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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스장 Mar 05. 2021

삼시세끼, 뭘 먹을까요?

시어머니와 함께 삽니다.

 삼시세끼 뭘 먹을까 고민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TV 프로그램 삼시세끼를 보면 그 일상이 참 다채롭고 흥미 있지만, 집에서 삼시세끼를 먹는 일은 만만치 않다. 우선 메뉴를 정하는 것이 어렵다. 네 식구 중 세명의 의견이 다 다를 때는 대략 난감이다. 그럴 경우 결국은 가장인 남편의 결론에 따르게 되긴 하지만, 합의에 이르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아침은 밥과 반찬으로 먹었기 때문에, 점심은 뭔가 색다른 것을 찾을 순서였고, 어머님은 뭘 먹을 건지 12시가 되면서부터 묻기 시작하신다. 아이는 시종일관 튀김우동을 외치지만 남편은 단호하게 '싫어!'라고 하고는 딱히 표족한 대안은 내놓지 않는다. 나는 ' 그럼 떡볶이 해줄까?' 아님 볶음밥?, '만두?' 내선에서 가능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본다. 남편은 여러 가지를 조금씩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떡볶이에 만두를 구워서 넣어먹자!' '얇은 피 만두여서 그렇게 넣어 먹으면 다 터질 것 같아!'라고 귀찮은 마음에 얘기해보지만, 그냥 떡볶이만 먹는 건 싫단다.


남편은 꼭 손이 많이 가게 주문을 한다. 그러다 어머님이 ' 부침개에 막걸리 어떠냐?' 하시니, 남편은 부침개 하고 만두도 구워 먹자고 한다. 얇은 피 만두를 자꾸 구워 먹자고 해서 못마땅했는데, 어머님이 만두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린 다음 구우면 금방 구울 수 있다고 하시는 바람에 점심 메뉴와 조리법까지 결정되었다. 오늘 점심은 찹쌀가루를 넣어 부친 배추 부침개와 오징어 새우까지 넣은 파전과 얇은 피 만두를 레인지에 데운 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운 만두였다.

저녁 메뉴는 벌써 정해져 있었다. 며칠 전 해드렸던 닭볶음탕이 너무 맛있었다고, 어머님이 시장에서 닭을 또 사 오셔서는 삼 일 전부터 언제 먹을 건지 계속 물으셨었는데, 남편이 계속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바람에 못 먹고 있었다. 전날 녁도 닭볶음탕을 거절했던 터라 저녁에는 꼭 해 먹기로 어머님께 약속했었다. 약속데로 해 드렸더니 숙제 한 가지를 해결한 듯 후련하기도 하고, 너무 맛있게 드셔서 좋았다.


다른 집도 이렇게 메뉴를 정하는데 힘이 들까 궁금해졌다. 보통은 주부가 해주는 데로 먹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면서, 어머님은 꼭 아들이나 손자에게 뭘 먹을지 물어보시는데, 머릿속에 메뉴가 있으면서도 '뭘 먹을 거냐?'라고 꼭 질문을 하신다. '뭐 해줄 수 있는데?'로 남편이 받아치면 그제야 몇 가지 가능한 옵션을 얘기하신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그때부터 메뉴 정하는 시간은 늘어지기 일쑤이다.


남편이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분유도 제대로 못 먹였다고 한다. 그때 잘 먹었으면 키도 더 컸을 텐데 하며, 못 먹은 한으로 맛있는 걸 먹는 걸 유난히도 챙기는 남편과 어머님을 보며 가끔은 그냥 대충 먹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 덕에 나도 맛있게 먹고사는 것 같기도 하다.

외식을 할 때는 더 유별나다. 멀더라도 꼭 검증된 맛집을 찾아 가야 하기에 외식 한번 하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장어집은 문산에 있다. 그리고 소고기는 홍천까지 가서 사 먹는다. 순댓국 맛집은 그나마 집에서 가까워서 다행이다.

집에서 먹을 때는 꼭 여러 가지를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고기를 구워 먹어도 찍어먹는 소스가 최소 3가지는 된다. 쌈장, 칠리소스, 느억맘 소스는 기본이고, 메뉴에 따라 소스 종류가 추가된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외식을 못하고 있지만, 식도락도 삶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니, 이 정도 귀찮은 것은 참아야 하겠지 싶다.


토요일 아침 메뉴는 언제나처럼 샌드위치이다. 호밀빵을 구워 잼을 바른 후 계란 프라이, 베이컨, 치즈, 어린잎을 넣어 만든다. 샌드위치에 곁들이는 샐러드에는 어린잎, 양상추에 구운 닭가슴살을 얇게 썰어 올리고,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 오일을 섞어 뿌린 후 그때그때 가능한 과일을 넣고, 꿀을 조금 뿌려 내어 놓는다. 거기에 수프는 필수이다.  과일주스와 우유도 취향에 따라 서빙된다.  이렇게 준비하는데 40분은 족히 걸리지만,  주중 아침을 차려주시는 어머님께 보답하고자 주말 아침 한 끼는 일명 '호텔 조식 며느리상'을 차려드린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말 먹기 위해 사는 것 같은 이 기분을 어찌해야 할까? 온라인 클래스를 하다 말고 아들은  큰소리로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이슈인 듯 묻는다. '엄마, 오늘 점심은 뭐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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