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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장규일 Jun 20. 2019

3만 시간의 법칙, 디제이 노크(NOKE)

장규일의 '퇴근 후 디제잉' 인터뷰 #09

무언가를 본인의 업으로 한다는 건, 그만큼의 실력과 성과가 뒤따랐을 때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퇴근 후 디제잉'이라는 직장인 취미 커뮤니티를 운영해오며, 디제잉을 취미가 아닌 업으로 해나가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오늘 전할 인터뷰 속 주인공이야 말로 그 주제에 적합한 디제이 중 한 명이란 생각이 들어 어렵게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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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음악이 곧 제 인생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디제이 노크(DJ NOKE)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노크(Noke)라는 디제이 닉네임이 이색적인데요. 이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저에게 디제잉뿐만 아니라 미디와 리믹스를 알려주신 스승님이 계셔요. 제겐 개인적으로 정말 각별한 분이셨는데, 당시 DJ로도 이름을 날리셨고, 직접 듀오도 결성하여 앨범도 발표하고 방송도 준비하던 참에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그때 그 듀오 이름이 NOKE(No Brake)였습니다. 저는 제 스승님을 잊지 않고 그분의 기리는 마음에 Noke라는 이름을 제 디제이명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디제잉을 시작하게 된 이유나 특별한 계기가 있으시다면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어릴 적에 음악을 좋아했었고, 롤러스케이트장, 나이트클럽 등에 놀러 가서 춤추고 노는 걸 무지 좋아했어요. 그땐 음악 듣는 것보다 춤추는 것을 좀 더 좋아했던 것 같네요 ㅎㅎ그러다 보니 무대 위에서 춤추고 음악 트는 DJ들을 자주 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나도 저걸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길이 닿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디제이를 시작했을 때 당시 웬만한 현역 DJ들보다 제 판빨(음원 보유량)이 더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음악 듣고 음원을 보유하는 걸 즐겨했었거든요.

디제이 노크님의 첫 무대, 기억나시나요?


물론이죠. DJ를 처음 시작한 곳이 롤러스케이트장(당시엔 로라-장이라고 했었죠 ㅎㅎ)이었는데, 당시 저는 BPM, 소절 등의 개념도 모른 채 그냥 포인트 잡고 커팅하고, 마이크 잡고 멘트 하던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죠. 디제잉 경험이 1도 없는 상태였지만 나름 오디션이었기 때문에,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떠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멘트 할 때 당연히 음악 볼륨을 조절했어야 했는데 그땐 너무 긴장해서 그럴 여유도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제 열정과 가능성을 봐주셨는지 오디션에 합격해서 그곳에서 음악을 틀기 시작했고, 그걸 발판으로 삼아, 나이트클럽으로 옮겨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LP판을 틀던 시절부터, CD와 MP3, 스트리밍의 시대까지 모든 형태의 음원을 경험해오셨는데요. 본인이 생각하시는 디제잉의 정의를 내리신다면요?


사실 디제이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클럽 디제잉이란 단순히 음악을 끊기지 않게 트는 것이 아닌, 일종의 예술(Art)에 한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믹싱(Mixing)이라는 디제잉 기술 자체는 장비의 발전에 따라 쉽게 하려면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걸 활용해서 예술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건 또 다른 이야기거든요. 같은 원 재료를 가지고도 디제이들마다 너무나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더더욱 저는 디제잉을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퇴근 후 디제잉 그룹에 매주 월요일마다 본인 디깅에 대해 아낌없이 알려주시고 계시는데요. 그런 성실함과 트렌디한 감각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본인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아깝진 않으신가요?


