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일의 '퇴근 후 디제잉' 인터뷰 #06
망원동에 자리한 하나의 섬. 망원도에서 2년 전 퇴근 후 디제잉이 만났던 월간 클럽의 수장 디제이 치우(김박영) 님을 만날 수 있었다. 회사원이자 디제이, 소셜 네트워킹 모임을 즐기던 그는 이제 오프라인에서 그의 꿈을 확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3년 만에 다시 인터뷰하게 되었네요. 그간 어떠셨나요?
안녕하세요. 망원도를 운영하는 디제이 치우(김박영)이라고 합니다. 예전 인터뷰할 때도 이야기했었는데, 제가 천성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아요. (웃음) 이건 제 와이프도 인정하는 부분이죠. 연애하면서 같이 모임도 나가고, 저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긴 했었어요. 그런데 좀 더 가보고 싶었어요. 아내와 결혼 후에 아이를 가지게 되면 못할 거 같아서, 결혼 초에 이런 일을 한 번 해보겠다고 와이프 허락을 얻어 올해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이 상당히 이색적인데요. 이런 루프탑을 찾기가 쉬운 게 아니잖아요?
거의 10여 개월 동안 헤맸던 거 같아요. 제가 기획해서 운영하던 [월간 클럽] 활동을 종료하고, 결혼한 후에도 4-5개월이 넘도록 찾아다녔어요. 가격이 저렴하면서 햇빛도 적당히 내리쬐고, 경치도 좋은 루프탑을 찾고 싶었거든요. 우연히 이 근처에서 식사하게 되었는데, 늘 ‘괜찮은 루프탑 없나?’ 하고 둘러보는 게 습관이 된 지라, 이 건물에 꼭대기를 보자마자 서둘러 부동산에 들러 확인했죠. 원래 이곳은 건물 관리 사무소였던 공간이었어요.
처음 이런 공간을 구상했을 때와 1년이 지난 지금을 보면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나요?
외국 영상을 보면 옥상에 있는 썬룸(Sun Room)에서 디제이가 음악을 틀고, 화초들 사이에서 음악 즐기는 게 있거든요. 이걸 꼭 해보고 싶었어요. 월간 클럽 수준에서는 쉽지 않았고, 제가 직접 만들어서 해봐야겠다 싶었죠.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틀고, 동네 주민들도 종종 와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이색적이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스스로 굉장히 교만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처음 생각은 월세는 평상시 영업을 통해 충당하고, 그동안 꿈꿔왔던 활동을 하기 위해 제 에너지를 쏟아 내는 모습을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장사를 시작하는 순간 느꼈죠. ‘아… 장사만 제대로 하기에도 힘들겠구나’라는 걸요. 이렇게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줄은 1도 몰랐죠. (웃음)
회사 생활 외에 이런 큰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면서 겪은 우여곡절도 많으실 거 같아요.
제 본업은 회사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 업무에 조금의 빈틈도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맡은 업무를 확실하게 해 놓고 퇴근을 해야, 그 이후의 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거든요. 뭐든 여유가 있어야 구상도 하고 그러는 건데, 회사 일과 이곳의 일 둘 중 하나만 빗나가도 제대로 일상을 영위할 수가 없더라고요. 늘 확실하게 대비를 해놓고 움직여도 꼭 무슨 일이 터지거든요. 한 번은 여기서 불이 난 적이 있었어요.
불이요?
네, 이 건물 옆에 불이 났었는데, 다행히 불길은 금방 잡혔어요. 그런데 그 일을 겪고 난 이후로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더라고요. 당시 와이프에겐 이야기도 못 하고, 혼자 맘속으로 엄청나게 끙끙거렸죠. ‘지금 내가 정상적인 삶을 사는 건가?’ 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고요. (웃음) ‘혹시나 그때 불길이 제대로 못 잡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고요. 제가 얼마나 준비 없이 일을 벌였는지 또 한 번 생각하게 됐죠. 사업을 하다 보면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면 결국 누군가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메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도 개인적으로 ‘퇴근 후 디제잉만의 오프라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인터뷰에서 제대로 뼈를 때리시네요. (웃음) 그래도 이곳이 오픈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었는데요.
언제 시간이 지나갔나 싶어요. 사계절을 이 공간에서 처음 보내고 나니, 이제야 직원분들과 이야기하는 법도 어느 정도 안 것 같고, 위험과 민원으로 이곳을 어떻게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도 조금씩 감을 잡아가고 있답니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엔 몰랐는데, 하면서 보니 정말 배우는 게 많아요. 우선 장사하는 곳에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고객의 입장에서 여긴 정상적인 매장이 아닌 거죠. 제 마음대로 오픈, 마감 시간을 옮겨도 안 되고요. 준비가 미흡했을 당시 방문해 주셨던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매장 운영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당연히 일하던 직원들의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인건비가 중첩되면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해요. 매달 쫓기듯이 일을 했었는데, 이제는 11월에 12월을 준비할 수 있는 수준까진 되었어요. 앞으로는 한 시즌 전에 시즌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끌어올려야겠죠. 저도 돈 걱정을 넘어서 장기적인 걱정을 해보고 싶네요.
어쩌면 2019년이 망원도에 본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이겠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년에 제 아이도 태어나는데, 2019년은 정말 제 가정과 사업, 회사 이 모든 것들에 본 게임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아마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치열하게 써야 할 거 같아요. 운도 어느 정도 따라줘야 할 거 같네요.
