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부터 기구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벌써 2개월째, 원래는 3개월째라고 해야겠지만, 도무지 늘지 않은 유연성과 그동안 땡땡이쳤던 시간들을 헤아리며 2개월째라고 박박 우겨본다. 사실 기구 필라테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내 마음은 늘씬한 운동선수를 꿈꿨다. 달라붙는 티셔츠와 레깅스를 입고 유연하게 필라 기구들을 오가는 내 모습. 하지만 현실은 최대한 몸매를 감추기 위해 입는 기다란 티셔츠에 레깅스, 아무리 ‘임플린트’, ‘코어’를 잡으려고 해도 도무지 따라주지 않는 구차한 내 몸뚱이만을 발견할 뿐이다. 게다가 몇십 년 동안 내 마음대로 뒹굴뒹굴 거실 소파와 친구 하며 지내다가 뒤늦게 필라 선생님이 짜 놓은 운동 스케줄에 따르려니 거의 죽을 맛이다. 운동 갈 때마다, 하고 난 후 내 몸들은 부위별로 폭격을 맞은 것처럼 욱신거리고 아프다.
어제는 선생님이 내 다리와 허벅지 근육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켰다. 그 부분 운동 탓인지 몇십 년 동안 함께 잘 걸었던 내 다리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옮기는 걸음걸음마다 비명이요, 아우성이다. 마치 몇 kg이 넘는 거대한 철공들을 달고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왜 그 사실을 지금에 깨달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사실 필라를 할 때는 도무지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물론 이건 순전히 몸치인 내 소견일 뿐이다. 이 필라테스도 ‘멀티태스킹’이 잘 되어야만 운동을 잘할 수 있는지, 운동을 할 때마다 선생님이 요구하는 지시가 너무 많다. 복사근 근육을 집어넣는데 갈비뼈와 어깨는 내려야 하고 호흡도 제자리로 돌아올 때는 들숨, 운동을 할 때는 날숨 등을 신경 쓰면서 해야 한다. 사실 기구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올라오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호흡이며, 근육이며 챙길 여력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필라 선생님은 항상 “5초 더, 와, 너무 잘하고 있어요.”라며 희망고문을 준다. 거울 속에 비치는 운동하는 내 모습은 아무리 예쁘게 보려고 해도 흉한데 말이다. 매번 볼 때마다 뜨거운 물에 데친 문어 얼굴이 기구를 붙들고 용쓰고 있다.
일주일 2번, 혹은 시간이 되면 3번은 꼭 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사실 이 운동 스케줄은 내 의지보다는 집요한 선생님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아무 운동을 하지 않을 때보다는 기분이 좋다. 미래에는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지금보다는 좀 더 달라질 수 있는 희망을 차곡차곡 축적하는 기분이다. 사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음이 좀 불편했다. 뒹굴뒹굴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어도 그 당시에는 마음이 편했지만, 재깍재깍 줄어드는 시한폭탄을 가까이 두고 지내는 느낌이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라는 마음만 가지고 실천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편하게 누워 있어도 온전히 편하지 않은 그런 상태, 참 이중적인 마음이다. 지금이라도 움직이고 운동을 하니, 스스로에게 “잘했어요”라는 칭찬 도장을 찍어 주고 싶다.
에드워드 스탠리는 운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만간 병을 위한 시간을 내야 할 것이다”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사실 나도 이 사람을 잘 몰라 초록색 검색창에서 열심히 찾아보았다. 검색 후 찾은 ‘이 인물’이라고 짐작되는 2명. 한 명은 영국 총리이고, 또 다른 한 명의 영화배우이다. 이 명언을 영국 총리가 했다고 하기에는 풍채가 너무 푸근하다. 그렇다고 필모그래피가 얼마 없는 무명의 영화배우가 한 말을 명언으로 치부하기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물론 무명의 사람들도 충분히 명언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필라테스에 잘 적응한 후, 멋진 체력을 갖게 되면 잘난 체하며 이 운동 명언을 사용해 봐야겠다.
원래 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집에 콕 받혀 있기 좋아하는 집순이요, 소파나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것을 지상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나도 요즘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꼭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을 위해서도 운동은 꼭 필요하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인 우울함, 부정적인 감정들도 50분 동안 운동을 하다 보면 ‘곡’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 움직이기 전에는 거대한 산처럼 온몸을 짓누르던 우울한 감정들이 호되게 몰아치는 운동 지시와 삐걱거리는 신체의 몸놀림으로 사라져 버린다. 꼭 필라가 아니어도 괜찮고, 그냥 슬리퍼 신고 가까운 슈퍼로 가는 움직임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집에 틀어 박혀 있기보다는 움직인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