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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궁이 Aug 30. 2023

니홍과 아이들 (4)

행복의 상대성

<낯선 것에 대한 공포심>

바푸삼에서 작은 마을진료를 다니다 보면 어린아이들이 나를 '괴물'보듯 무서워한다. 

동생 손잡고 학교 가던 언니가 나랑 눈이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동생을 끌어안고 눈을 꼭 감고 얼어버린다. 

"Ca va~, Je suis Coréen." (괜찮아, 나는 한국인이란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순간이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인생 처음 겪는 공포일 것이다.

아무리 상냥하게 인사하고 머리를 쓰다듬어도 어떻게든 도망가버리거나 눈물을 머금고 얼어붙거나 한다. 

내가 그렇게 무섭니?

마을진료를 다니며 우리나라에 백인 선교사들이 왔을 적에 그랬다던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반응들을 몸소 체험 중이다. 이런 시골은 티브이가 없는 집이 더 많기 때문에 나 같은 외국인, 동양에서 온 외국인은 생전 처음일 것이다. 

"Salut~!!"(안녕~) 인사하면 눈이 똥그래져서 신발을 신지도 못하고 달려들어가거나 

한참 눈 마주쳐보고 있다가 "앙~~~"하고 울어버린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으면 어떤 엄마들은 웃으며 같이 인사나누기도 하고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앙칼지고 무서운 여자들은 나와서 "사진 찍은 거 내놔라 없으면 돈을 내라."라고 하는데, 다음에 오면 사진을 주겠다고 하고서 황급히 자리를 뜨곤 한다. 


엄마가 있는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이고, 이런 집에 사는 아이들은 어느 정도 먹고사는 집이니 그것도 다행이다. 돌봐줄 어른이 없는 아이들이 많은데, 몇 안 되는 고아원도 아이들을 조건 없이 수용할 형편이 아니라서 작은 마을에서 만나는 부모 없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현지 병원에 파견되어 일하면서, 마을진료를 다니며 처음 1년간 가장 많이 했던 생각과 혼잣말은

'한국이었으면 살았을 텐데...'

너무나 낯설고 어떻게 해도 적응이 안 되는 현지의 의료/보건 현실은 매일 공포에 떨게 한다. 

2년 임기가 아니라 20년을 살면 나도 익숙해질까? 


나 같은 봉사단원 한 사람이

이 땅에 와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내가 만나는 동안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아픈 곳을 싸매주는 것 외엔 

너무 작고 미비하여 괴로운 날들이 많다.

<행복의 조건은 없다>

그런가 하면, 소년들은 나를 보면 실실 웃으며 달려와 나란히 걷기도 하고 

내 옆을 일부러 지나가며 소리를 꽥꽥 지르며 달려 다니는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자전거 앞바퀴만 가지고도 이렇게 재밌게 논다.

저 붉은 흙바닥을 뛰어다니며 바람이 다 빠져 굴러가지도 않는 축구공을 차며 하루종일 놀 수 있는 것에 만족해한다.


그래 어디서 들은 것처럼 가난하다고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나는 감사하고 있는가? 결핍이 일상인 이곳의 아이들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해 본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지금도 

지구 한편 누군가는 가진 것 안에서 감사하고 

누군가는 없는 것으로 불평만 늘어놓는다.

<노동력 = 아이들> 

수박을 썰어서 팔러 나온 아이, 삶은 땅콩을 팔러 나온 아이, 바나나, 슬리퍼, 담배 등등 아이들의 장사 바구니 물건들은 다양하다. 머리에 음식/물건을 이고 나와 하루종일 다 팔아야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큰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작은 몸집에 큰 짐을 아슬아슬하게 지고 다니는 어린아이들도 많다. 

때로는 동생을 업고 나온 아이들도 있다. 


경제력이 없는 마을의 엄마들은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줄줄이 낳고 

어느 정도 크면 이 아이들의 노동력으로 먹고 살아간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가계의 경제를 맡은 노동자가 된다. 


문득 이 아이들은 어떤 꿈이 있을까?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그저 이것들을 다 팔아서 엄마와 동생들과 저녁을 먹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하루 세끼도 아닌 한 끼라도 제대로 먹는 것. 

먹고사는 것. 

먹는 것. 

잘 먹는 것. 

자주 먹는 것. 

많이 먹는 것.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 

먹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꿈은 먹는 것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말을 들은 건 딱 한 번이었는데, 교회 친구 윌리암스뿐이었다. 


우리나라도 옛날엔 똑같았다고 들었다. 

아직 개발도상중인 카메룬도 우리의 6,70년대처럼 발전하고 있으니 

미래엔 이 아이들의 아이들이 생길 쯤엔 달라지겠지?


꿈꾸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겠지?

이 땅의 아이들이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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