제게 음악 디깅은 일종의 습관이랄까, 아니 그냥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당연한 일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활동을 성실하다고 평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아무래도 디제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민감해져야만 하는 직업입니다. 매일매일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음악들을 듣고 디깅을 해야'만' 해요. 이 활동을 게을리하는 순간 디제이로서 별 볼 일 없어지는 거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도태되는 거죠. 모든 활동이 그렇겠지만, 매일매일 음악을 디깅 하다 보면 곡에 대한 감각은 자연스럽게 생겨죠. 그리고 디깅을 통해 찾은 좋은 음악들을 반드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건 디제이들이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런 활동이 무대 위든 무대 아래에서든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제대로 된 디제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디깅 한 곡들을 알려주는 부분에 대해서도 저는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더욱더 많이 해야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전업 디제이로 활동하시면서 많은 무대에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선 늘 많은 음악을 듣고 음원을 구매, 관리해야 하는 게 필수인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계신가요?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숨 쉬듯이 하고 있는 '디깅'이 당연히 밑바탕이 돼야 하는 거겠죠.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정리'입니다. 제가 구한 음원들을 장르별/연도별 등으로 분류하여 관리해야죠. 예전에 비해 요즘은 디제이들의 음원 정리를 수월하게 해주는 많은 프로그램(rekordbox, 세라토, 트랙터)들이 있기 때문에 이 툴 들만 잘 이용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는 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플레이하시는 장르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장르 불문하고 모든 음악을 플레이할 수 있는 올 카인드(All kind) 디제이인 동시에 커머셜을 지향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저를 딱히 한 장르로 표현하기가 쉽진 않네요. 물론 한 장르만 뚝심 있게 파고 활동하는 디제이분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게 있어서 음악은 장르를 불문하고 '듣기 좋은 건 좋은 거고, 안 좋은 건 안 좋은 것이다.'라고 생각하거든요. 무대나 공간의 상황에 따라 음악을 맞춰 틀 수 있는 게 훨씬 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남들 1시간 디깅 할 때, 본인은 2~3시간 이상 디깅을 해야만 가능한 이야기인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음악을 잘못 틀게 되면 “한 장르만이라도 제대로 해라”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죠. 그래도 예전부터 저는 이런 스텐스를 유지해왔고 모든 장르를 디깅 하고 실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커버가 가능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브이제잉(Vjing)도 함께 하시는 걸로 아는데, 디제잉과 브이제잉 이 두 가지를 함께 하시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요?


엄밀히 말하면 제가 하는 것은 브이 디제잉(VDJing)입니다. 많은 분들이 “브이제잉”이라고 언급하실 때, 저는 약간 설명충처럼 늘 같은 대답을 합니다. 일단 DJ는 Disk Jockey, VJ는 Video/Visuel Jockey이고, VDJ는 Video Disk Jockey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원 영상(뮤직비디오, 그래픽 비주얼 등)으로 믹싱 플레이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면, 지금처럼 EDM 페스티벌이나 디제이가 주인공이 되어 큰 무대 위에 서는 일이 생소한 시절부터, 저는 앞으로 어떤 게 앞으로 유헹이 될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때마침 일하던 곳에 외국인 디제이가 있었는데 일반 DVD 플레이어 2대를 이용해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을 본 순간, '이거다! 앞으로는 이런 게 오겠구나' 싶었습니다. 단순히 귀로 듣는 음악을 넘어 영상/뮤직 비디오까지 함께 플레이하면 그 영상 속에 등장하는 가수나 래퍼들까지 볼 수 있으니 전달력도 훨씬 높고, 손님들도 더 재밌어하겠다 싶어 그때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뮤직비디오만 구해서 틀면 충분했는데, 어느 순간 EDM 음악이 대세가 되면서 뮤직 비디오가 아예 없거나, 설령 있더라도 해당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영상들이 많아 직접 음악에 맞게 영상을 제작을 하는 경우까지 일이 늘어나게 되었죠.


현재 프로듀싱도 함께 하시고 있는데, 디제이로서 프로듀싱까지 함께 공부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된 건가요?


절! 대! 아닙니다. 디제잉과 프로듀싱은 전혀 다른 분야예요. 물론 본인의 음악을 무대에서 플레이하는 게 더 멋지고 좋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EDM 페스티벌에서 음악을 트는 디제이들 중 본인의 음원이 대박이 난 경우도 종종 있고요. 본인의 곡이 있고 그 곡이 히트 곡이라고 하면 본인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훨씬 도움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기 곡이 없다고 해서 디제잉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디제잉을 통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럽 음악 감독으로도 활동하셨던 걸로 아는데, 어떻게 하면 클럽에서 음악을 트는 디제이가 될 수 있을까요?


