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살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제주에서 사는 것에 대해 말해 보았으니, 이번에는 주택에서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분명한 건 그 어느 집으로 이사를 했더라도 지금보다 행복할 수 없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거고, 저와 제 배우자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사실 단독주택에 살면 이런 게 어렵고 힘들다더라, 대신 이런 것들은 좋고 편하더라 하는 이야기들은 이미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양쪽의 의견을 신중히 판단해서 본인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선택하면 되는 문제거든요. 저와 제 배우자의 라이프 스타일은 공동주택보다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더 맞았고요.
하지만 온 나라가 부동산에 미쳐 있고 매일매일 질리지도 않고 부동산-주로 아파트 가격-과 관련된 이야기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모든 것에 초월하기란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어려운 일입니다. 주택에서의 삶을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랍니다.
특히 신혼, 맞벌이로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 올 때 가격이 오를 아파트를 사서, 오르는 시세에 맞게 팔고 팔면서 평수를 넓혀 가는 것이 쉽게 자산을 불리는 방법이라고들 하잖아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작은 평수에서 시작해 열심히 저축도 하고 대출도 받아가며 내 집 마련을 하고 부를 축적하는 게 가능했지만, 요즘은 미친 집 값에 시작조차 되지 않으니 젊은 층이 박탈감과 좌절감에 괴로워하고 있는 거고요.
저는 한국 사회의 메인 무대로 여겨지는 서울, 수도권에서의 삶을 포기했습니다. 그 대가로 서울 오피스텔 전세 가격도 안 되는 돈으로 마당이 딸린 집을 살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가질 수 없고 포기한 것을 더 이상 가질 수 없음에 괴로워하는 것 보다, 지금 당장 맥시멈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집을 일단 사고 나니, 흔히 들리는 “부모님이 지원해 주셔서 어디에 있는 아파트 신축에서 신혼을 시작했다”라거나, “어디에 아파트를 사 놨는데 그게 얼마가 올랐다”라는 류의 그 모든 이야기에 이전만큼 신경이 쓰이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는 이미 정 붙이고 살 곳이 있으니까요. 바다 건너 있는 남의 집이야 어찌되든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물론 지금에야 사랑스러운 우리 집이지만, 5년, 10년 후에 비슷한 가격인 서울 수도권의 부동산, 또는 제주도에 있는 아파트와 우리 집이 얼마나 차이가 벌어질지 생각하면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루 아침에 ‘벼락거지’가 되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겠죠. 물론 집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져서, 주택이라는 주거형태가 ‘떡상’할 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요.
어찌됐든 저는 원래 별로 후회가 없는 사람입니다. 후회를 하는 것 보다, 그 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라고 자기합리화를 잘 하는 편이어서요. 10년 뒤에 혹시 기회가 있으면 후회하는지 만족하는지 그때 가서 한 번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 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