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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소정 Jan 05. 2024

유튜브 없이도 즐겁게 살아요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말아요

스마트폰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저는 유튜브를 보지 않아요. 필요한 정보가 유튜브에 있는 경우에만 검색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찾아봐요. 그런데 대학을 다니면서 유튜브를 보지 않는 저를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꽤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 대학교 동기 중에는 하루 종일 유튜브를 라디오처럼 틀어놓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자취방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유튜브를 틀어 놔요. 아침을 먹고, 화장을 하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유튜브를 시청해요. 집을 나가기 전까지 유튜브를 보는 거죠.


그 친구만 유난히 유튜브를 많이 보는 것은 아니었어요. 다른 친구들 역시 잠들기 전에 누워서 유튜브를 꼭 본다고 해요. 유튜브를 통해 쇼핑도 하고, 맛집도 찾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거죠. 놀랍게도 제 동생들은 샤워할 때도 유튜브를 보면서 씻어요. 처음에는 샤워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유튜브를 시끄럽게 왜 틀어놓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나이가 어린 친구일수록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죠. 유튜브가 일상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거예요.

출처 : 나무위키,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제가 스위스에서 9개국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한 적이 있는데, 흥미롭게도 아시아 국가 친구들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질 못하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저도 많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 계속 사진을 찍으려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녔지만, 대만 친구들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더라고요. 그에 비해 유럽 국가나 미국, 캐나다에서 온 친구들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다니곤 했어요. 스위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스위스에서는 사람들과 있을 때 스마트폰을 만지는 행동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겨져요. 그래서 남들 앞에서는 스마트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았지만 10대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살진 않더라고요.


제가 스위스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집에 15살 남자아이인 Oliver가 있었어요. Oliver는 신문과 잡지를 참 좋아하는 아이였죠. 매일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녔는데 등하교를 할 때마다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읽었어요. 스위스 지하철에는 약간 독특한 문화가 있거든요. 지하철 안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읽은 후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 자리에 다시 올려두는 관습이에요. 새로운 사람이 지하철에 탑승해서 그 신문을 발견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신문을 보다가 가져가고 싶으면 챙겨갈 수도 있고요.


Oliver의 형제들도 종이로 된 글을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엄마나 아빠가 출퇴근을 하면서 다른 지역의 일간지를 챙겨 오기도 했어요. 할머니는 놀러 간 공원에서 팸플릿을 챙겨 와 주기도 하고요. 스위스 사람들은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은 평소에 신문이나 잡지를 읽으며 습득하는 것 같아요. 스위스 지하철을 타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보다 신문을 읽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을 훨씬 많이 만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삭막한 지하철 풍경과는 사뭇 다르죠.


스위스의 많은 10대들은 아직까지 몸으로 하는 놀이들을 좋아해요. 수영이나 트럼폴린 같은 스포츠 말고 우리나라 얼음땡과 같은 놀이도 많이 즐겨요. 한 번은 홈스테이를 했던 스위스 가족이 달리기 모임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휴가에 데려간 준 적이 있었어요. 그 모임은 주로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참여하는 곳이라 10대 친구들이 6명 정도 있었는데요. 그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 전까지는 숙소 뒤뜰에서 뛰어놀곤 했어요. 한 친구가 "I have an idea"라고 말을 하면 다른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더해 하나의 놀이를 완성해요. 신기하게도 물병 하나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를 만들더라고요.


이런 놀이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어요. 한 번은 우천으로 달리기 시합이 취소돼서 규모가 작은 쇼핑센터 안에서 10대 친구들과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야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한 친구가 "I hava an idea"를 외쳤고, 쇼핑센터 안에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어요. 처음에는 이런 폐쇄된 공간에서 뛰어놀아도 되는 건지 걱정이 되었는데 신기하게도 지나다니는 어른들이 모두 흐뭇한 표정으로 저희를 바라보더라고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있는 쇼핑센터 전체를 뛰어다니며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번갈아 가며 타고 도망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그 어떤 사람도 화내지 않았어요. 오히려 소파에 앉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죠.


우리가 그렇게 1시간쯤 뛰어놀다 보니 어느새 8-9살쯤 돼 보이는 아이들도 저희를 따라 똑같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어요. 3명 이상 모이기만 하면 많은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앉아서도 끊임없이 게임을 하거든요. 스위스 가정에서 지내면서는 식사를 하기 전후에 여유 시간이 생기면 항상 보드게임을 했어요. 저는 이 문화를 정말 좋게 받아들였어요. 나이에 상관없이 어른, 아이, 노인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다른 가정에 가도 모든 사람들이 보드게임을 할 줄 알아요. 어른들 모두가 어릴 때부터 보드게임을 해온 추억을 간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어르신 분들도 게임을 즐겨하는 일상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시더라고요.


저도 스위스 가족들과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들이 참 좋았어요. 스위스 사람들은 게임을 하면서 이기려고 하지 않거든요. 상대편이 어떤 수를 놓아야 이길 수 있는지 조언해주기도 하고 실수를 하면 봐주기도 해요. 게임이 승패를 가리는 경쟁이 아닌 서로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요. 가족들이 모여 보드게임을 하면서 유대감을 쌓는 거죠.


생각해 보면 스위스 사람들은 가족 간의 유대감이나 대인관계를 특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앞서 소개한 Oliver의 마마와 동생인 Amelie는 여행을 가면 꼭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내요. 같이 여행을 오지 못한 언니한테 편지를 쓰기도 하고요. 아이 5명을 키우는 옆집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해요. 그리고 재밌게도 함께 있는 사람들 이름을 모두 적어서 보내요. 엽서를 보내기 전에 항상 저에게 와서 아래쪽에 이름을 적으라고 하더라고요. 스마트폰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 즐기고 있는 순간들의 감정을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어 편지를 쓰는 모양이에요. 때로는 익숙하지 않은 예전 방식이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 때가 있잖아요.


요즘은 모든 것이 빠르고 편리해지면서 놓치고 사는 부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무관심했는지, 그 무관심이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살피지 못했을 수도 있잖아요. 언제나 빠르고 효율적인 것들만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스마트폰 속에 갇혀서 혼자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잖아요. 내가 만든 세상 속에 갇혀 현실에서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방법을 잃어버릴 수도 있죠. MZ세대를 비판하는 일도 이런 이유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요. 스마트폰을 통해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정보나 재미를 빠르게 얻을 수는 있지만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는 얻을 수 없잖아요. 때로는 조금 여유를 갖고 주변을 살펴볼 때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고 자연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세요. 마음속에 담긴 스트레스, 우울, 불안 같은 감정들이 사그라들 거예요.


일상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을 꼭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agricoz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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