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시티, 시선은 수련 때마다 강조된다. 시선을 거울이나 바깥에 두면 호흡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련 중에는 시선을 코 끝에 두거나 아예 가볍게 눈을 감고 아사나에 집중하기도 한다.
드리시티의 방향은 신경 써서 의식하고 있었는데 최근 깨달은 건 그 내용이다. 위치는 분명 코 끝에 있었지만 그 시선이 지나치게 차가웠던 건 아니었나? 마치 스스로를 감시하듯 지금 호흡은 제대로 하고 있나, 집중을 하고 있나 끊임없이 확인하려 했다. 방향은 분명 내면을 향하고 있었지만 흘끔 거울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이었다.
아프고 난 후로 수련 중에 그날 컨디션을 조금 더 섬세하게 살피게 되었다. 호흡이 자연스럽게 되는지부터 가만 들여다본다. 아사나가 가능해도 호흡이 부자연스러우면 버티지 않고 그전 아사나로 돌아가 머무른다. 내 몸에게 충분히 시간을 준다.
이번 주엔 로우 런지 자세에서 팔을 뻗어 후굴 하는 안자네야아사나 수련을 했는데 이전에는 어떻게든 손으로 다리를 잡기 위해 애를 썼다면 이제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골반 균형과 호흡을 먼저 살피고 호흡이 벅차면 후굴 했던 팔을 다시 가져와 호흡부터 가다듬는다. 호흡이 안정되면 다시 한번 시도하는 식으로 반복. 아사나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조금씩 풀어주니 고관절 스트레칭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에서도 무작정 팔다리로 들어 올리려 애쓰기보다는 브릿지 자세를 반드시 거쳐서 호흡을 고른 후 다리 쪽에 힘을 실어 등을 편 후 팔을 주욱 펴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는다. 아사나를 유지하면서도 호흡을 놓치지 않고 등과 어깨 상태를 확인한 후 천천히 다리 쪽으로 접근해서 힘을 자연스럽게 다리로 점점 싣는다. 아직 혼자 컴업을 할 순 없지만 이제 확실히 도움을 덜 받고 올라올 수 있게 되었다.
자기 검열이 심한 편이라 너그럽고 부드러운 눈빛을 스스로에게 보내는 게 어렵다. 자기 비하에 쉽게 빠지는 데다 부족하거나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늘 확인 또 확인하곤 했다. 날카롭고 집요한 시선이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한 눈빛을 장착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게 나를 성장시키는 일인 것만 같았다.
부드러운 시선이 곧 자연스러운 호흡이 되고 결국 아사나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요가를 통해 배운다. 부드러움이 나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단단함이라는 걸 깨닫는다. 결국 나를 잘 돌보는 일이 이 모든 아사나와 수련의 목표니까 지긋이 스스로를 봐줘야지. 그런 의미에서 셀프로 외쳐본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자신을 돌본다는 게 뭐예요? 어떻게 하는 게 돌보는 거예요?
(중략)
밥을 잘 챙겨 먹는 것도 자기를 돌보는 거예요. 입으로 들어가는 건 좋은 걸로 골라 먹어요. 라면 같은 걸로 때우지 말고.
마음 서성대면서 새벽까지 깨어 있지 말고,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도 자기를 돌보는 거예요.
기분이 우울하고 마음이 히들 때 집에 혼자 있지 말고, 나가서 햇빛이라도 쬐어주세요.
술에 기대지 마시고요.
어떤 감정을 너무 오랫동안 끌어안고 있지 마세요. 에이, 그냥 잊어버릴래, 하고 털어내려 노력하는 것. 그것도 나를 돌보는 거고요.
외로우면 외롭다고 징징거리기도 해야 해요.
최혜진,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