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5년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둘째가 태어난 후입니다. 첫째가 유제품 알러지가 심해 일반 어린이집에 갈 수가 없어 아이 둘은 제가 데리고 있었지요. 양가부모님의 도움은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아이들은 21개월밖에 차이나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아파트 안에 갖혀 혼자 아이 둘을 보는 일은 지옥과 같았습니다. 고립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혼자서 두 아이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한다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런 저를 살리게 했던 것은 사람들 입니다.
거의 매일 친한 언니의 집으로 갔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첫째덕분에 아침 9시에 아이 둘을 차에 태우고 30분을 운전해서 언니집으로 출근했습니다. 내가 가면 언니는 프렌치토스트, 캡슐커피...를 건내줬어요. 내가 겪는 육아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면(매일 같은 이야기였을 겁니다) 언니는 항상 진심으로 나를 위로해주었습니다.
또 다른 언니는 우연히 첫째의 심한 잠투정을 보고는 나에게 "은화야 어떻게 이렇게 사냐"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로 언니는 자주 나를 언니네집으로 불렀습니다. 지친 나에게 부엌으로 불러 아이들 몰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한숟가락을 내 입에 넣어주었지요.
둘째를 임신했을 때 코칭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첫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됐을 때부터 자격증 취득을 위해 실습을 했습니다. 둘째를 데리고 실습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나를 자주 집으로 부른 언니가 있습니다. 둘째를 예뻐해주고 안아주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만들어주었지요. 이 언니는 이제 우리 셋째를 안고 음식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교유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습니다. 음...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하는지, 친구와 무슨 대화를 해야하는지를 몰랐습니다. 친하게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변해 나에게 말하지 않은 그녀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항상 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최근까지 무리 속에 혼자여서 당황하고 외로워하는 꿈을 자주 꿨습니다.
나의 본모습이 들키면 사람들이 날 떠나갈거라는 불안이 항상 있었습니다. 진짜 내 모습은 잘못된 것이고 사랑받을 가치가 없고 부끄러운 것으로 여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잘 보일까? 어떻게 행동하면 예쁨 받을까?에 대해 항상 고민했습니다. 사람들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지치고 허무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도 사람들 속에서 눈치를 보는 것은 여전했습니다. 나를 숨기고 포장했지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종일 가면 속에 있는 것이 답답해서 벗으려고 애쓰고 있을 때 많은 분들이 나에게 손을 내밀어줬습니다.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순수하게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었지요. 처음으로 타인에게서 꾸준한 친절과 진심을 받아봤습니다. 그 호의가 나를 변화시켰습니다. 나도 그런 호의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잘못된 사람이 아니구나.... 남들에게 잘 보이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내모습이 편안해졌습니다. 함께하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진실된 친절을 베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나는 혼자되는 악몽를 꾸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어떻게 아이 셋을 낳고 키울 생각을 했어요? 안힘들어요?라는 질문을 무척 많이 합니다. 아이 셋 낳으려고 계획한거 아니고요. 계획했으면 첫째 아이만 있었을 겁니다. 양가부모님의 도움 없이 아이 셋을 그럭저럭 키울 수 있는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기때문입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가 몸살이 나면 우리집에 와서 청소를 해주는 동생이 있고요, 육아로 스트레스 받아서 울고 싶을 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언니가 있고요, 혼자서 아이 셋이 버거울때 언제든지 집으로 오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무슨 교구를 쓰는지, 무슨 학습지를 하는지를 궁금해 하기보다는 서로의 삶과 가치를 궁금해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기때문에 나는 아이 셋을 키울 수 있습니다. 육아로 힘들어하는 많은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세요. 함께 하고자하는 선한 진심만 있다면, 좋은 사람들이 여러분 곁으로 모일 겁니다. 어느새 엄마도 아이도 좀더 편안해질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들에게서 힘을 얻나요?어떤 이들과 함께 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