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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디제잉을 한다면?

장규일의 '퇴근 후 디제잉' 인터뷰 #08

by 회사원 장규일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디제잉을 맘껏 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회사에서 [퇴근 후 디제잉]을 실천하고 있는 넥슨(Nexon)의 디제이 동호회 징징(JingJing). 2015년도에도 한 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지, 새로운 분들은 많이 오셨는지 궁금해 다시금 문을 두드렸다. 서면으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동호회를 이끌어가는 많은 디제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우선 동호회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 알려주세요.


시작은 음악 페스티벌 다니기 좋아했던 사내 음악 감상 동호회에서 디제잉을 취미로 하시는 분, 관심 있는 분들이 모여 JINGJING이 만들어졌어요. 당시엔 디제잉하시는 분이 3명이었지만 지금까지 동호회 활동을 하며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이제는 파티를 할 때 라인업이 10명이 넘기도 합니다.


2015년 인터뷰 이후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지요? 인원은 얼마나 가입돼서 활동하고 계시는지요?


넥슨 계열사로 이동하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사내 동호회 시스템상 회원은 줄었지만 이동하신 분들이 그곳에서도 디제잉 동호회를 만들어서 JINGJING파티에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또, 다른 회사로 이직 하시고도 여전히 활동하시는 분들까지 포함하여 현재 32명이 회원으로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디제잉 동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회사 카페에서 점심시간에 디제잉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허락해 주시거나 회사 음악행사에 오프닝 팀으로 섭외도 주시고, 홍보팀을 통하여 게임 매체의 인터뷰도 추천해주시는 것을 보면 회사에서도 디제잉 동호회를 긍정적으로 보시고 도움을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JINGJING회원분들이 만든 믹스 셋을 노동요로 함께 듣고자 회사 게시판에 올리는데 사우분들도 역시 반응이 좋으셔서 디제잉하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요. 넥슨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동호회 같습니다. 더 욕심을 낸다면 ‘넥슨 아레나’라는 게임 스포츠 행사 등을 하는 (크고 멋진) 곳에서 디제잉 파티를 열 수 있게 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 같아요.


판교 쪽에서 관련 활동을 확장시켜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예를 들면 판교 IT 직장인 디제이 동호회 연합이라던가…


이전에도 아이코닉스, 한화 테크윈에 계시는 판교 직장인 디제이 분들을 ‘퇴근 후 디제잉’ 커뮤니티로 알게 되어 게스트 라인업도 모시고 함께 파티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또한 직장인 댄스 동호회분들과 디제잉+댄스 퍼포먼스를 하는 송년파티를 열어보기도 하고요. 활동을 확장하고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이 JINGJING의 관심사이자 바람입니다. 디제잉은 아니지만 현재 판교 IT 직장인 밴드 연합(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 스마일게이트, NS)이 있고 이 곳에서 활동 아이디어 등을 배우려고 합니다. 함께 하실 판교 직장인 디제이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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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파티를 열고 계신가요? 최근에 했던 또는 계획 중인 파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1년에 3번 정도 동호회 파티를 열고 있어요. 지난 파티에서는 ‘한국 SF협회’, ‘프리업 댄스 컴퍼니’와 함께 SF콘셉트의 댄스 퍼포먼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여러 곳에서 함께 준비한 파티인 만큼 엄청난 호응이 있었죠. 다음 활동은 판교역에서 하는 ‘한국 모바일 게임협회 인디게임 행사’에서 무대를 계획하고 있고요. 이처럼 디제잉이 다른 취미와 함께 연계되어 할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하고 구상 중입니다.


왜 많은 취미 중에 디제잉을 선택하셨나요?


손다연(Dy.Son): 처음엔 막연하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대학생 때 홍대 M2에서 놀면서 전자음악을 좋아하다가 하이네켄 스타디움이라던가 월디페를 다니면서 디제이가 멋지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배우려면 장벽이 높다고 생각만 했는데 마침 넥슨에 입사하고 얼마 안 돼서 사내 게시판에 디제잉에 관심 있는 사람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가입했어요. 그렇게 동호회 파티에서 음악 틀려고 벼락치기로 연습해서 겨우겨우 기본적인 부분을 습득했던 것 같아요. 파티에서 처음 음악을 틀었던 경험이 정말 즐거웠고 그 이후 바로 장비를 질러버렸습니다. 제가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온전히 제 취향의 믹셋(MIX SET)을 만들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점 같아요. 제 차에서 제가 만든 믹셋을 틀면서 드라이브하고 있습니다.


