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나에게도 손님이...
카메룬은 1998년 이후 상주 대사관이 일시폐쇄되면서, 2004년 내가 파견될 당시에는 주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겸임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단원들은 카메룬에 도착한 다음날 영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고, 영사관 인근 영국, 미국 봉사단 사무소도 방문하여 짧은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카메룬은 아프리카 나라 중에는 안전한 나라이지만, 내가 파견된 몇 개월 이후에도 쿠데타가 불발한 적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독재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불안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우리 기수부터 봉사단원이 대거 파견되면서 행정대행 시스템에서 행정원 파견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본부에서 한 분이 왔다가 중도귀국 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 드디어 행정원이 파견되었다.
행정원으로 파견된 그는 기수 높은 코이카 봉사단 선배였다.
카메룬 봉사단원이었고 이후 다른 나라에도 파견된 바 있는 그는, 봉사단원에서 코이카 행정원으로 다시 카메룬에 파견된 것이었다.
작지만 다구진 덩치에 선해 보이는 눈매에 크고 맑은 눈동자
굳게 다문 입은 필요한 말 외엔 열지를 않고 거의 웃지 않았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정함과 원칙준수를 강조하는 차가운 말투는
현지의 애로사항이나 관계에 대한 갈등 같은 사소한 일에 대해 넋두리할 대상은 절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현지에서 보기 힘든 깔끔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 셔츠에 정장바지, 댄디한 단화, 샤프한 이미지에 화룡점정으로 얇은 네모 안경테까지.
국제협력 전문가다운 모습으로 힘들이지 않고 차분하게 중요한 일들을 하나씩 처리했다.
인간은 묘하고 참 간사한 것이
얼마 전 파견된 여자 행정원도 좋은 분이셨는데, 현지생활에 대해 너무 뭘 모르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서 모두가 바쁜 중에 요청이 많으시다고 대하는 것이 싸늘했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 너무 잘 알아서 하는 행정원이 파견된 후로 단원들은 그동안 주절거리던 불평불만이 확 줄었고 특히 여자단원들은 웃음이 많아졌다.
현지를 잘 아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 남자라서?
남자 선배들은 서운할 수 도 있는 것이 더벅머리 아니면 빡빡머리, 늘어진 반팔티에 운동복, 운동화 아니면 현지인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그들의 겉모습과 수준차이가 심하게 났기 때문에 아무 이유 없이 우리는(여자단원들) 행정원에게 친절하고 상냥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그런 것을 어쩔 수 없다.
응가운데레(Ngaoundéré), 가루아(Garoua), 베르뚜아(Bertoua), 림베(Limbe), 바멘다(Bamenda), 바푸삼(Bafussam), 바함(Baham) 그리고 야운데(Yaoundé)에 흩어져 있는 단원들을 방문하며 단원들의 근태와 현지 이슈들을 파악할 거란다. 이런 <적극성과 관심>이 너무 그리웠다. 그래,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무뚝뚝한 반응일지라도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내가 있는 고장을 기가 막히게 소개해주고도 싶었다. 현지인 동료들도 인사시키고 시장에서 맛난 것도 사드리고 말이다. 이미 수도 야운데 컴퓨터 단원들은 한 명씩 상담도 하고 개인 근무내용 및 상황도 보고하였으며, 같이 식사도 했다고 했다.
행정원은 바푸삼과 바함은 함께 만나자고 제안했다.
아무래도 기가 세고 말도 많은 , 단원중에 제일 어린 나와 바함 단원을 각각 만나기엔 버겁다는 현명한 판단을 했을 것이다.
행정원이 파견돼서 너무 좋다.
그냥 기분이 좋다.
병원에서부터 가려웠는데 모기에 물린 거라 생각했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생각 없이 긁다 보니 이건 너무 가렵다.
무뜨무뜨(유령모기)한테 물린 건가? 긁다 보니 소매 안쪽까지 오돌토돌 붉은 불규칙한 반점이 돋아나있다.
'어? 이거 뭐지?'
윗옷을 벗고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봤다.
이게 뭐람? 붉은 점들이 몸통에 퍼져있다.
사실 그러고 보니 병원에서도 배가 많이 가려웠었다.
'너무 더워서 땀띠가 났나?
얼른 샤워를 했지만 그때뿐이고 소용없었다.
그날 밤, 온몸은 물론이고 머릿속까지 가려워 잠을 못 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부병으로 잠을 못 자고 울어봤다.
너무 가려워서 '기왓장으로 몸을 긁었다던 욥'(성경인물)이 생각났다.
정말 칼로 피를 내서 차라리 아프게 하고 싶을 만큼 가려웠다.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에 가서 내과 의사에게 팔뚝을 보여주었다.
그는 보자마자 명쾌하게 Scabies(옴)이라고 했다.
어딜 다녀왔냐며 옮는 병이니 조심하라면서 샴푸와 샤워하며 치료하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주말마다 다니는 마을에서 옮은 걸까?
오고 가는 택시에 껴서 옮은 걸까?
하아.... 옴, 옴이 웬 말이냐.
70년대 군대에서 유행하던 병이라는데..........
말라리아로 모자라서 이제 피부병까지
나는 이렇게 카메루니안이 되어간다.
다음 주면 행정원 방문이다.
옴 기생충아 이제 그만 내 피부에서 나가주렴.
훠이 ~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