2019년에 망원도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월간 클럽의 오프라인 화를 이루고 싶어요. 예전부터 제가 늘 생각해오는 건 다 같이 모여서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경험과 도전 위주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활동’이거든요. 그런 일들을 우리 일상에서 만나긴 쉽지 않아요. 그런 걸 이곳에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월간 클럽이 아닌 ‘월간 파티’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클럽이라는 단어가 지닌 한계가 있고, 지금껏 너무 많은 걸 하나에 다 담으려고 한 것 같기도 하고요. 망원도에서 가볍고 재미있게, 디제잉도 배워보고, 다 함께 파티를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제가 망원도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서 대관에 대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으니 다른 부분에 더욱 시간 투자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참가 인원을 모집하고, 강사분들을 모셔서 팀 단위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올해 남은 기간 아이디어를 잘 정리하고 인프라를 구축한 다음, 내년 첫 달부터 제대로 한 번 해봐야죠.
아무래도 이런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많이 기획하시고 진행해 보신 경험 덕분에 더욱 내실이 다져질 것 같은데요. 이런 활동들을 기획하는 이들이 겪는 문제 중에 첫 번째가 바로 대관이거든요.
저도 월간 클럽을 운영할 때 느낀 부분인데, 커뮤니티라는 게 지속해서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연속성을 가지기가 정말 힘들어요. 모임의 책임자 본인이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오프라인 모임을 꾸준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것도 사실이고요. 요즘 주변을 보면 소셜 플랫폼을 가진 회사들은 많은데, 실제 오프라인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곳은 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망원도에서 이 공간이 일종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로 활성화될 수 있는 그런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망원도 내부 접객 공간 안에 디제잉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있는데, 아마추어 디제이 활동을 하셨었는데, 이런 공간을 운영해보니 느낌이 어떠신가요?
무대를 찾던 입장에서 제공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 확실히 예전과 다른 느낌이죠. 처음에는 디제이와 음악이 중심이 된 공간이길 원했는데, 오픈 초기부터 장사하기에 바빠서 많은 디제이분들을 섭외하고 같이 뭔가를 만들어 볼 여력이 없었어요. SNS상에 매장을 제대로 홍보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부족하거든요. 중간에 시간을 내서 파티도 몇 번 진행해봤는데, 매장 음악 콘셉트와 어울리는 디제이분들을 찾기도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소음 문제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보니 더욱 움츠러든 게 사실이에요. 다 제가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요.
‘오픈 덱(매장의 디제이 부스를 오픈해서 다양한 디제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이벤트)’과 같은 이벤트를 기획해 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양쪽 다 경험해보신 분의 입장이시다 보니, 양쪽이 윈윈 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만약 진행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퇴근 후 디제잉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웃음)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많은 플랫폼들이 고민하는 것이 바로 컨택 포인트들은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거잖아요. 음악과 디제이가 필요한 저희와 같은 업장에서 개별로 디제이분들을 만나고 각자 원하는 사항을 조율하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사전에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 없이 시작하기에만 급급하면 결국 서로 간에 아쉬움이 생겨 오래갈 수 없더라고요. 예전에 몇 번 오픈 덱을 진행해 본 적이 있었는데, 진행하면서도 참여하는 디제이가 어떤 분인지를 모르니 사장의 입장에서 너무 불안한 거예요. 이런 부분을 잘 처리해 줄 수 있게 된다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디제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이죠. 저도 디제이들이 음악을 틀 수 있는 공간의 유형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병원이나 시장에서도 디제잉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실제 외국에서는 실험적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디제잉을 적용하기도 하고요. 망원도에서 이번 연말에 무료 대관 예약을 받았는데, 정말 다양한 분들이 지원하셔서 적잖이 놀랐어요. 저도 이곳에서 먹고사니즘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더욱 다양한 기획을 시도할 생각이에요.
지금까지는 저 혼자 장사라는 콘텐츠를 1년간 한 거 같아요. 봄, 여름, 가을의 북적임이 지나고 겨울이 오니 날씨도 상당히 추워지고 공간도 조금씩 한산해지고 있음을 느껴요. 불안하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지금이 내가 새롭게 콘텐츠를 구상하고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최적의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런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보거든요.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도 느낀 거지만, 여전히 단단한 뚝심의 소유자시네요. (웃음)
제 타고난 성향 같아요. 누가 뭐라고 해도, 제 마음이 이 길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끊임없이 그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점점 답답해지고 삶이 팍팍해지더라고요. 물론 이런 삶을 살지 않고 몸이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죠. 그런데 그건 제 모습이 아니거든요. (웃음) 1년간 미친 듯이 발버둥 치다 보니, 그래도 방향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어느덧 인터뷰 마지막까지 왔는데요. 끝으로 망원도에 대해 한 번 더(?) 소개해 주신다면요.
뭔가 계속 힘들고 지친다는 이야기만 인터뷰 내내 한 것 같아 송구하네요. 그래도 이렇게 망원도를 홍보할 기회가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만든 이 망원도라는 공간은 디제잉을 베이스로 한 공간이며, 멋진 음악이 가득한 루프탑입니다. 망원동의 거리를 걸으면서 특색 있는 여러 가게를 경험하시고, 종종 이곳에 들러 음악과 칵테일을 마시며 잠시 쉬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올 한 해 아쉬웠던 점을 잘 보완해서 2019년에는 좀 더 세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꾸준히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시기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협조해주신 디제이 치우(김박영)님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퇴근 후 디제잉 인터뷰 시리즈는 앞으로 씬의 다양한 분들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전하는 창구로서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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