곽정웅(O-WAY): 게임이 너무너무 좋아서 게임 회사에 다니는 건 아니지만, 게임 자체는 좀 오래 했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게임 장르가 딱 정해져 있는데요. 그게 ‘리듬 액션 게임’입니다. 특히 비트매니아라고 버튼 두들기고 턴테이블 돌리는 20년 된 게임에 오래 빠져있었어요. 그 게임에서 턴테이블 돌리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안달복달하던 중에 회사에서 디제잉 동호회원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덥석 물었네요. 그렇게 디제잉을 시작하고 요즘은 비트매니아를 자주 안 해요.


전아름(Ailler):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중국인 친구가 평범한 학생에서 디제이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당시에 친구와 함께 다니고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고, 친구도 재밌다며 추천했지만 학교 생활과 디제잉 연습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디제잉에 대한 열망은 잊은 채 졸업 후 넥슨에 취업해서 일을 하던 중, 디제잉 동호회 홍보글을 보게 되었고 바로 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평상시 워낙 노래 듣는 것과 춤추는 것을 좋아하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최진만(Dr.Perro): 오랜 타지 생활로 주말을 함께 할 친구도 부족해졌고 혼자 활동하는 패턴이 오래 반복되다 보니 사람이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아무래도 삶에 자극적인 변화가 꼭 필요하겠구나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즈음에 발견한 것이 디제잉 동호회의 파티 홍보 게시글이었습니다. 너무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도 없고 '인싸들'의 파티 같은 느낌이라 혼자 가서 맥주나 몇 잔 마시고 오려나 싶어 망설였는데, 그럼에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무작정 혼자 파티에 갔어요. 에이 뻘쭘한 것 하루 이틀이냐 싶었거든요. 그리고 신세계를 보았습니다. 고루한 표현이긴 하지만, 딱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이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신나는 음악과 왁자지껄한 사람들, 춤을 잘 추건 못 추건 상관없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노는 모습을 보니 이거다 싶었습니다. 나도 여기 어우러져 즐거운 노래를 틀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더라고요. 그렇게 그 날로 바로 동호회에 가입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거지만 그 날 혼자 갔었다고 하니 다들 놀라시더라고요. 어느새 같이 놀고 계시길래 원래 회원인 줄 알았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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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제잉을 잘하기 위해 이 정도까지 노력해봤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알려주세요.


손다연(Dy.Son): 한번 장비를 사면 금전적인 투자를 한만큼 연습하게 되는 거 같아요. 디깅을 열심히 하고 제 취향의 음악을 비트포트에서 많이 구매해둬서 언제든지 음악을 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어요. 처음엔 컨트롤러로만 디제잉을 할 수 있었는데 한 번은 다른 회사 디제이 크루에 게스트 디제이로 초대받아서 CDJ장비로도 연습을 했었습니다. 전 준비나 노력이라기보다는 저질러놓고 수습하면서 배우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고 제가 혼자였다면 이렇게 파티를 열고 디제잉을 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곽정웅(O-WAY): 회사에서만 가끔 동호회용 장비를 써보고 집에서는 키보드, 마우스로만 디제잉을 하고 있어요. 왠지 키보드로 디제잉하는 것이 게임의 ‘도전과제’를 한다는 느낌도 있고요. 그래서인지 턴테이블에 이펙트, 노브를 화려하게 쓰는 건 잘 못 하지만 ‘믹셋의 흐름이라도 잘 만들자’하는 기분으로 노력해보고 있습니다.


