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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Mar 31. 2020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글은 쓰고 싶고...

무슨 말을 써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글은 쓰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이 글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써보려고 합니다.

한두 달 전에 저의 브런치 방문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하루에 수천 명이 방문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 이제 유명해지는 건가? 책을 출판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고

수천 명의 방문자수를 유지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글을 쓸 때 자기 검열이 심해졌습니다.

이 글은 사람들이 안 좋아할 거야! 왜 이렇게 나는 글을 못쓰지?

라는 내면의 두려움의 목소리가 올라와 아무런 글도 쓰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다음 말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도 모르지만 글은 쓰고 싶어 하는 나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어릴 적 나의 꿈이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꿈은 작가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기자, 대학교 때는 영화 평론가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공무원 수험기간 때 나를 다잡아 준 장면이 있습니다. 동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었지요. 나의 그 꿈을 "키스 더 라디오"라는 라디오 프로에 사연으로 보냈더니 스윗소로의 한 멤버가 그 사연을 읽어줬고 시계를 선물을 받았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지방직이 아닌 국가직에 합격해서 동사무소에 들어가지 못해서였을까요? 저는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쓰지 못했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버겁고 퇴근하고 자취방에 오면 간식을 먹으며 티브이만 멍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재밌는 프로가 없으면 리모컨으로 채널을 계속 돌렸지요. 그러다 보면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공무원이라는 것에 합격했어도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니 나라는 존재는 그저 비어있었고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랐으며,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 보다... 라며 체념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는 점점 고갈되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점점 흐릿해졌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흐릿해졌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내 마음을 적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영감을 받는다면 더욱 보람될 것입니다. 나의 글이 관심받길 바랍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그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크게 기뻤습니다. 그러나 중요도가 역전될 때 글을 쓰는 즐거움을 잊게 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글쓰기가 두려웠습니다.


코로나로 아이 셋과 함께하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틈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에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 셋 키우는 것이 당연히 힘든 일이지만.. 그 힘든 일을 버티게 해 준 나의 원동력을 잃어버렸음을 알았습니다. 그 원동력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입니다.


엄마가 되면, 좋아하는 일을 미루고 아이들에게 맞춰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이 있습니다. 억지로 억지로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분노의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쌓여 아이들에게 한이 서린 분노 와다다다 쏟아버리지요. 아이들에게 분노가 쏟아지는 것은 나에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너를 위한 일을 해야 해!! 너에게 기쁨의 에너지가 부족해!"


요즘 저는 내가 기뻐할 일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dslr을 꺼내 사진 찍어보았습니다. 기뻤어요. 내가 무엇을 만들어내는 기쁨이 컸습니다. 보통 원샷해버리는 커피인데, 향기를 맡아봅니다. 역시 커피는 맥심임을 느끼며, 감사한 마음으로 온몸으로 당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에게 미소 지어줄 수 있는 당이 충전되었습니다. 라면에 문어를 넣어 문어라면을 만들어봤습니다. 아이들 주려고 아꼈던 문어를 나를 위해 넣어봤습니다. 문어를 보니 영화 "아가씨"가 떠올라 한입 먹다 버렸습니다. 문어는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합니다. 라면에는 달걀을 넣는 것이 최곱니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글이 쓰고 싶어 그냥 썼습니다. 기쁩니다. 단전에서 기쁨이 올라옵니다. 흐려졌던 내 존재가 살짝 모습을 드러냅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아이 셋과 함께하는 24시간.... 그 시간 속에서도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은 꼭 보물 찾기와 같습니다. 내 안에 있는 그 보물을 하나하나 발견하는 기쁨,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고 이런 것을 싫어했다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이, 나를 살게 해줍니다.


여러분을 기쁘게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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