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바람에게 방향이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져
내게는 막연할 뿐인데 말야
이상하지
서쪽에서 온 바람은
먼저 동쪽으로 갔을텐데
서쪽에서 온 바람은
정말 서쪽에서 왔을까
.
.
북북동 방위라는 게 있대
북쪽과 동북쪽 사이
북쪽과 동북쪽 사이의 어디쯤
명확하지도 않은 그 어딘가가
북북동
하고 이름이 되고 말이 되어버렸어
쓰다 보니
북북동
그것은 기원이었네
바람과 사랑 사이의
적절한 기원
북북동을 뇌며
동쪽으로 가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생각해
여기, 가엾게 말 된 것이 있어
'사랑을 찾아나선 나는
오래전 이미 사랑을 발견했다'
한 줄 바람이 번역한 말속에 가엾은 내가 있어
어느 이름 모를 방향만 멍하니 바라보는 내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