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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무슨 색일까?

1월 11일 주제 - 바람

by 생각샘



2025년 새해에는 복을 많이 받고 싶었다. 하지만 2025년 새해의 대한민국은 정치 불안의 바람이, 경제 불황의 바람이, 실직의 바람이 분다. 우리 부부는 그 사나운 된바람을 정면으로 맞았다. 마음속에 바람이 분다. 차갑고 서글프고 시름 가득한 바람이다. 그 와중에 오늘은 아들의 생일이다. 정신이 없어 글쓰기 도전 따위 까맣게 잊었다. 아들의 생일인 저녁 밥상에 잡채라도 올려놔야 할 것 같아 동네 마트에 갔다. 7080 옛 가요가 흘러나온다. 김범룡의 ‘바람바람바람’.


그대 이름은 바람바람바람.

날 울려 놓고 가는 바람.


정치 불안의 바람이

경제 불황의 바람이

남편의 AIDT 사업을 날린 바람이

나를 울려 놓고 간다.


나도 모르게 노래에 심취해 흥얼거리다 아차 싶다.

까맣게 잊고 있던 글쓰기 주제가 바람이었지.


마음속에 폭풍이 불어오니 폭풍에 관한 책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오기가 발동한다. 차갑고 서글프고 시름 가득한 바람 따위 잊어주리라. 그럴수록 따뜻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사람들에게 권해주리라. 그래서 이 책을 권한다.


<바람은 보이지 않아>


벨기에 작가 안 에르보의 그림책이다. 안 에르보는 추상적인 개념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년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볼 수 없는 바람의 색을 알아보고자 바람처럼 떠난다. 소년이 찾은 바람의 색은 무엇일까? 궁금하면 꼭 읽어보길.


표지에 있는 점자는 프랑스어다.

VENT.

바람.


그대 이름은 바람바람바람.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바람은 그저 스치고 지나갈 뿐.

비록 지금 울지만 쓰러지진 않을 테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 된바람 너머 희망을 봐야겠다.

악착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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