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heavenlyp
Oct 04. 2021
내 집 마련 10개월 장기프로젝트-下
내집마련분투기-빚과 빚, 그리고 또 빚
Step 3. 주택담보대출 실행 및 전세금 반환
매물을 탐색할 때부터 즉시 매매, 즉시 입주가 가능한 매물보다 현재 세입자가 있는 매물들 위주로 찾아 보았다. 당시 살고 있던 전세집의 전세 기간이 많이 남아 있었고, 매도인에게 전세금을 제외한 집 값을 우선 지불하고 소유권을 이전 받은 다음, 볼륨이 더 큰 전세금을 반환하기까지의 시간을 벌어 두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전세 세입자가 있는 집을 찾아 10월에 매매를 해서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전세금을 반환하는 시점은 다음해 8월경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가 가진 얼마 안 되는 돈은 다 전세금으로 묶여 있는데다 전세 만기가 11월이었기 때문에, 당장 갖고 있는 현금을 그러 모으고, 신용대출을 받고, 그의 고향에서 어머니가 경작하고 있는 자그마한 땅을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아 매도인에게 줄 집 값을 마련했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 모은 셈이다.
전세금은 전세퇴거자금대출의 형태로 주택담보대출을 실시해서 반환할 계획이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전세퇴거자금대출은 1년에 최대 1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둥, 집 값을 기준으로 주담대랑 동일하게 계산해서 나오는 거라는 둥 말이 다 달라 혼란스러웠다. 주택 가격을 잘 쳐준다는 지역 농협에도 대출문의를 해보았지만, 원하는 금액에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우리를 구원한 건 앞서 말했던 것처럼 혼인신고를 대가로 얻어낸 나랏님의 은총, 보금자리론이었다.
주택 가격이 6억 미만이어야 하고, 부부 합산 연소득이 6천, 신혼일 경우 7천만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서울 수도권에서 맞벌이를 하는 부부에게는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무주택자에 투기과열지역도 조정지역도 아닌 제주도 시골에 집을 사려고 하는 우리에겐 금리며 한도며 이만한 대출 상품이 없었다. 특히 MCG(모기지신용보증)을 받으면 방공제라는 이해가 되지 않는 한도 차감이 없어서 원하는 금액에 매우 근접하게 대출 한도가 잡혔다.
다만 보금자리론은 주택 구매 시점에 한해 신청할 수 있어서, 그와 매우 유사하고 금리가 살짝 높은 디딤돌 대출을 신청했다. 디딤돌대출은 등기 이전이 완료된 상태에서 전세금 반환 목적으로 대출이 가능했다. 30년 2%대 고정금리인데다, 체증식 상환으로 설정해서 월 상환 부담도 최대한 낮출 수 있었다. 상담원과 이런 저런 통화를 하고 서류를 준비하고 앱을 통해 대출 신청을 하는 일련의 과정은 그가 맡아 진행했다. 나는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며 비슷한 상황일 때 한도가 얼마나 나오는지 혹시 반려되지는 않는지를 열심히 찾아 보았다.
다행히 대출 승인은 났는데, 역시나 원하는 금액만큼은 나오지 않았다. 추가로 신용대출을 받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엄마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랫동안 팔리지 않던 할머니의 집이 최근에 나가서 처분한 몫을 가지고 있는데, 원하면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살고 있는 집 전세 만기가 되어 전세금이 들어오면 즉시 갚기로 하고 감사히 받아, 8월에 세입자를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혹 궁금하실 분을 위해 조금 더 적어 보자면, 단독주택인 경우 디딤돌대출로 주담대 실행 시 대강 매매가의 60%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아파트의 경우 보통 매매가의 70% 정도 한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생활 인프라의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거래가 활발해서 환금성이 좋고 원하는 시점에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환금성이 좋으니 금융기관에서는 아파트의 재산 가치를 조금 더 높게 쳐 주어 대출도 더 많은 한도로 내어준다. 자금이 넉넉하지 않으면 한 푼이 아쉬우니 대출이 안정적으로 많이 나오는 아파트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 사회 구조가 모두 아파트에 목을 맬 수밖에 없게, 아파트 값이 오를 수 밖에 없게 악순환의 고리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은 정부 상품이어서인지 빌라나 주택을 매매할 때도 한도에 큰 차이가 없긴 했는데, 이왕 복지 개념으로 나온 대출 상품인 거 아파트 외의 주거 형태를 매매할 때 조금 더 많은 혜택을 주면 주거 안정이 가장 우선인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집을 팔아도 대출을 상환할 만큼이 되지 않아서 재정이 악화되려나.
아무튼 (은행과 나라와 양가 부모님,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의 힘을 모아) 집을 샀다. 가장 큰 지분은 은행이 가지고 있고 우리 몫은 신발장 내지는 화장실 한 개 정도이긴 해도, 전세금을 반환하고 전입 신고를 함으로써 이 집이 정말로 우리 집이 되었다. 이제 이 집에 살면서 죽지도 아프지도 말고 매일 성실하게 개미처럼 일해서 빚과 빚과 그리고 또 빚을 하루하루 갚아나가야 할 일이 남았다.
Step 4. 입주
우리는 ‘실거주 수요자’다. 집이란 사람이 사는 곳이니 집을 샀다면 거기서 사는 것이 당연할 텐데도 요즘의 세태는 그렇지 않아 이런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고 있다. 혹시나 살기 위한 집을 사는 게 아닐까 봐,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에는 대출 실행 후 3개월 내 전입신고를 해서 실거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건까지 붙어 있다. 실거주를 위한 주택 매매가 아니라면 4번째 단계는 세입자를 알아보는 것이었겠지만, 우리는 이 집에서 잘 살기 위한 준비를 했다.
다행히 살던 전세집도 금방 다른 세입자가 구해졌다. 약 한 달 정도, 이전 세입자가 나가 빈 집이 된 우리 집과, 살고 있는 전세집을 오가며 입주 준비를 할 시간이 생겼다. 내 집을 가꾸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지만 그것은 뒤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자.
어쨌든 몇 천에서 몇 억 단위의 돈들이 차질 없이 오갔고, 3가구 9명과 개 한 마리가 나가고 들어가는 시기까지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다. 지금도 우리 집 침대 위에 누워 잠들기 전에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누구에게 하는 기도냐고? 이런 분야는 하늘에 계신 신들의 소관은 아닐 것 같고, 부동산의 신에게 감사하는 거라고 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