 진흥국들 중에서 가장 인구가 적으며 유일하게 철도가 지나지 않게 되었다. 홋카이도 신칸센이 연장되면 여기를 또 지나지만 역은 없다. 위의 지도를 보면 권역 중간이 끊어져 있는데 2005년에 쿠마이시초(熊石町)가 오시마 지청 야쿠모초에 합병되어서 그런 것이다


에사시 선 전 구간의 거리는 79.9km, 구간에는 22개의 역과 1개의 신호장이 있었다. 기코나이에서 에사시구간이 폐지되면서 역들도 함께 폐역이 되고 말았는데 오시마츠루오카, 요 시보리, 신메이, 유노타이, 미야코시, 카츠라오카, 나카스다, 카미노쿠니, 에사시역이 폐지된 역들이다. 이제 폐역들을 따라 에사시까지 가보자.


키코나이역의 다음 역은 오시마츠루오카역渡島鶴岡駅이었다.

Oshima-tsuruoka_Station_01.jpg 오시마츠루오카역

1964년 12월 30일에 개업했다. 2014년 3월 15일에 요시오카 해저역과 시리우치역이 폐역 되면서 홋카이도 최남단 역이 되었으나 59일 뒤에 이 역도 폐역되었다. 현재 홋카이도 최남단 역은 키코나이역. 역 주변에는 키코나이초 향토자료관, 젠토지(禅燈寺) 등이 있다. 이곳에 츠루오카코엔역(鶴岡公園駅)이라는 이름으로 레일바이크가 운영했지만 지금은 중지되어 있다. 역명은 1889년에 야마가타현 츠루오카의 쇼나이 번사 집단이 이곳으로 집단 이주해 왔기 때문에 그들의 고향 지명을 사용한 것이지만 혼슈의 우에츠본선에 츠루오카역이 있기 때문에 앞에 오시마를 붙여 오시마츠루오카역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다음 역은 요 시보리역吉堀駅.

요시보리.jpg

1935년 12월에 개업했다. 영업 당시에는 키코나이역이 관리하는 무인역이었으며, 요 3500형 차장차(ヨ3500形車掌車)를 개조해서 역사로 쓰고 있었다. 역명은 역 부근을 흐르는 기코나이 강에는 연어가 많이 거슬러 올라가 연어가 산란 시에 파는 「호리 ホリ」라고 불리는 구멍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좋은 호리 よい ホリ」의 뜻으로부터 「요시보리よしぼり」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여겨진다.


요시보리역 다음 역은 신메이역神明駅이었다.


Shinmei_Station_in_Hokkaido_01.jpg


%EC%8B%A0%EB%A9%94%EC%9D%B4%EC%97%AD.jpg?type=w1 신메이역

1957년 1월에 개업했다. 역 부근에 「神明の沢신메이노사와」라고 부르는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태평양 전쟁 후 개척민들이 들어와 사람들이 살게 되면서 신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신메이 역 다음 역은 유노타이역湯ノ岱駅이었다.

%EC%9C%A0%EB%85%B8%ED%83%80%EC%9D%B4%EC%97%AD.jpg?type=w1 유노타이역

1935년 12월에 개업했다. 폐역 이전에는 유인역으로 역 주변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마을이 있었다. 역명은 에도시대부터 전해져 오던 부근 지명으로 옛날 이곳에서 나왔던 냉천冷泉이 솟아났기 때문이다.


1920px-Yunotai_station_platform.jpg 폐선되기 전 2013년 플랫폼의 풍경

유노타이역 다음은 미야코시역宮越駅이었다. 1964년 12월에 개업했다. 「미야코시」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일설에는, 기코나이로 가는 길의 도중에 신사가 있어 「궁을 넘어간다宮を越えて行く」라고 해서 붙여진 일본식 이름이다,라고 하는 것과 아이누어의 「イーヤムウシナイ 이얌우시나이(밤나무가 많은 강 혹은 습지)」가 「미야코시 ミヤコシ」에 억양을 붙여, 한자를 맞추었다는 설이 있다.

Miyakoshi_stn.jpg JR미야코시역

그다음 역은 카츠라오카역桂岡駅이었다. 1936년 11월에 개업했다.


