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2일부터 26일 일본 후쿠오카 지역에 그린코프라는 생협에 다녀왔습니다.
그린코프 왜 워커즈인가? : 그린코프의 핵심전략으로서의 워커즈
그린코프에는 400여개의 워커즈가 있다. 우리가 떠나는 바로 그 전날, 그린코프에서는 그린코프 워커즈 총 연합회가 발족되었다. 실무자 그린코프 연수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워커즈(일종의 일협동조합)가 그린코프의 핵심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표출되는 실행전략이 될 수 있는 어떠한 근육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생협사업과 조합원활동은 경계가 없으면서도 집중력 있게 운영되고 있었다.(특히 킵앤샵/매장보관 서비스, 겐키카/산별지역 특정 스팟에서 공급하는 물품트럭) 특히 1000여명의 조합원과 함께한 지역운동교류집회의 규모와 집중력은 강한 인상으로 남았는데 생협권력이 아닌 워커즈권력으로 이용, 소유, 노동, 운영을 스스로 해나가고, 생협이 보다 인간적으로 일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는 충분히 높고, 명확하게 느껴졌다. 최근에는 워커들의 임금을 실무자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과제를 생협권력이 아닌 워커즈 권력으로 생협에 개입하고 실현하겠다고 밝히는 것에서 생협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민첩한 조직인가를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그린코프내 워커즈조직을 활성화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유키오카 고문의 설명에 따르면 그린코프생협이 경영을 해나가면서 관료화되어갈 때 보다 인간적이면서 생산적인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 워커즈가 필요하다고 보았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대리인으로써의 실무자. 워커들이 자신의 노동에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건강한 그린코프를 느낄 수 있는 연수였다.
워커즈가 유리한 사업은 무엇인가? : 워커즈는 E2E(end-to-end)다.
워커즈를 하는 이유는 보다 인간적인 직장을 만들고자 했던 설립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지만 모든 영역이 워커즈인 것은 아니다. (유키오카 고문은 워커즈가 생협사업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생협사업을 태동시킨 학생운동이 워커즈운동의 시원이라고 말한다.) 실무 조직과 워커즈 조직은 양립하고 있다. 최근 연합사무국에 그린웍스라는 워커즈가 카탈로그, 사진촬영 나아가 화장품도 개발하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복지사업이었다. 복지사업이 워커즈형태가 유리했던 이유는 생협사업 시스템과 독립적인 전문성을 띄고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즉 기능을 대체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워커즈가 담당하는 사업이 그 자체로 엔드 투 엔드로 전체 프로세스 운영을 위임하고 포괄하는 것이 가능한,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완결성 있는 사업들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운동교류집회에 참여한 워커들이 쉬는 시간까지 단상에 나와서 본인들이 생산하는 서비스를 팔기위해 알리는 모습들은 분명 그린코프의 사업이기도하지만 ‘자기’의 사업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면 한살림은 어떤 방법으로 보다 인간적이고 생산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린코프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 우리는 옳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만들어간다.
지난해 그린코프에서 받았던 좋은 느낌은 리더들의 명확한 메시지였다. 올해 그린코프를 보면서 이 같은 명확한 메시지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를 궁금했는데 그 답은 유키오카 고문과의 간담회에서 얻었다. 유키오카 고문은 “그린코프는 설교하지 않는다. 우리는 옳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좋은 이유 때문에 한다.” “책받침처럼 제도나 시스템이라는 틀을 받치면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그린코프의 가치와 조직운영이 동태적으로 작동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즉 고정되어 있는 가치나 규범들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서 스스로 그리고 함께 대화를 통해 이유를 찾고 그 결정에 대해서는 완전무결한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의 답은 언제나 임시적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입장은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고 동시에 명확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그린코프를 무수히 많이 보아왔지만 우리가 보았던 그린코프는 모두 다른 생협이다. 지금도 그린코프는 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린코프를 통해 우리는 한살림의 위치와 나의 위치를 계속해서 가늠해볼 수 있다.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