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수련한 지 4년이 되어가도록 여전히 시르사 아사나(머리서기)는 내게 먼 꿈.
요가에 입문할 때부터 꼭 해보고 싶던 자세였다. 왠지 이 자세를 해낼 수 있다면 어색하지 않게 스스로를 요가 좀 하는 요기니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 내 꿈은 아름다운 요기니. 시르사 아사나만 되면 이효리가 될 수 있을 거란 단단한 착각에 빠진 대한민국 여성 중 하나였던거다.
시르사 아사나가 쉬운 아사나는 아니지만 나처럼 이렇게 오래 걸리는 사람도(적어도 우리 요가원에는) 없는 것 같다. 체형에 따라 상대적으로 조금 수월하거나 아닌 자세가 있는데 극단적인 소음인 체형으로 어깨와 팔 힘이 약하다보니 상체로 받쳐 하체를 세워야 하는 시르사 아사나에 취약할 수밖에.
깍지 낀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팔꿈치로 안정적인 삼각형 토대를 만든 후 두 다리를 최대한 몸에 가깝게 걸어 들어가는 돌핀 자세를 잘하다가도 막상 몸의 중심을 상체로 옮기고 몸을 들어 올려야 할 결정적 순간이 오면 갑자기 막막하고 두렵다. 지지대가 되어야 할 팔꿈치가 바닥에서 뜨면서 몸이 휘청거리거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초반에는 시르사 아사나만 하면 목을 삐끗하곤 했다. 한두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몸 전체에 미리 힘이 너무 들어가 버리는 악순환의 반복.
무엇보다 겁 많은 성격에 이제껏 몸을 움직이기 보단 앉아서 읽는 일만 했던 나에겐 이 아사나를 시도하다 뒤로 넘어갈까 싶은 공포심이 워낙 컸다. 원리를 이해하려 원장님이나 선생님들 설명을 듣기도 하고 혼자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막상 머리를 박고 있으면 머릿 속이 하얘지면서 어떻게 몸을 써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안될수록 딱히 이 자세를 꼭 해야할 이유도 없는데 집착도 심해졌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도무지 진전이 없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대상도 없이 몹시 분했다. 아휴, 옆 매트의 20대 젊은 여자는 수련 기간이 짧아도 쉽게만 하던데…… 뒷 매트 저 사람은 팔 힘이 좋나? 다른 자세는 안되는데 어떻게 이 자세가 저렇게 쉽게 되지? 다른 매트를 힐끔거리고 혼자 화냈다 절망했다 우울해지는 감정들이 한동안 좁은 매트 안에서 다채롭게 펼쳐졌다.
지금은 그 단계마저 약간 초월한 상태. 어쩌랴, 아무리 비교하고 부러워하고 시기해봤자 그 사람들과 나는 아무 관련 없는 남인걸. 지난 몇 년 동안 원장님께서 붙잡아 주기도 하시고 여러 방법으로 설명을 해주신 게 죄송할 정도로 몸으로 익히는 게 더딘 사람이 나야 나.
내 몸을 정성껏 살피는 데만 집중해보자. 그날 컨디션을 확인하고 무리하다 다치지 않는 게 일 순위. 호흡으로 몸의 긴장을 최대한 풀고 천천히 힘줄 곳과 뺄 곳을 구분하면서 차분하게 수련에 임한다. 그리하여 최근 나의 상태는 벽에 살짝 발뒤꿈치를 대거나 한쪽 발을 댄 채로는 시르사 아사나가 가능한 정도.
요가원에도 변화가 있고 개인적인 목표도 수련을 더 해보는 것이라 새해부터 기존 60분에서 80분 요가 수련으로 늘려 주 3회 하고 있는데 아직 며칠 안되었지만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쉽진 않지만 수련을 하면서 차차 몸이 더 풀리고 실제로 마지막 즈음 가면 평소 어려워하던 자세도 종종 해내는 성취감을 얻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1분 남짓이었지만 평소보다는 분명 더 길게 팔꿈치와 감싸 안은 머리로 삼각형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벽에 기대지 않은 채 오롯이 몸을 곧게 세웠다. 됐다! 바로 몸이 알아챘다. 짧지만 강렬한 희열이었다.
타고난 운동 감각도 없고 오래 방치되었던 몸은 여전히 부끄럽도록 저질이지만 그래도 매일의 수련에 정성을 다하면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다. 갈 길은 멀지만 덕분에 오늘도 부족한대로 계속해 나간다. 유연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