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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Dec 09. 2022

연꽃

어른이지만 자라고 있습니다

풀 한 포기에도 당신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의 맑은 웃음에도

여인의 포근한 가슴에도

봄날 이슬 한 방울에도

가을 쓸쓸한 낙엽 한 조각에도

당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보지 못합니다.

내 아픔을 당신은 아십니까

내가 죽도록 당신을 찾은 것을 아십니까

왜 당신은 나를 보는데

나는 당신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까

내 어둠을 물리쳐 주셔요


나는 당신 앞에 순결한 신부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은 너무나 깊게 새겨져

정화할 수 없는 찌꺼기가 되어버렸어요

그러니 내 마음을 아신다면

그저 한 손을 내밀어주세요

내가 당신이 있음을

잊어버리지 않게

이 진흙 속에서 작은 꽃을 피울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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