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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만드는 기도

2월 16일 주제 - 기도

by 생각샘

미스코리아 당선을 앞둔 미인에게 소원이 뭐냐고 물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가끔 뜬금없이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마찬가지로 뜬금없이 이 세상에 모든 전쟁이 사라지고 모든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자주 기도한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기도를 하다니! 나는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라고 말이다. 나는 천국을 만들어 달라고 말로만 기도하고 스스로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감탄하는 거다. 부끄럽다. 이렇게 나의 실체를 고백하고 나니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 말로는 세상이 천국이 되게 해달라고 하지만 행동으로 실천한 바는 글쎄.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 걸로 봐서는 없나 보다. 늘 내 밥벌이하며 살기도 버거웠다.

그런 내게 정말 충격으로 다가온 그림책이 있다. 심지어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하니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

프랑스의 알프스 산악지역 부근의 한 마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 마을은 지나친 벌목으로 숲이 사라지고, 마을 전체가 황폐해진다. 먹고살기 어려워진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피폐해진다.

주인공인 양치기 노인은 이런 마을에 남아 매일 씨앗을 심는다. 3년간 10만 개의 씨앗을 심었다. 그렇게 35년 가까이 매일 씨앗을 심고 가꾸었다. 3년간 10만 개인데 35년이면 몇 개의 씨앗을 심은 것일까? 황무지가 숲으로 바뀌며 어떤 기적을 이루어냈는지를 직접 본다면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말로만 하던 기도를 그 노인은 행동으로 하고 있었던 거다. 그 노인이 천국을 만들기 위해 행동으로 한 기도가 나에겐 퍽 큰 울림이 되었다. 하느님은 고집스럽게 조용히 숨어 선한 일을 하는 자에게만 천국을 보여주실 거라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나도 천국을 보고 싶으나 그 정도로 강하고 멋진 사람은 아니니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런 척이라도 하며 살아야겠다. 이 책의 선한 기운을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것도 나의 기도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천국으로 만드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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