전아름(Ailler): 남들에 비해 그렇다 할 노력은 아니겠지만, 동호회 가입 후 첫 파티 디제잉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디제잉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엄청 떨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는데요. 실수할까 봐 너무 걱정이 되어서, 디제잉을 가르쳐 주신 저희 디제잉 동호회 회장님께 부탁하여 퇴근 후 동호회방에서 만나 끊임없는 연습을 했습니다. 열두 시가 돼가기 전에 막차가 끊기기 전에 가야 한다며 부랴부랴 달려 나갔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지금까지도 도와준 회장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최진만(Dr.Perro): 잠자는 시간 빼고 전부 유튜브 안에 있었던 것 같아요. 유명 디제이들의 믹스 영상뿐만 아니라, 디제잉 영상이란 영상은 다 찾아보면서 어떤 식으로 믹스하고, 어떤 타이밍에 어떤 노래를 트는지 엄청 열심히 분석했어요. 어떨 때는 영상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해 보고, 내 취향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하면서 연습하니 그나마 들어줄만한 믹싱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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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손다연(Dy.Son): 아무래도 첫 번째 동호회 파티 때 디제잉을 준비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음악과 음악을 어떻게 믹싱 하는지 개념 자체가 없었는데, 동호회 회장님한테 속성으로 배워가면서 셋을 준비해봤어요. 첨에 XDJ-R1이나 DDJ-RZ에 버튼들을 보면 비행기 조종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죠. 집에 장비도 없어서 주말에 회사에 나와 연습도 하고 데드라인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집중해서 연습할 수밖에 없어서 단시간에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디제잉에 대한 감을 많이 잡았고 재미를 많이 느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날 너무 긴장해서 제 순서가 올 때까지 술을 못 마시다가 음악 틀고 마구 마셔서 기억을 잃었었죠.


곽정웅(O-WAY): 역시 처음 무대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죠. 난생처음 믹스 셋을 짜고 파티 라인업 한 자리를 맡아서 디제잉을 하고, 익숙하지 않은 트랜스 음악에도(물론 이상한 박자의 곡은 없었습니다) 즐거워해 주신 분들, 그리고 맡은 시간이 끝나고 좋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던 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아름(Ailler): 동호회 분들과 가끔 퇴근 후 동호회방에 모여 디제잉을 하고 노는데요. 백투백을 하며 앞선 디제이가 틀어 놓은 노래에 즉석에서 다른 노래로 믹싱을 하는데, 유난히 믹싱을 하기 어려운 노래들이 있어요. 절묘히 그런 노래를 이어받아서 틀면 그때의 희열이 엄청나고 구경하는 입장에서도 매우 재미있는데요. 믹싱 하기 어려웠던 노래 중에 ‘담배가게 아가씨’라는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고 그 노래의 믹싱에 성공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어떻게 섞었는지 조차 기억에 안남지만요^^


최진만(Dr.Perro): 왜 고전 로맨스 영화에 보면 그런 것 있잖아요. 문을 열고 펍에 딱 들어갔는데, 멋진 이성이 슬로 모션으로 클로즈업되고. 주인공이 친구를 툭 치면서, "저기 저 사람 보여? 나 저 사람이랑 언젠가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는 식의 장면. 그런 일이 저한테도 있었어요. 처음으로 갔던 동호회 파티에서, 귀여운 외모의 여성분이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느낌으로 디제잉을 하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반하다'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며칠 후에 친구와 함께 술 한 잔 할 일이 생겼는데, 그때 입이 마르고 닳도록 그 사람이 얼마나 멋진 지에 대해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며 조금씩 친해져 가는 중에 어쩌다 보니 단 둘이 동호회 방에서 파티 준비를 할 일이 생겼어요. 저는 어떤 사람과 단둘이 있는 걸 어색해하는 스타일이라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아무래도 같은 취미를 갖고 있다 보니 그런 것 없이 신나게 디제잉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네, 지금 제 아내를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한 이야기였고요. 그렇게 친해지고 나서 결혼까지 1년도 안 걸렸네요. 저와 제 와이프가 결혼하기 약 1년 전에도 동호회 내에서 한 커플이 결혼했었는데, 저희가 2호 커플이 되었네요. 이제 3호 커플이 탄생하길 내심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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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이 본인의 업무/생활에 도움이 된 적이 있나요?


