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올 초 장기하가 특유의 무표정함과 툭 내려놓은 목소리로 주문처럼 '부럽지가 않어'를 읊조릴 때 B급 유머 같기도 한 이 노래는 크게 회자되며 사랑받았다. 몇 번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이 노래가 뇌리에 남는 건 노래가 주는 묘한 반항감 혹은 자신만만함 때문 아닐까.
요즈음 나의 상태를 말하자면 바로 장기하의 그 말투로 '부럽지가 않어' 즈음?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던 매일 수련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기존 수련에 목요일 오후 빈야사와 금요일 오전 폼롤러로 스트레칭하는 힐랙스를 추가한 이 루틴이 꽤 마음에 든다.
평소보다 몸을 많이 쓰니 근육통을 달고 사는 건 피할 수 없지만 몸이 자연스럽게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힘이 길러지는 게 느껴진다. 확실히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에서 들어 올리는 느낌이 수월해지고 어제는 밴드와 원장님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처음으로 에카 파다 라자 카포타 아사나(왕비둘기 자세)에서 머리끝과 발끝, 손 끝이 닿았다.
수련 시간을 늘리니 상대적으로 제일 약한 어깨와 등근육에 더 무리가 가서 그런지 시르사 아사나는 오히려 2주 전보다 불안정해 아쉽지만 수련의 기본은 규칙성과 꾸준함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요즈음, 전반적인 생활도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다.
매일 요가원에 가면 일상에 무리가 있지 않을까 했던 기우와 달리 꼭 필요하지 않은 약속이나 일들이 자연스레 정리되었다. 왜 일주일에 두 번 즈음은 꼭 누굴 만나 브런치를 하거나 볼 일을 보러 나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집에서 마음껏 뒹굴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지? 아마 수련을 하는 나머지 삼일 동안 수고했으니 라는 보상 심리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매일 수련으로 몸과 마음은 균형과 중심을 잡아간다. 그날 수련에만 집중하고, 수련 내용에 일희일비하는 일도 줄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급하지 않게, 대신 자신을 속이진 말고 성실하게 해 나가려 노력한다.
이런 연습이 수련실 밖으로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고. 즉, 괜스레 남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우울해하거나 좌절하고 내 게시물의 좋아요 수에 일희일비하거나 카톡 읽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줄었다는 말.
성실한 수련을 통해 보기만 좋은 것 말고 '진짜' 삶을 살고 싶다. 과장되지도 지나치게 움츠러들지도 않고 지금 나를 똑바로 응시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모아 의미 있게 쓰고 싶다. 그러니 나는 지금 아무것도 '부럽지가 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