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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r 29. 2022

질문으로 나를 되새김질하다


나는 때때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끔 어떤 질문으로 물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상황과 처지에 따라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떨 때는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논리적인 질문을, 또 어떨 때 새로운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는 창의적인 질문을 묻는다. 질문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딱 두 가지로 나누어 보라면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이 있다.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질문, 혹은 누구라도 이미 알고 있는 질문은 '닫힌 질문',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 무궁무진한 답이 가능한 질문은 '열린 질문'이다.



‘닫힌 질문’을 말할 때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이미 알고 있는 문제,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질문이기에 대답하는 목소리마저 단단하다. 하지만 때때로 ‘닫힌 질문’으로 묻는 내면의 목소리는 너무 냉철해서 가슴마저 시릴 때가 있다. “정말 당신이 그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 같나요?” 이미 스스로 부정적인 대답을 품고 자꾸만 그 답을 유도하는 질문, 그 질문 또한 ‘닫힌 질문’ 일 경우가 많다. 어떤 긍정적인 대답을 던져도 결국 “No(나는 할 수 없어)”라며 지금 상황에서 꼼짝달싹도 못하게 하는 질문도 바로 ‘닫힌 질문’이다.



‘열린 질문’을 말할 때의 목소리는 좀 더 온화하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답을 하는 사람도 답을 모르기에 질문의 방향은 좀 더 다양한 방향으로 열려 있다. 가능성과 창조력, 그리고 잠재력을 키우는 질문, 이것이 바로 ‘열린 질문’이다. 하지만 때때로 질문 자체가 너무나 모호하기에 질문하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확신이 없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그 자리에 갈 수 있을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진정 제가 원하는 길이 맞을까요?” 질문하는 스스로도 , 답을 해야 하는 내면의 나도 답을 알 수 없다. 한참을 헤매고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 또는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이 상황에서 또 다른 나를 찾게 만드는 부싯돌 같은 질문, 그 질문이 바로 ‘열린 질문’이다.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 이 두 질문에서 가장 좋은 질문은 어떤 것일까? 서로의 생각을 묻고, 서로의 의견들을 많이 들어야 하는 비경쟁 토론에서는 ‘열린 질문’이 당연히 최고다. 이미 답이 정해진 대답, 이미 명확히 드러나는 대답들은 비경쟁 토론에서는 의미가 없다. 경쟁 토론 역시 마찬가지다. 찬반으로 서로의 의견이 확실히 나뉠 지라도 내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 숙명을 가진 것이 바로 경쟁 토론이다. 이 토론에서도 역시 이미 답이 하나로 정해진 질문은 쓸모가 없다. 오직 한 가지 답만 정해진 질문은 결국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준말) ‘일뿐이다. 그렇다면 ’열린 질문‘이 ’닫힌 질문‘보다 더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서로 생각을 나누고 때로는 의견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열린 질문‘은 너무도 필요하다. 하지만 서로 빠른 결정과 판단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닫힌 질문‘이 더 중요하다. 너무 위급한 상황에서 답이 명확한 닫힌 질문을 하며 사람들의 마음들을 함께 모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급한 것은 없다. 지지부진한 잔가지 같은 의견들을 다 들어보다 정작 세워야 할 외양간을 세우지 못한 채 다 불태울 수도 있다.



현재 나에게 필요한 질문은 닫힌 질문일까? 아니면 열린 질문일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질문은 어떤 질문일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직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풍부하지만 답을 알려주지 않는 열린 질문? 아니면 이제 그만 희망 없는 일들은 단호히 접고 손에 쥐고 있는 것만 쥔 채 앞만 보고 전진하라는 닫힌 질문? 잘 모르겠다. ‘인생은 미지수이니 무한한 길이 앞에 펼쳐져 있다’라는 열린 가능성의 말은 잔인하다. 스스로 답을 찾아 헤매며 열린 질문들의 범람 속에 가끔은 ‘닫힌 질문’의 냉혹함을 바라기도 한다. 지금은 아플지라도, 지금은 화가 날 지라도 말이다. 나는 어떤 질문이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나는 스스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나? 열린 질문? 아니면 닫힌 질문? 아직은 오지 않는,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그리며 여전히 잡히지 않는 꿈으로 가는 길목들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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