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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수록 기억을 체계적으로 변조한다.

늙을수록 그네들의 과거가 완벽한 이유.

by Aheajigi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내가 가끔 끌려가다시피 술자리를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흰머리 가득한 이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대부분 과거의 무용담들로 가득하다.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그들의 과거들을 듣고 있자면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싶다.


TV 프로그램에서 모 출연자는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고 주변 출연자들은 입을 모아 거짓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정말 난 사실을 말했는데 나중에 보면 거짓말이더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현재로부터 먼 과거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기억은 더 치밀하게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젊은 시절 실수나 실패를 완벽하게 포장한다. 늙을수록 누구나 꼰대가 되어가는 건 과거 기억에 대한 체계적 변조 때문일 것이다.


늙음은 조금씩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완벽하게 꾸미는 시간이 길어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워낙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변하다 보니 변조된 기억을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변조시킨 완벽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빗댄 관점으로 젊음을 누리는 이들을 보니 당연히 흡족하지 못해 잔소리만 늘어나는 것이다.


늙은 이들이 모인 술상마다 무용담은 넘치다 못해 흥건히 흘러내린다. 모두들 유년시절 공부들을 잘하셨단다. 다들 어렵고 힘든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다


이 술집에 모인 주름 가득한 이들께서 모두 이 세상을 구원할 어벤저스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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