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뜬금없지만 요즈음 동의보감을 즐겁게 읽고 있다. 정확하게는 동의보감을 쉽게 풀어쓴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고미숙 저)>란 책인데 고전 평론가인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담아 말하듯 쓴 책이라 동양 의학이나 사상에 무지한 상태에서 읽어도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현대인의 상처에 관한 부분. 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스마트폰 시대에 오장육부의 기운은 자연스럽게 순환되기 어렵다. 기쁨과 쾌락이 구별되지 않는 삶을 사는 현대인의 기쁨은 쉽게 쾌락으로 흩어지고 슬픔은 작은 것이라도 자의식 안에 쌓아 두는 경향이 생긴다고.
이런 구조가 심화되면 어떤 일을 겪어도 쉽게 상처가 되어 버린다. 콤플렉스 덩어리나 상처투성이가 된 내면에 어딘가 나만을 전적으로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과대망상까지 결합하면 자기만의 '외딴 방' 혹은 '얼음 궁전'에 갇혀 버리기 십상이란다.
기본적으로 오장육부나 칠정(기쁨, 생각, 슬픔, 우울, 공포, 무서움, 화냄)은 보이지 않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이 감정의 흐름을 자신이라 여기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저자는 뜻과 감정의 차이, 구체적으로 뜻이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지 살피고 관찰하는 훈련부터 하자 한다. 그리하여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하자고.
며칠을 쉰 다음 맞는 월요일 하타는 약간 부담스럽다. 늘 뻐근한 상태에서 시작해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대신 정성을 다해 수련을 마치면 화요일 비크람에서는 몸이 한결 가볍다. 이번 주도 화요일 수련 시 시르사 아사나가 한결 수월했다. 어깨나 목에 과도한 힘이 실리지 않고 편안한 상태를 경험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수요일 아쉬탕가에서는 흔들렸다. 삼일 연속 수련을 하며 수요일 아쉬탕가는 그 주를 평가하는 내 나름의 시험처럼 여겼다. 그런데 어제 잘 되던 시르사 아사나가 왜 오늘은 힘든가. 분명 그전까지 차오르던 에너지가 왜 여기서 뚝 끊기는가. 스스로 납득할 수 없어 괴롭곤 했는데 동의보감을 떠올리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엄밀히 말해 난 어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계절은 똑같이 반복되는 게 아니라 매년 조금씩 달라지며 순환한다는 이치. 미묘하게 달라진 우주 속 생명체 중 하나인 나도 그 순간과 오늘 이 순간의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수련을 마치고 혼자 다시 천천히 돌고래 자세로 다리를 좁혀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시도하니 어깨나 목의 긴장이 풀리며 아까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시르사 아사나를 유지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가게 하라. 몸과 우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현명함을 구할 것을 다짐해 보는 이번 주도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