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자들은 조직문화와 조직풍토의 차이를 구분한다. 예전에는 이런 논의들을 보면서 조직문화와 조직풍토를 구분하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나? 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점점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익숙해졌고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조직문화에서 문화(Culture)는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된 것으로 '밭을 갈아서 경작한다. '는 의미에서 출발한다. 즉 장기간에 걸쳐서 형성된 것이라는 것으로 이미 맥락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기에 가치판단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결과에 가까운 개념이다. 문화 상대주의와 비슷한 이야기. 조직 문화의 대가인 에드거 샤인도 조직 문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조직 문화란 한 조직이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내부를 통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익히고 공유한 기본 가정이다.”
3. 조직풍토에서 풍토(climate)는 지역에 따라 태양이 지구를 비치는 경사각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설명하는 그리스어 “klinein”, 또는 “slope”으로부터 유래했다. ‘리클라이너 소파’라고할 때 기울어짐도 이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조직풍토라 함은 스냅샷처럼 그 시점에 조직의 분위기를 뜻하는데 조직문화보다는 원인에 가까운 개념이고 가치판단이 가능한. 좋고 나쁨이 있는 개념이다.
4. 정리하자면 조직문화는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대상이고 조직풍토는 개선해야 하는 대상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는 별로야” 라고 했다면 이때의 조직문화는 조직풍토에 가까운 것.
5. 그러면 이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결국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들의 태도의 차이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무언가 변화를 만들어가려면 비판하기 전에 이해하는 차원을 넓히는게 중요할 때가 있다. 오히려 대상을 이해하는 차원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면 만들어낼 변화도 단편적일 것이기 때문. 전방위적인 변화를 모색한다면 조직은 기본적으로 복잡계인 만큼 먼저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갖고 조직문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6. 언젠가부터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마 코로나가 이런 논의들을 더 앞당기고 증폭시킨 것 같다. 정의되어 있는 일들은 이미 누군가 하고 있고 남들이 안한 걸 해야 하는 정답 없는 상황에서 구성원 모두가 탐색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결국 더 효과적이려고, 더 높은 성과를 내려고 문화에 대한 고민은 깊어진다. 우리가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이유.
7. 이런 고민들 끝에 넷플릭스 책도 읽어보고 자율, 책임같은 컬쳐코드를 만들어서 캠페인을 하기도 하고, 조직내부에 인사관련 규정들은 네거티브 방식(이것 빼고 다 됨)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조직장과 구성원, 동료 간의 상호작용에 관하여 룰을 세팅하고 트레이닝하기도 하고, 인사관리시스템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를 다시 설계하기도 한다.
8. 모두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조직문화나 조직풍토를 고민할 때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다. 구성원의 욕구와 참여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 구성원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참여를 전제하지 않는 변화는 현실과의 간극만 계속해서 상기시킬 뿐이다. 던컨하인스 케이크 믹스 이야기를 하고 싶다. 케이크 믹스가 처음 나왔을 때 만드는 과정이 아주 간편했는데도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았다. 던킨하인스는 다른 믹스가 편리함을 강조할 때 소비자의 심리를 고려해서 만드는 방법을 약간 어렵게 만들었다. 계란을 추가하도록 한 것. 그리고 이 믹스는 대박이 났다. 이날 이후 소비자들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든 거니까 맛있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