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gainJ Apr 04. 2023

뒤늦게 불러보는 마징가 Z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인조인간 로봇 마징가 z

우리들을 위해서만 힘을 쓰는 착한 이

나타나면 모두모두 덜덜덜 떠네

무쇠팔 무쇠다리 로켓주먹

목숨이 아깝거든 모두모두 비켜라

마징가 쇠돌이 마징가 z


여자 형제들이 많은 집안에서 자랐고 딸을 키워 그런지 로봇은 늘 관심 밖 영역이었다. 여전히 마트 장난감 로봇 코너에선 한참을 아련하게 쳐다보다 종종 프라 모델 조립을 즐기는 (남자 형제만 있는 집안 출신) 남편은 아이언맨의 심오한 세계관으로 내 관심을 유도하지만 글쎄…… 오히려 꿈꾸던 첨단 갑옷을 실제로 입고 세계를 구한다는, 재력과 시간을 모두 갖춘 성공한 중년 남성에 완전히 몰입한 우리 집 리얼 중년 남성을 관찰하는 편이 흥미롭네.


로알못이지만 그래도 마징가 z 주제가 정도는 유년 시절 기억 한 조각으로 흐릿하게 남아있다. 강한 팔과 다리를 갖고 싶은 아이들은 유달리 과장된 율동과 큰 목소리로 신나게 이 노래를 불러재꼈다.


그런데 그 무쇠다리, 나도 좀 갖고 싶단 말이지.


위를 보는 활 자세라는 뜻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에서 후굴로 팔을 주욱 펴는데 거의 시르사 아사나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팔과 어깨의 힘이 약한 탓이라 여겼는데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에서 다시 팔과 다리를 좁혀 가다 상체를 들어 올라오는 컴업 수련으로 연결하다 보니 지금 더 필요한 건 다리의 힘이다. 하체가 단단해야 허리 힘을 뺄 수 있고 상체에 무게가 쏠리지 않을 수 있다. 최대한 상체를 하체 가까이 접근하다 끌어올리는 마지막 힘도 결국 단단한 다리에서 나온다.


컴업으로 올라왔다 다시 반대로 내려갈 때도 끝까지 서서 버티는 느낌으로 조심조심 뒤로 손을 뻗어야 한다.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발바닥에 쥐가 날 것 같지만 버텨야 한다. 여전히 도움 없이 혼자는 올라오는 것도 돌아가는 것도 벅차다. 아, 조금만 더 단단한 다리를 가질 수 있다면!


26 가지 아사나를 순서대로 진행하는 비크람 수련에선 특히나 여전히 다리 힘이 부족한 게 느껴진다. 한 발로 서서 무릎에 머리를 대거나 선 활 자세까지 갈 것도 없이 그저 두 발로 똑바로 서서 앞 뒤 좌 우로 구부려주는 시작 자세, 아르다 찬드라사나부터 쉽지 않다. 두 발바닥에 고루 힘을 분산시켜 몸의 가운데을 조이고 바로 서자 의식하면 그 순간 발바닥도 양 허벅지도 마구 제 멋대로 나가고 싶어 휘청거린다.


전형적인 소음인 체형이라 그나마 몸에서 튼튼한 곳은 다리라 믿었건만 믿었던 다리가 이렇게 배신을 한다. 단단하게 뿌리 내리기란 수련실 안에서도 밖에서도, 어릴 때나 지금이나 늘 어렵다.


아이언맨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중년의 아련한 추억 속에만 남은 은퇴한 마징가 z라도 불러내 빌려보고 싶구나. 아, 무쇠 다리여!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로운 생활 시즌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