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가 맞아야 함

매일제주27일차

by 꿈꾸는 유목민

1. 오늘은 원도심 마을 독서모임 신청서를 이웃과 함께 작성하기로 한 날이다. 7명의 엄마들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날이 없어서 모임 신청을 처음 제안했던 동갑내기 이웃과 나만 함께 작성하기로 했다. 독서모임의 이름, 취지, 그리고 80만원의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들을 함께 작성했다. 우리의 주제는 공동체에 관한 책을 읽고 실제로 마을 공동체를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다.


2. 둘이서 신나게 작성한 후에 아살람 레스토랑에서 뒷풀이를 하기로 했다. 아살람 레스토랑의 주인은 예맨 난민을 돌보다 예맨 남자와 결혼한 다재다능한 여성분이라고 했다. 이웃들이 몇 번 아살람 레스토랑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왠지 더 기대가 되는 마음.. 아살람 레스토랑이 거의 도착했을 쯔음 맞은편에서 껄렁한 무리가 걸어온다. 일단 눈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눈을 피하고 무리가 지나가자 함께 가는 이웃이 나에게 속삭인다.

"이효리, 이상순"

"네????"

바삐 뒤를 돌아보는 순간, 정말 이상순같은 뒷모습과 그 옆에 붙어가는 이효리같은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으앙.. 너무 아쉽다. 연애인 실물영접을 해야하는데..

제주에 살고 있는 이효리와 이상순이 아살람 레스토랑에 다녀갔다고 한다. 그들이 앉았을것같은 자리에 얼른 앉았다. 생각보다 맛있는 예맨 요리. 한참 수다를 떨고 이웃과 헤어졌다.


3. 오늘은 아이와 처음으로 이곳 미술학원에 가는 날이었다. 30분이 걸렸지만 판교에서 다니던 곳의 미술학원선생님이 조심히 추천해주신곳이라 (인스타 이웃이라며..)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1시간 수업이었지만 2시간 연달아서 하기로 하고 나는 미술학원앞 백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했다. 2시간 후에 미술학원에 데리러가니 아이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고, 선생님은 초등학교 고학년쯤 혹은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아이를 가르치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선생님이 나왔다.

"태윤이 그 전 미술학원에서는 어땠나요? 그림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아까 시작하기 전에 보여드렸는데..."

실은 수업시작하기 전에 아이가 전에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는데 별로 관심 없어하는 선생님을 보고 약간 실망을 한 터였다.

"아 그러셨어요? 근데.. 2시간은 태윤이한테 맞지 않은 것 같아요. 1시간 안되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계속 돌아다니고 놀고 그랬어요. 태윤이는 생각보다 더 자유로운 것같아요. 그리라고 과제를 내줬는데 그것대로 안하고 본인이 원하는대로 하더라구요. 다음에 1시간만 하는 걸로 생각해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 네.. 태윤이가 그 전 미술학원에서는 1시간 30분동안 움직이지 않고 작품 하나씩 잘 그렸어요. 선생님말씀도 잘 듣고.."

"아.. 그래요? 이게.. 선생님이랑 아이도 캐미가 맞아야하거든요.. 아이랑 집에 가셔서 이야기하시고 말씀해주세요.."

무슨말인지 눈치챌수 있었다. 학원의 첫인상은 어지러웠고, 정리가 안되어있었고 뭔가 학생에게 관심이 있는 것같지 않아서 나도 어떻게 하면 하루 수강료를 주고 안올 수 있을까 커피마시면서 생각했고 다른 미술학원을 찾고 있었던 차였다. 아이는 처음부터 학원에 들어가기 싫어했고, 나와서도 불안한 행동을 보였다.

아마 선생님도 느꼈을 수도 있다.

이건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그냥 캐미가 안맞는 것일뿐.

집에 오는 길에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지 않으면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도 아이는 다니겠다고 한다. 내일 다른 학원에 상담을 가 보기로 했다.

이것도 나의 욕심인건가.. 싶었다.


오늘 저녁 아이의 잠투정은 극에 달했다. 감당하기가 힘들었지만 끝까지 화내지 않고 참은 나도 수고했다. 어떤 불안 때문일까,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도 나의 추측일 뿐이다. 내일은 더 나아지길 바라는 수 밖에..


4. 아이의 투정에 차에서 내려서 25킬로 나가는 아이를 안고 집앞을 서성이며 걷고 있는데, 오늘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는 두 아이가 창문으로 아이에게 인사를 한다. 아이는 함께 놀고 싶어서 그 집에 가겠다고 조른다. 내가 살짝 물어본다. "태윤이 놀러가도 돼?"

"잘 모르겠어요..."라며 한 아이가 뒤로 물러난다.

그러더니 "태윤아 내일보자"라며 커튼을 쳐버린다.

상처 받은 아이.

내가 상처를 받은 것인지 아이가 상처를 받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집에 들어왔는데 두명의 아이가 계단을 오르내리며 쿵쾅거리며 노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그 요란한 소리가 두 친구가 노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우리 바닷가 놀이터 나가서 놀까?"

나의 말을 한참 생각하더니 스파게티를 해달라고 하는 아이.


이 상황을 쿨하게 넘겨야하는 것인지, 후회해야하는 것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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