손다연(Dy.Son): 회사 업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넥슨이라는 회사에 처음 와서 적응도 어렵던 시절에 그나마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정을 붙였습니다. 당시에는 전에 다니던 회사랑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적응이 힘들던 시기였는데 전혀 다른 직군 동호회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회사의 좋은 면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곽정웅(O-WAY): 디제잉을 시작하고 게임에는 흥미가 좀 줄어서 지갑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니다 음원 사는데 또 돈이 깨지고 있으니 별반 차이 없나 싶기도 하네요. 한편 업무 중에는 좀 덜 신나는 믹스 셋을 노동요로 쓰려고 한 적이 있는데요, 오히려 귀에 온 정신이 쏠려서 일이 더 안 됐던 적은 있어요.


전아름(Ailler): 우리나라에 모든 일하시는 분들은 전부 공감하실 텐데, 일을 하다 보니 일, 집 말고는 내 인생이 전혀 없는 느낌이 들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회사일도 싫어지고 도망치고 싶어 지죠.

그때 취미라는 것이 큰 도움이 되면서도 여유 있을 때에만 하게 되는데, 디제잉의 경우에는 평소 혼자서 노래를 들으면서도 <나중에 이렇게 노래 섞으면 좋겠다> <다음 파티 때 이 노래 꼭 써야지>하면서 취미가 내 삶에 녹아들게 되고 현재의 힘든 삶에 도피처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일밖에 없는 제 인생에서 쉼터가 되어주고 다시 한번 열심히 일 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로는 그렇고, 생활에 도움이라 하면… 동호회에서 남편을 만났습니다^^


최진만(Dr.Perro): 원래 밴드 활동을 했었어서 음악 활동이 주는 활력소가 얼마나 강한 지 알고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밴드 활동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보니 회사생활과 병행하기엔 어려운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갑작스러운 야근이라도 하는 날에는 합주가 파토가 나버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밴드 활동하는 분들은 참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것이 디제잉인데. '이거구나.' 싶더라고요. 사실 회사생활에 염증도 느끼고 있던 찰나라, 항상 마음속에 사직서 같은 것을 품고 다니는 심정이 조금 있었는데, 디제잉이라는 취미를 갖고 나니 문제는 회사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항상 행복하고 건강한 채로 있다 보니 업무 능률도 오르더라고요. 지금은 마음속에 품은 사직서 같은 것 없이 행복하게 회사 잘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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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제잉을 하면서 각자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나 욕심이 있으시다면요?


손다연(Dy.Son): 예전에는 클럽에서 음악을 틀어보는 것을 장기 목표로 설정했는데 작년 겨울 클럽파티에 초대받아 음악을 틀어봐서 그 부분은 벌써 이룬 것 같네요. 장기적 목표로 이젠 이태원에서 음악을 한번 틀어보면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과연


곽정웅(O-WAY): 언젠가는 디제잉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돈 버는 스킬이 하나뿐이면 도망 칠 데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좀 현실적인 목표라면 내성적인 성격을 좀 완화시키고 자연스럽게 ‘인싸’의 세계로 녹아드는 것 정도네요. 말하고 나니까 돈 버는 게 더 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아름(Ailler): 요 근래 갑작스레 바빠진 업무에 치이다 보니 디제잉에 다소 소홀해지긴 했지만 제가 가진 욕심은 정말 디제이로서 클럽에서 노래를 틀어 보는 것입니다. 작은 클럽이어도 괜찮습니다. 진정한 디제이로서 불특정 다수를 리스너로 노래를 틀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최진만(Dr.Perro) : 와이프가 노래를 참 잘하는데, 와이프를 위한 노래들을 프로듀싱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그렇게 만든 노래들을 파티 때 트는 거지요. 되게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물론 쉽지는 않더라고요. 일단은 직접 리믹스를 만드는 것부터 차근차근해보고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리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진출해서 성공하는 망상도 가끔 하는데, 실현 어려운 것이라 하더라도 뭔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동호회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디제잉이란?


