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 에이전트 May 15. 2018

위로

노동의 시간


당장 닿을 수도 없고 시간대도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작업하는 것은 초조함의 연속이다. 보통 피드백의 속도에 나라별 차이가 있다고 오해하는데, 전적으로 사람에 따라 다르다.


폴란드 한 출판사와 계약서를 쓴 지 세 달이 지났다. 그러고도 아직도 서명된 계약서를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사장이 워낙 동분서주하는 스타일이라 연락이 자주 두절된다. 아무리 그래도 3개월의 대기 시간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중간에 분실되었다 찾았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확인할 수 없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한국 출판사에서 그동안 인사 변경이 생겨 정신이 없었기에 독촉을 받지 않은 것이 복이라면 복이다.


중재라는 일에는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양측의 상황을 섬세하게 이해하는 데에다 꾸준히 추적하고 있어야 하면서 모두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이해를 유도해야 한다. 말도 조심해야 하고 실질적인 해결도 먼저 생각해두어야 한다. 이것이 한두 출판사의 문제가 아니기에 머릿속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그래서 막연한 초조감에 시달리고 대기 상태를 끄지 못한다. 초창기에는 무엇이든 해야 했기에 이런 곳 저런 곳 가리지 않고 일했지만, 그나마 요즘에는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곳은 쳐낼 수 있는 여유 정도는 생겼다.


문제는 작품이 좋아 사람을 쳐낼 수 없을 때다. 대기 중인 폴란드의 그림책은 개인적으로도 아주 기대가 큰 그림책이다. 일러스트도 신선하고 글이 품은 분위기도 특별하다. 기대했던 책을 빨리 진행시킬 수 없어 속이 참 상한다. 5월 바르샤바 도서전엘 가면 대표와 만나 단단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낼 수 있는 한 욕심 부리고 끝까지 방법을 강구해 보다가 그래도 안 되면 놓아줘도 늦지 않으니까.


명상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긴장의 양과 강약을 분배할 수 있도록. 세상 안팎의 나를 중재하기 위해.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취향은 향기롭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