음악을 잘 틀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고요. 다음으로는 그곳을 갈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일 무난하고 올바른 방법은 한 클럽에 수습 혹은 막내 디제이로 들어가서 상주하면서, 아래 단계부터 차근차근 업장 돌아가는 상황이나 음악 스타일을 익히며 레벨업 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 방법도 TO가 있어야 가능한 거긴 하지만요. 이렇게 경력을 쌓다 보면 좋은 시간대에 음악을 틀 기회도 잡을 수 있고, 그러다 디제이로서 인정받게 되면 다른 클럽에 타임 디제이로도 갈 수 있겠죠.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가 않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여기저기서 갑자기 튀어나온 디제이들이 무차별적으로 치고 들어 오는 상황을 겪게 되면, 씬의 한 사람으로 참 답답함을 느끼곤 하죠. 디제이도 직업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현재 클럽씬이 상식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너무나 커서 시원한 게 뭐라 답을 못주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들 실력보다 인맥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이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사실 이 이야기는 디제이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원들에게서도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잖아요. 일단 실력이 좋아도 사람들이 그걸 몰라준다면 아무도 불러주지 않겠죠. 그러니 실력만큼 인맥도 중요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본이 실력입니다. 실력도 안되는데 인맥으로만 활동하는 디제이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상식 이하의 그런 말들이 생겨났는데 이 또한 씁쓸한 지금 현실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모두가 성숙해야 해결 가능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디제이들이 증가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데, 현업 디제이 입장에선 어떠신가요? 일종의 '압박감'이랄까... 그런 건 없으신가요?


사실 압박감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큽니다. 물론 절대적인 디제이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확률상 제가 설 자리가 많아질 순 있겠죠. 하지만 디제이 수가 많아지는 만큼, 이에 비례해 실력이 좋은 디제이들 또한 많이 생겨나기 때문에 이 씬 전체로 보면 더욱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그마한 파이를 나누어 먹으려고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보다는, 나누어 먹을 파이 자체를 키우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죠. 제가 생각했을 때 안타까운 부분은, 아직 디제이로서 본인의 실력이 갖추어지지 않았는데, 여러 편법적인 루트를 통해 데뷔해서 활동하는 디제이들 때문에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실력 있는 디제이들이 설 무대가 적어지는 것입니다. 능력이 부족한 거라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무대를 빼앗겼을 때 그 디제이가 느끼는 박탈감, 이게 저는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금까지 디제잉을 해오시면서, 본인만이 가지고 계신 목표나 욕심이 있으시다면요?


목표이자 욕심이라면 이 직업이 저의 마지막 직업이었으면 합니다. 꼭 무대에 서는 디제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 알려주고 들려만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음악으로 저의 커리어를 시작해서 끝을 맺었으면 하는 엄청 큰 욕심과 목표가 있답니다. 

끝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많은 아마추어 디제이 분들이 전업을 꿈꾸잖아요. 업계 선배로서 한 말씀드리면, 아마추어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지만, 프로의 세계에선 열심히 그리고 잘해야 해요.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언제나 마음속에 담아두시고, 이왕 할 마음을 먹으셨으면 아마추어로 남는 거보다 프로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시라고 응원하고 싶네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각자의 영역 서로가 존중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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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의 문외한도 그 일을 1만 시간 정도 집중해서 하면 경지에 도달한다고 하는데, 디제이를 시작한 이래로, 음악을 찾는 디깅을 포함해 거의 3만 시간 이상을 투자해온 것 같다고 말하는 디제이 노크. 디제이라는 직업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멋진 음악, 무대를 선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성실하고 꾸준히 노력해온 디제이 노크. 그의 이야기 속에서 프로란 무엇인가를 느낀다.


인터뷰에 협조해주신 디제이 노크님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퇴근 후 디제잉 인터뷰 시리즈는 앞으로 씬의 다양한 분들의 가감 없는 이야기를 전하는 창구로서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퇴근 후 디제잉]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afterworkdj/

[퇴근 후 디제잉]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FEx0YLWzEY3tYgzbFLBwCA/featured

디제잉 가이드 북, [오늘부터 디제잉] 구매처 : Yes 24/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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