손다연(Dy.Son): 디제잉 테크닉적인 부분은 기술의 발전으로 초보자의 접근성이 낮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분이죠. 얼마나 본인이 즐겁게 음악을 트는지, 그리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신나게 하는 음악을 틀 수 있다는 것이 디제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곽정웅(O-WAY): 클럽 한가운데서 큰 소리를 울려서 파티의 아드레날린을 퍼올리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걸 생각하면, 게임으로 친다면 팀의 버프를 책임지는 훌륭한 서포팅 스킬이 아닐까요. (오글)


전아름(Ailler): 음.. 그냥 디제잉입니다.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며 같은 취미를 가진 다양한 동호회 분들과 시간을 가지며,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면 더 이상 즐거움의 디제잉보다는 부담감 넘치는 디제잉이 남을 것 같습니다…ㅎㅎ


최진만(Dr.Perro): '인터렉티브 아트'라고 생각해요. 작게는 노래와 믹서, 나와의 인터렉션. 크게는 관객과의 인터렉션까지. 파티의 분위기와 노래, 타이밍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 드롭이 터지는 순간 그 공간 안의 모두가 열광할 때. 그 순간은 정말 아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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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디제잉/클러빙이라고 하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손다연(Dy.Son): 케바케인 것 같아요. 하도 여러 사건이 있으니까.. 강남 일부 클럽이나 나이트클럽 변종을 제외하면 진짜 순수하게 음악과 흥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곽정웅(O-WAY):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을 하랬더니 진짜 마약을 하신 분들도 최근에 있었죠. 잘 모르는 입장에서 안 좋은 시선으로 보려면 훨씬 더 안 좋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도 물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쪽이었지만, 디제잉을 하면서 이곳에 훨씬 넓은 스펙트럼이 있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는 그런 생각이 많이 사라졌네요.


전아름(Ailler):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건전한 문화도 존재한다는 것을 저희 같은 직장인 동호회 소식을 통해 조금씩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네요.


최진만(Dr.Perro): 저만 해도 클럽을 가보기 전 까지는, 특정한 목적이 다분한 그런 곳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어요. 이건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클럽은 그런 이미지로 그려지니까요. 실제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는 사람도 꽤 있는 편이고, 그런 사람들을 조금 피하기 위해 클럽보단 펍이나 바를 조금 더 선호하긴 합니다. 그래도 그건 클러빙 이야기고, 디제잉은 인식이 좀 다르겠지, 더군다나 우린 회사 동호회인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실제로 파티에 와보기 전까진 조금 방탕한(?) 동호회인 줄 알았노라고 고해성사를 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 보면요. 그런 좋지 않은 시선이 유쾌하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지만, 사실 크게 신경 안 씁니다. 즐거우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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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알려주세요.


손다연(Dy.Son): 동호회 회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다들 여기저기 이직해도 게임 회사나 IT기업이 판교 안에 많이 있으니까 나중에는 회사 근처 화랑공원에서 판교 디제이 페스티벌을 열자고 했었어요. 그렇게 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곽정웅(O-WAY): 어릴 때부터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었고 어영부영 살다 보니 이렇게나 재미없는 어른이 되고 말았지만, 마음 한편에 부채로 남아있었던 모양이에요. 앞으로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사람은 되지 못하더라도 어깨춤 정도는 출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전아름(Ailler): 다양한 업계의 분들과 다양한 콜라보 해보고 싶어요!!


최진만(Dr.Perro): 언제나 당신의 불금을 응원합니다. JINGJING파티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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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워라벨의 시대. 이제 많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본인만의 시간을 얻기 시작했고, 진짜 내가 원하는 뭔가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넥슨의 징징 동호회 분들처럼, 퇴근 후 디제잉을 통해 나에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다양하게 표현해가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길 인터뷰 말미에 짧게 적어 본다.


인터뷰에 협조해주신 넥슨 디제잉 동호회 징징 여러분들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퇴근 후 디제잉 인터뷰 시리즈는 앞으로 씬의 다양한 분들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전하는 창구로서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퇴근 후 디제잉]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afterworkdj/

[퇴근 후 디제잉]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FEx0YLWzEY3tYgzbFLBwCA/featured

디제잉 가이드 북, [오늘부터 디제잉] 구매처 : Yes 24/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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