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모닝커피
불면의 긴 밤을 보냈어요.
날이 샐 때쯤 겨우 잠들었네요.
차라리 불을 켜고 책을 읽을까 내려가 바느질이라도 할까 고민하다 혹시 먼발치에서 오고 있을지도 모른는 잠을 놓치게 될까 봐 이불속에서 뒤척거리기만 했습니다.
긴 밤은 끝없는 생각을 낳고 그렇게 모여진 생각들은 잠을 더 쫓아내고.
오지 않는 잠에 괜스레 심통이 나 잘 자고 있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 깨워놔 볼까… 자고 있는 애들 옆에 가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고 올까, 이 동네 언니들 중 누군가는 나처럼 잠 못 들고 있을지 모르는데 잘 못 자는 사람들끼리 카톡방이라도 만들어 두면 좋겠다, 블라 블라 블라…
머릿속을 채우는 백만 가지 생각에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처럼 몸보다 머리가 더 커져버린 것 같기도 했어요.
잠들만하면 나무로 만든 집이 바람에 삐걱거리고 잠들만하면 멀리 큰길에 차가 지나가고.
멀리 있는 짝지에게 메세지를 보냈더니 얼른 자라는 답이 오더군요.
그게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짧게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 눈이며 어깨에 한 짐 남아있는 잠을 커피로 밀어냈습니다.
피곤한 일요일.
내 안에 사는 가드너 삼월이가 출동을 해버렸어요.
예초기를 얼마나 잘 쓰는 삼월이인지.
수북하게 자라 있는 마당 잡초들을 베어내고 가을부터 쌓여있던 낙엽들도 쓸어내 컴 포스트 빈을 하나 가득 채워 버리고 마당 구석에 에 쌓여있던 먼지들도 쓸어내 버렸지요.
머릿속에 가득한 쓸데없는 생각들도 빗자루로 싹싹 쓸어내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삼 월 이가 사라진 자리에 깔끔해진 마당과 뻐근한 어깨와 덜덜 덜리는 두 손이 남았지만 마음만은 개운해졌어요.
멋대로 자란 풀들과 쌓인 낙엽들이 피하고 싶은 숙제 같았거든요.
잠시 쉬는 사이 날아가는 비행기 엉덩이에서 얇게 나온 비행운이 높은 하늘에 퍼져가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멍~~~~ 하게 앉아서요.
하늘에 떠있는 십자가 모양 구름을 보고 기도를 했습니다.
오늘 밤엔 잘 잘 수 있도록요.
불면의 시간이 지나면 또 꿀잠 자는 날들이 오겠지요.
예전엔 잠을 잘 못 자는 것이 너무 불편했고 자야 한다는 강박에 힘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음을 인정하게 되고부터는 마음이 한결 나아집니다.
수면 장애는 생겼다 없어졌다 하니 못 자는 며칠이 지나면 다시 잘 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잘 잘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면 잠 못 드는 여러 밤들이 전처럼 힘들지 만은 않습니다.
나이 들면서 생기는 여유, 요런 쪽으로는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래도 오늘 밤에는 잘 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