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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Jan 19. 2023

조직문화의 위기를 감지했을 때


언젠가부터 조직문화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는 조직이 양적으로 성장한 것에 비례해서 실질적인 경영면에서도 성숙을 이뤘는가를 묻는 자성의 목소리 이기도 합니다.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좋은 가치들이 실제 조직 내 문화, 일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구성원의 성장과 경험에 대해서도 일관성 있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인 것이죠.


 조직문화가 담고 있는 논의의 범위는 실로 너무나 광범위합니다.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조직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희미하게나마 깨들은 것이 있습니다. 각 조직 구성원이 문제라고 느끼는 그 조직이 지닌 문화의 현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 다수의 구성원들이 일터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느낌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애당초 조직문화가 엉망이라는 전제가 자리해서였던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이 한숨을 짓게 만든 결과로 조직문화가 망가져 버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질문을 바꿔 본다면 우리 조직이 왜 이리 숨이 턱 막히는 조직이 되었는지를, 이를 초래한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막연하게 “우리 회사는 조직문화가 별로여서 이렇게 문제가 많아” 라며 푸념하던 대화를 멈추고 개선해야 하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막연히 ‘이곳저곳 온 몸이 다 아프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왜 아픈지를 알아야 회복을 위한 접근법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조직의 상태를 체크하는 방법의 하나로, 조직풍토를 점검해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조직풍토와 조직문화는 학문적으로 다른 개념이지만 현실에서는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 글에서는 혼용해서 쓰겠습니다.


 글로벌 인사컨설팅조직인 콘페리는 수십 년간 조사한 결과, 조직풍토가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30% 수준이며 리더십이 조직풍토에 미치는 영향은 70% 정도였음을 밝힌바 있습니다. 여기서 ‘조직풍토’는 구성원들이 향유하는 ‘조직의 분위기’로, 이는 구성원의 직무몰입 정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조직풍토의 측정 지표로는 유연함, 최고지향, 리스크감당, 신뢰감, 명확함, 일체감 등이 있습니다. 이 지표들이 골고루 높게 나타날수록 각 구성원이 일터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여러 조직의 조직풍토를 조사하고 탐구하면서 얻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마치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명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조직풍토를 개선하는 열쇠라는 것입니다. 명확성을 추구한다는 건, 우리 조직 공동의 목적과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조직구성원에게 인식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또한 유연성을 추구한다는 건, 자신의 생각대로 자율적이고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구성원에게 조직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구성원의 역할을 명확히 소통하는 것.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감에 있어서 구성원들이 창발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공간을 열어주는 것. 이 두 가지를 놓치지 않고 드라이브를 걸어야만 조직의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죠.


 올해는 조직풍토와 리더십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루틴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조직풍토를 점검하고 개선하면 고민했던 조직문화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서베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관련된 내용들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직상황에 맞게 최적화해서 정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업데이트를 하다보면 효과적인 도구를 스스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조사를 해보면 막상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기대보다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단 거기에서부터 개선의 물꼬를 터보는 것이죠. 조직문화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는 고정된 이미지를 당위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더 좋은 방향인지, 좋은 이유에 대해 논의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실행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거대한 교량이 아니라 함께 놓으면서 건너야 하는 징검다리 입니다. 더 좋은 방식은 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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