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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May 25. 2020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책 서평을 가장한 육아 이야기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사서 태뱃속 아가에게 매일 읽어줬던 책이 있다. 로제티 슈스탁이 쓰고, 처치가 그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책이다. 불러진 배를 만지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말 그대로 "오열"을 했다. 어찌나 눈물이 나오는지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이 힘들었다. 왜 그랬을까?


첫 아이가 일곱 살이 된 지금, 내가 왜 그렇게 울었나.. 를 생각해본다. 그때 나는 "사랑해"라는 말이 참 어려웠다. 누군가를 아무 이유 없이, 사랑한다는 것.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손가락과 발가락을, 깔깔 웃거나 앙앙 울어도 항상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이 두렵고 영광스러웠다. 나에게 그렇게 사랑하게 되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눈물겨웠다.


세 아이 모두 원에 가고 없는 날,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눈물이 아주 매우 많은 사람이다.)  평일 오전, 내 곁에 어떤 아이도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낯설었다. 가벼웠다. 그러나 눈물이 났다. 7년의 시간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이 갑자기 하나하나 떠오르며,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새삼스레 생각이 났다.


첫째 아이는 잠이 없었다. 재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찾아봤다. 어떻게 하면 아기를 재울 수 있는지 몰랐다. 졸리면 자야 하나, 졸리면 우는 아기였다. 밤새 몇 번이고 깨어났다. 낮에는 절대 누워서 자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아기를 몇 시간씩 업고 안고 있어야만 했다. 나의 그 모습이 안쓰러워 도와주려고 오는 부모님 지인들 모두, 몇 시간 아기를 돌보고 난 뒤에 이 아기는 눕혀 재울 수 없다는 걸 인정했다. 아기는 다른 집 혹은 장소에 가서 졸리면, 절대 잠들지 않았고 비명처럼 울었다. 나는 아기를 데리고 얼른 집에 와야 했다. 아이가 낯가림, 잠투정이 심해 어디 가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외로웠다.


그때 나는... 상처를 받았다. 엄마인 나도 상처를 받는다. 내가 태교를 잘못했나, 내가 아기를 잘못 키우고 있나... 온갖 생각이 들었다. 무조적인 사랑을 해주겠다고 다짐했던 나였는데 아이가 밉고 싫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무서웠다. 그냥 이렇게 죽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많았다. 내게도 무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이가 필요했다.


내가 임신 중에 이 책을 읽으며 울었던 이유는 내게도 이 말을 해주는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웠기 때문이다. 이 말을 내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엄마도, 아빠도, 남편도 아닌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내가 나에게 사랑을 줄 줄 알 때, 엄마와 아빠와 남편이 주는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에게,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아이들이 없는 홀로하는 이 시간 이 책을 다시 펴본다. 그리고 나에게 말해준다.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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