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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하루를 듣는 시간

3월 13일 주제 - 하루

by 생각샘 Mar 14. 2025

 사춘기가 온 아이의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지지 않는다. 접착제로 붙여놓은 듯 손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때는 그냥저냥 참아주겠는데 식사할 때만큼은 참아주기 힘들다. 눈이 폰에서 떨어지지 않아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지가 뭘 먹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 안그래도 키가 작아 걱정인데, 공부하라고 스트레스를 주면 더 안 자랄까 봐 내신을 그냥 버리자고 했다. 공부고 뭐고 지금은 잘 먹고 잘 자는 게 더 중요하니까 스트레스받지 말고 잠이나 푹 자라고 했는데 스트레스 안 받고 폰만 보고 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늘도 학원 때문에 귀가가 늦어진 아이 홀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차려주고 아이 앞에 마주 앉았는데 아이는 폰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괜스레 아이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며 아이의 하루를 궁금해한다.


 “오늘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어? 무슨 수업이 있었는데? 역사? 역사 선생님은 남자야, 여자야? 키가 크셔? 작으셔?”


 나의 폭풍질문에도 아이는 폰만 보며 건성건성 대답하기 귀찮아한다. 그래도 이런저런 질문으로 낚시질을 한다. 뭐 하나 물기만 하라는 심정으로 아이의 하루를 건져 올린다.


“다른 과목 선생님들은 다 만났어? 어떠셔?”

“아, 엄마. 명이나물 선생님이.”

‘앗싸, 드디어 물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명이나물? 선생님이 명이나물을 좋아하시나? 선생님의 별명인가?”

“응. 명희쌤이셔.”

“아!”

“그런데 그 선생님은 아이들한테 화가 나면 수업을 안 들어오셔. “

“읭?”

“반장이 모시러 가서 수업 들어오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면 팔짱을 끼고 휙 돌아서서 ‘나 안 간다!’ 그러신대. 친구들이 그 선생님 흉내를 내는 게 너무 재밌었어.”

“아. 그랬구나. 재밌었겠네. 또 재밌는 일 없었어?”

“학원에서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선생님이 분무기로 물을 뿌리시는데.”

“벌써 재밌구나.”

“선생님이 빨리 움직이라고 하니까 어떤 친구가 일부러 거북이처럼 천.천.히. 움직여서 선생님이 물을 뿌리려고 하니까 갑자기 엄청 빨리 움직여서 너무 웃기고 놀랬어.”

“진짜 재밌었겠네.”

엄마, 여기까지야.

“뭐가?”

“이제 그만 물어봐.”


아뿔싸! 아들이 그냥 물려준 척한 거였구나! 아들이 물린 거든 물려준 거든 아들의 하루를 듣는 이 시간이 달콤하다. 아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행복한 청소년기가 되고 또 하루하루가 모여 달콤한 인생이 되길 바란다. 내가 아들과 함께 한 이 시간이 달콤했던 것처럼.


오늘 같은 날 보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 김현주 작가의 <우리 모두의 하루>.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그림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모두의 하루가 편안하고 행복한 하루이길. 이런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모여 당신의 인생이 아름답다고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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