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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옥수수

by 하늘진주


어느 인디언 부족의 성인식 이야기이다. 이 부족의 성인식은 옥수수 밭에서 일렬로 서서 시작된다. 갓 성인을 맞이한 인디언 아이들은 한 줄로 옥수수 밭에 들어가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알이 굵고 좋은 옥수수 한 개를 따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갔던 길은 되돌아갈 수 없고 한 개를 따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 그 말을 들은 인디언 아이들은 옥수수 밭에 들어가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옥수수를 따온다. 하지만, 모두 모였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후회를 한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신이 딴 옥수수가 가장 못나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옥수수를 연신 쳐다보며 ‘저것보다 더 좋은 옥수수를 따오지 못했음’을 한탄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미션을 내린 추장은 ‘앞으로 살면서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을 보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더 집중하라’라는 충고를 준다.


살아가면서 내가 지금껏 딴 옥수수에 만족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저때 이렇게 했더라면’,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며 아쉬워한 적이 많았다. 그때의 선택은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더라도 남들의 결과물들과 비교해 보면 항상 후회의 연속이었다. 이런 후회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자연스레 내 안에 숨겨진 완벽주의와 연결되곤 했다. 내가 생각한 완벽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한 치의 실수와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들과 비교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함을 평생 가도 절대로 찾을 수가 없다. 내 눈의 기준이, 내 완벽함의 기준이 남들의 성과물에 맞춰져 있다면 말이다. 세상에는 현재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1단계 미션을 끝내면 또 다른 미션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계속 더 뛰어난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결국 ‘완벽한 옥수수’의 기준은 자신이 정할 수밖에 없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이 선택이,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의아해 보일 지라도 그 선택은 저 사람의 최선이다. 남들과 비교해 이룬 것도 없고 너무도 평범한 인생일 지라도 이 선택은 본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택이다.


요즘은 ‘나이 듦’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 지금 이대로 사는 것이 옮은 가? 늙으신 부모님을 보면서, 이미 앞선 길을 걸어가고 있는 어른들을 보면서 완벽한 인생, 선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며 그동안 거둔 선택의 옥수수들의 잎사귀들을 한 잎 두 잎씩 까고 있다. 이미 앞서 확인하고 실망한 옥수수도 있고, 아직 채 까지 못하고 내팽개쳐 둔 옥수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수확하려고 재도전하고픈 옥수수 낟알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 고민은 덜하고 점점 자신에 대해 확신이 챙길 줄 알았는데 세월이 갈수록 계속 고민과 결정장애만 심해진다. '기승전ㅡ내 선택이 최고'라고 글을 마무리 짓고 싶지만... 그것이 거짓임을 쓰는 순간에도 직감한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비교하며 그렇게 치열하게 내 선택을 찾아갈 것이다. 오늘은 지금의 내 선택이 최고였지만, 내일은 이 선택이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 잠깐의 내 행운이 좋아서 히죽거릴 수 있고, 남들의 짧은 공허한 비판이 아플 수도 있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지 않고 한순간 한순간 열심히 살려고 한다는 국민 mc의 말처럼, 어떨 때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그 순간을 사는 것이 때론 정답일 수도 있다. 적어도 내가 선택한 옥수수는 말이다. 완벽한 옥수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가장 먹고픈 옥수수는 있다.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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