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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영 Feb 26. 2017

메타인지 능력과 오해

메타인지력은 엄마에게 필요하다.

최근에 모 방송에서 다룬 메타인지 능력이 이슈가 되는 것을 보고, 어이쿠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0.1%의 비밀 운운하며, 최상위권의 공부 잘하는 학생의 비결이 '메타인지 능력'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메타인지 능력이란, 내가 인지하는 것을 제3자처럼 모니터링하는 능력이다. 내가 이걸 알고 있고, 저걸 모르고 있고, 그러니까 저것에 시간을 더 쓰되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정보나 자원을 연결,배분하면 보다 잘 이해하겠구나-라며 자신의 인지 상태 자체를 파악하고 그에 합당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끔 하는 능력이다.
 
똑같은 내용으로 시험을 보고, 같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성적의 차이는 난다. 단순히 지능이나 암기력의 차이가 아니라, 해당 정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받아들여서 '내 것'으로 만들었느냐의 문제다. 어떤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메타인지 능력이 높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센스다.
 
똑같은 레시피로 요리를 하고, 비슷한 요리 경력을 갖고 있어도, 어떤 이는 맛있게 만들어내고 어떤 이는 뭔가 부족한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재료와 분량의 문제가 아니다. 아마도,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재료의 맛과 특징, 양념과 재료의 상성이나 관계 등을 더 잘 파악해서 능숙하게 쓰는 이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그 요리는 '내 요리'이다. 내 것으로 능숙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응용은, 내 것이 된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반면에, 레시피대로 따라는 하지만 다시 만들라고 하면 헤매면서 레시피를 자꾸 봐야만 하는 이들은, 그 요리를 할 줄 안다고 하기 어렵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할 수는 없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는 지식이다. 두 번째 지식만 진짜 지식이며 내가 쓸 수 있는 지식이다. 내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남에게도 요리법과 노하우를 설명할 수 있다. 그건 그 사람의 지식이자 노하우이다. 하지만 레시피를 봐야지만 뭔가 할 수 있고, 맛 역시 잘 내지 못하는 사람은, 내가 그 요리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설명도 불가하고, 재시도했을 때 성공할 것이란 보장을 하지 못한다.
 
공부로 다시 돌아가면, 메타인지력이 높은 학생은 뭔가를 배우고 익히면서도 그 과정에 있는 자신의 습득 상태를 파악하고, 정보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관계 짓고 그룹핑하는 것에 능해, 같은 시간을 쓰더라도 내 것으로 만들어낸다. 이들은 자신의 언어로 이해한 바를 남에게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다. 해당 방송에 나왔다는 어떤 아이는, 자신이 중요한 부분을 공부한 후 부모님 앞에서 '선생님 놀이'를 하며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면 메타인지력이 낮은 학생은,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단순하게 암기를 한다. 단기간동안 기억만 해두는 것이다. 정보들이 가진 의미나 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어지므로, 응용이 된 경우에는 속수무책이다. 남에게 설명할 때는 이게 이렇다-고 단편적으로밖에 전달하지 못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원리나 이치에 대해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이 엄청 신경 쓰일 엄마들은, 눈이 휭휭 돌아간다. 학원가에서는 '원리를 확실히 깨우치게 합니다!','응용력 향상!','자기주도학습!'이라며 엄청나게 광고를 한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고, 다 맞는 말이다. 그러면 불안감과 함께 이것도 저것도 다 시켜야할 것만 같다. 저런 방송이 나왔으니, 이제 메타인지력을 키워주는 메타학습법!! 같은 문구가, 사교육업체들이 애용하는 전단지 홍보 문구가 되겠구나 싶다. (이 글을 작성한 것이 수년 전이기에, 지금은 자기주도학습 운운하며 비슷한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아직 아이의 교육을 시켜본 적은 없지만 감히 주장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메타인지력이 공부를 위시한, 외부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여 내 것으로 소화해내는 것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맞지만, 그것은 단기간에 훅 올리거나, 어떤 '학습법'같은 것으로 향상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 이게 이래서 그런거구나~'라는 느낌을 가지면서 이해를 하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에 메타인지라고 검색하기만 해도 메타인지력을 높여주는 학습법, 아이의 메타인지력을 높이기 위한 엄마가 함께 하는 놀이 등의, '이것만 하면 마치 모든게 해결될 것처럼 느끼게끔 하는 방법'을 모아놓은 컨텐츠들이 주르륵 나온다. 내가 엄마라면, '부질없다'라고 외면할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단지 '공부'만 생각하고 접근할 일이 아니다. 메타인지고 뭐고 간에, 아이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그것이 정보를 습득하는 인지 차원이 되었건,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자의식의 측면이 되었건)에 주체적인 시각을 갖고 들여다볼 수 있게끔 키우는게 모든 것의 열쇠다.

토론식 수업을 하는 서양 아이들과, 주입식 교육을 하는 한국 아이들의 창의력 차이 등은 이제 식상한 이야기다. 토론은 내가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나 가능해지는 이야기다. 나만의 생각과 의견이 나오려면, 뭘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워들은 단어들을 짜집기해서 그럴싸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어른들도 있다. 그런 이들은 직장에서, '본질과 핵심을 모른다'는 소리를 듣는다.
 
어이쿠야-했던 것은, 메타인지력 키우기라는 마케팅 용어에 현혹되어 아이를 이상한 방향으로 이리저리 굴릴 엄마들이 많아지겠구나 싶어서였다.

엄마들부터 메타인지력을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 똥인지 된장인지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내 아이의 특성이 뭔지도 판단하고, 그러니까 여기에 맞을지 어떨지도 파악하고 판단해야한다. 남들이 하니까, 옆집 누가 좋다고 하니까 좋은 줄 알고 내 아이에게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메타인지력이 떨어져서 정보를 되는대로 주워섬기지만 내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과 본질적으로 같은 인지/사고로 판단한다는 뜻이고, 이렇게 하면 그 결과가 어느 쪽으로건 좋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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