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불 붙은 소비욕, 소유욕은 그렇게 순순히 잦아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새 집을 위한 쇼핑은 2달 만에 끝나고 말았다. 나의 쇼핑 의지를 꺾은 것은 8할이 제주도라는 특수한 환경이었다.
3천원 기본 배송비에 추가 배송비를 내고, 도선료까지 따로 내야 해서 결국은 제품보다 배송비가 비싸지는 상황이야 제주도에 살면서 익히 겪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가구류를 온라인 주문하는 것은 배송비를 뛰어 넘는,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우선 그냥 배송이 안 된다. 예쁘고 가격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아서 설레는 마음에 주문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제주도 및 도서산간 배송이 불가하단다. 몇 번 실망한 후에는 아예 상세페이지 하단으로 내려서 배송지역부터 보았다. (10중 8,9는 제주도 배송이 안 된다.)
아니면 기본 배송비 자체가 비싸다. 수도권 지역은 배송비가 무료인데, 제주도는 적게는 3~6천원에서 많게는 2만원까지(물로 그 이상도) 배송비가 붙는다. 몇 십 만 원짜리 비싼 가구면 배에 태워 내려와야 하니 이해라도 하겠는데, 부피도 별로 크지 않은 자잘한 생활용품에도 배송비가 추가로 왕창 붙으면 사면서도 속이 쓰리다.
배송을 해주는 감사한 업체에 주문을 넣어도, 당연하다는 듯 오래 걸린다. 맨날 밥상에다 노트북을 올려 놓고 쭈그려 앉아서 글을 쓰다 보니 허리도 목도 아파서, 튼튼한 책상을 하나 사고 싶었다. 빈 방에다가 책상과 노트북을 놓고 나름 홈오피스나 작업실 같은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저렴이 브랜드뿐만 아니라 홈 오피스로 유명한 가구브랜드들은 하나같이 다 배송이 불가했다. 결국 제주도까지 (무려) 무료배송(!)을 해주는 브랜드에 주문을 했다.
“배송 예정일은 9월 25일입니다.”
“9월 25일이요?”
“네. 기상 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주문이 접수되면 친절하게 해피콜을 걸어 배송 일정을 확인해 준다. 문제는 이 통화를 한 날짜가 8월 27일이라는 것이다. 주문이 접수된 시점에 지구 반대편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베어다가 하나하나 수제로 제작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책상 하나 배송하는데 한 달이나 걸리니 말이다. 심지어 한 달의 여유가 있음에도 배송 시점의 기상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단다.
물론 전 지역 무료 배송이라는 독특한 배송 정책에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더해져서 책정된 배송 기간이겠지만, 4~5시간 차로 달리면 끝에서 끝까지 갈 수도 있는 이 조그만 나라에서 한 달은 좀 심한 것 아닌가. 그나마 이 경우는 무료 배송이었고, 약속한 시간을 지켜서 배송해 주었고, 친절한 기사님들이 신속하게 조립까지 해 주었으니 좀 놀랐을 뿐 큰 불만은 없었다.
나의 소비욕을 완전히 꺾어 놓은 것은 2연타 배송 지연이었다. 기존에 있던 접이식 소파테이블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왔을 때 식사를 하기에 조금 작아서, 새로 주문을 했다. 부피가 크지 않은 제품이라 그런지 다행히 제주도 배송이 되었다. 9천원이나 선불 배송비를 치르고 한참 기다렸는데, 배송이 감감 무소식이었다. 판매자에게 문의를 남기니 추석 연휴와 태풍이 겹쳐 배가 뜨지 못했단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에 묵묵히 기다린 끝에, 9월 10일에 주문한 테이블을 약 3주 뒤인 10월 1일에 받아 볼 수 있었다.
65%에서 멈춘 작업실 꾸미기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활활 불타던 쇼핑 의욕은 차갑게 식어 버려서, 이제 대부분의 것들을 가능한 오프라인에서 사고 꼭 필요한 것이나 배송비를 합쳐도 가격이 많이 저렴한 것만 온라인 구매를 하고 있다. 강제 미니멀리즘의 실천이다. 이제 막 태어난 집꾸미기 세포에게는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어서, 우리 집의 완성도는 약 65% 정도에 머물러 있다.
큼지막한 가구를 시켜도 추가 배송비가 없거나 몇 천원 미만인 곳, 하루배송이니 새벽배송이니 별빛배송이니 하는 신속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면, 전원주택에서의 생활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이 나라는 서울 수도권으로부터의 거리에 비례해 배송기간이 길어지고 배송비가 비싸지니까.
특히 제주도는 온라인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무덤 같은 곳이다. 섬에서의 생활이라는 게 어느 정도의 불편과 동거하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당연히 배송비 없이 오는 제품도 있고, 1~2일 만에 빨리 배송되되는 경우도 꽤 있다. 아무리 그래도 배송비가 평균 6배 정도 비싸고,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도 평균 2~3일 이상 더 들일인가 싶다. 아무리 섬이라지만 이 정도의 차이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나만 의문을 품는 것은 아닌지 택배 도선료 인하를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듯 하다. 유의미한 성과가 있길, 그래서 나의 제주가 조금 더 살기 편한 곳이 되길, 조용한 응원을 보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