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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Mar 13. 2020

조의 맛을 느낄 확률

쌀밥에 콕콕 섞인

옅은 올리브 색깔의

이 작은 알갱이의 이름은

조라고 한다


아무런 신경 거리가 아니었던

이 사소한 점 같은 알갱이들이

문득 쌀밥을 찰지고 아름답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짐의 문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조의 존재감을 몰랐을 것이다


주근깨 투성이 같은 묘함


쌀밥 속에 각개전투로 흩어지고

어딘가엔 동굴처럼 모여있는 귀여운 저항감


쌀밥에 박힌 조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아무리 세심하게

작은 간격으로 곰곰이 씹어봐도

조는 맛의 측정을 거부했다


맛의 영역을 비껴가 누군가 확률적으로

조의 맛을 느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문자를 읽는 데는 수초가 걸리지 않았다

결말은 이미 나있었으니까


밥알을 씹으며, 다시 한 번 문자를 읽는데

이 사이로 조의 껍질이 걸렸다


낮은 확률의 행운은 참 보드라웠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아서

고소하지도 않고 담백하지도 않아서 외려 따뜻했다

사랑을 찾을 확률은 참 쓰라린데 말이다


'또 아니었구나'

'나를 놓치면 아쉬운 건 너일 뿐야'

잘근잘근 조를 씹으며 나는 한 번 더 이별을 받아들였다


어쩐지, 이번엔 이 작은 알갱이 때문에

금방 괜찮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번 더 내가 견고하고 아름답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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