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 별투성이

by KAKTUS


가을날이 봄날 같아 주위를 돌아본다

계절의 밀회는 끝나지 않았구나


1.

나는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 같다

잇단 사랑은 아무런 위로도 없이 떠났다

⏤ 건네주지 못한 것이 있었다


2.

길 위에 소문이 들려왔다

아주 먼 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었다

지나간 사랑으로부터 그는 밤호수를 향했다고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의식처럼 느껴졌다고


3.

호수 앞에서 그는 옷을 벗었다

나체 하나가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갔다 밀회였다

자맥질을 하는 깊은 숨이 들려왔다


4.

그곳에 밀회는 또 있었다

사랑을 끝낸 별들의 헤엄, 아주 자유로운 소동!

유영하는 그의 곡선을 따라 별들이 걸렸다

가까이에 별 하나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밀회였다


5.

한 동안 그는 어항 속의 별을 보며 지냈다

별안간 어항 속은 헤엄치는 별 하나로 별투성이였다

별 하나가 우리의 시절을 범해 온통 별투성이였다


다시 몇 개의 계절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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