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집안의 행사다
내 결혼식을 왜 내 맘대로 못 할까?
"너희 결혼식은 부산에서 할거지?"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장소를 당연하단 듯이 물어보는 부모님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왜 부산에서 해? 내 결혼식인데?"
정말 이해가 안되서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원래 결혼은 본가에서 하는거야, 누가 자기가 편한데서 하노!"
나의 어머니는 한 성깔 하시고,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된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큰 상태였는지, 다소 독설적으로 말씀하셨다. 심지어 경상도 사투리가 강하셔서, 기분이 좋을때도 쎄다.
"그럼, 우리 지인 친구들 다 수도권이랑, 광주에서 부산으로 가야되는데?"
나는 불합리하다 생각되는 부분을 얘기했다.
"원래 결혼식은 신부쪽 아님 신랑쪽 본가에서 하는거야. 거기서 할 생각하지마라!"
말이 통할것 같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일단 직접 얘기해야 될것 같았다.
"일단 나 내일 내려갈거니까, 가서 얘기해. 나 지금 웨딩 플래너 만나고 있어"
웨딩홀에 대한 얘기 중이었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무슨 일이야?"
목소리만으로 겁을 먹은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결혼식을 부산에서 하라는데?"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니, 머리가 아팠다.
"식은 부산에서 하셔도, 촬영은 서울에서 하셔야 되니까. 스드메만 계약하셔도 되요!"
눈치없는 웨딩플래너 였지만, 합리적인 말인거 같긴했다.
그렇게 스드메 계약만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아니. 왜 부산이야? 우리 지인 다 여깄잖아. 서울에서 하기로 했는데, 부산은 아니지"
맞는 말이긴 했다. 나도 당연히 서울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결혼식은 신부쪽에서 하는게 맞다고 한다. 난 이 사실을 한참 후에 알고 수많은 이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난 부산에선 절대 못 해!한번 있는 결혼식인데, 내 친구들한테는 축하 못 받는 결혼식 싫어!"
맞는 말이지만, 나의 스트레스는 임계점을 초과했다.
"결혼식 그냥 하지말까? 비용도 좀 말도 안되는데, 결혼식엔 별 로망 없다며?"
진짜 하기 싫었다. 제일 스트레스 받고 어깨가 무거워진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거 같았다.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부산에서 하기 싫다는거잖아!"
이해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합의점에 이르게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래..일단 내려가서 얘기 해볼게 "
그녀는 울기 시작했지만, 너무 무거워진 책임과 스트레스에 달래 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 결혼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