Katsuraoka_Station_01.jpg 카츠라오카역

역명은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는 아이누어로 도마푸マツプ(늪의 상류 물가) 야토가푸やトガフ(늪 속에 강이 있는 곳)라고 불리고 있어 지명을 고칠 때 당초는 「스기야마杉山」라고 이름 붙일 예정이었지만, 현재의 아타고 신사의 기슭에 나 있는 훌륭한 침나무로부터, 주민이 탄원서를 내, 카츠라오카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이 나무는 옛날 이곳 일대가 홍수가 났을 때 이 나무를 경계로 난을 피해 신목으로 추앙받게 되었다는 전승이 있다.


그다음 역은 나카스다역中須田駅이었다.


Nakasuda_stn.jpg


1948년에 개업했다. 역명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고 예전에는 나카시타 혹은 나카시다라고 불렀다.


그다음 역은 카미노쿠니역上野国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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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11월에 개업했다. 역사는 마을의 상공회와 병설해서 지어진 일본풍의 2층 건물이었다. 국철시대 말기까지는 역무원이 배치되어 있었으나, 이후 간이위탁역을 거쳐 이후 무인화 되었다. 영업 당시에는 에사시선의 기코나이-에사시 구간을 운행하는 모든 열차가 정차하였다. 하루에 6 왕복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기코나이 방면으로는 하코다테역까지 직결운행하는 열차와 키코나이행 열차 2 계통이 존재했었다. 역 앞으로는 카미노쿠니초의 중심가가 있다. 그 외에도 유적이 여러 군데 있는데, 대표적으로 남도십이관(道南十二館)의 하나자와타테(花沢館) 유적], 카츠야마다테(勝山館) 유적, 스자키다테(洲崎館) 유적 등이 있다.

*여기서 관이라는 것은 에도시대 아이누족과의 교역을 위해 쌓은 성


폐역 전에는 홋카이도 최서단의 역이었다. 폐역 후에는 하코다테 본선의 와시노스역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으나 와시노스역이 2년 만에 신호장으로 격하되면서 야쿠모역이 "최서단 여객취급역" 타이틀만 넘겨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종착역 에사시역江差駅..

%EC%97%90%EC%82%AC%EC%8B%9C%EC%97%AD.jpg?type=w1 2011년 에사시역

1936년 11월에 개업했다. 폐역 이전에는 JR 에사시선의 종착역이었으나 2014년 5월 12일 에사시선의 부분 폐선에 따라 폐역 되었다. 이 역은 에사시초의 중심부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던 역이었다. 근처에는 히야마 진흥국 (檜山振興局) 청사, 우바카미다이진구(姥神大神宮)와 카이요마루(開陽丸) 등이 있다. 역사는 2016년 12월에 해체되었으며, 구내 선로도 2017년에 모두 철거되었다. 2017년에 역사가 있었음을 알리는 간판이 설치되었다. 그 외 역 간판등의 물품등은 에사시정의 향토자료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EC%97%90%EC%82%AC%EC%8B%9C%EC%97%AD1.jpg?type=w1 에사시역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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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해체되고 주차장이 되었고, 구내선로도 철거된 뒤의 모습이다. 폐역 전까지는 홋카이도 최서단의 유인역이었다. 현재 홋카이도 최서단 유인역은 야쿠모역이다.



시대가 바뀌고, 인구 감소로 철도노선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가면 철도, 버스 노선 모두가 운행 횟수가 줄어들고 혹은 폐지가 되고 있다. 이 노선이 폐선이 된 이면에는 철도 노선을 따라 도로가 개통된 것도 있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하지만, 철도 왕국이라고 했던 일본 철도의 쇠퇴가, 우리에게도 먼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에사시 선의 역사와 폐선의 과정, 그리고 기코나이에서 에사시까지의 폐역들을 살펴봤다. 다음 편에서 에사시선의 종점인 에사시 여행이야기와 도난이사비리 철도, 그리고 여유가 되면 해협선과 홋카이도 신칸센 개통 이전 그 해협선을 통해 운행했던 열차들에 대한 내용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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