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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Jun 08. 2024

26화_먼 나라이웃나라_북미 캐나다 남미 에콰도르_4

모두 읽고 많은 나라를 함께 알아가기를 바래요

1. 캐나다

Canada (캐나다)

* 북미대륙에 위치한 연방 국가
* 면적 : 1000만 제곱 킬로미터 (세계 2번째 대국, 러시아 1위)
* 수도: 오타와
* 어원 : 부족어 마을(kanata)이라는 뜻에서 기원  
* 경제 규모 : 세계 10번째
* 1인당 명목 GDP : 세계 18번째
* 대도시 : 토론토, 몬트리올, 캘거리, 오타와(수도) 순서
* 경계 : 남쪽, 서쪽으로 미국과 경계를 두고 있음
* 종교 : 무교 (약 35%), 가톨릭(약 30%), 개신교(기독교 약 22%)
* 인구 : 약 3900만 명(2023년 추산)
2024년 현 캐나다, 지인 제공 사진

2. 에콰도르

Republic of Ecuador( 에콰도르)

* 남미 중앙에 위치한 국가
* 적도를 관통하는 나라, 스페인어로 적도를 뜻하는 단어를 나라 이름으로 사용
* GDP 규모 : 중남미 33개국 중 7위 규모 (2020년 기준)
* 언어 : 스페인어  
* 인구 : 약 1810만 명(2023년)
* 대도시 : 과야킬, 키토(수도)
* 종교 : 가톨릭 (약 80%), 개신교(11%), 기타 등등
에콰도르는 스페인어로 적도라는 뜻
아빠 마리아 이모가 태어난 에콰도르까지 얼마 걸려요?
그곳까지 비행기로 평균 32시간 걸린데,
이동 거리는 자그마치 24040km라고 해~
그런데 이모는 지금 에콰도르가 아닌
이탈리아(Republica Italiana)에 살고 계셔~

그럼 그 이탈리아는 어디에 있어요?

이탈리아는 남부 유럽에 있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중 하나야
이모는 아름다운 도시 로마에 살고 계신단다
그럼 아빠, 지금 살고 있는 로마까지는 비행기로 얼마 걸려요?
평균 비행시간으로 13시간 걸린데,
직선거리로 8,966 km 떨어져 있다고 하네
여긴 에콰도르에 비해 많이 가깝다 그치~
지난번에 말해준 거 기억하려나
목적지를 향해 갈 때,
어떤 경로(방향)와 (속도)로 가느냐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속도는 늦어도 가능하지만,
방향이 잘못되면 영영 그곳으로 갈 수 없는 거야
느려도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거야
잊지 말고 아빠 이야기 기억하렴
아빠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기쁨아
아빠는 마리아 이모가 태어난
에콰도르를 먼저 소개해 주고 싶었어

왜요?

콜로세움 (타원형 경기장),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 마리아 사진
이모는 조국 에콰도르를 많이 사랑하는 애국자이셔
아빠에게 로마 이야기도 여러 번 들려주었지만,
에콰도르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

아빠가 이모와 9년 전에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처음 만나고,
지금까지 계속 꾸준히 대화해 오면서  
이모는 언제나 조국 에콰도르 상황을 걱정하셨어
여러 정치 문제로 혼란스러운 내 나라 사정을 오랫동안 안타까워하셨어
 너무 그리운 내 나라를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거지
 
사랑하니까. 너무 소중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야
내 가족, 친지, 친구들이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는 내 나라..
그래서 그러셨던 거야
이모가 몇 년 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항공 우편으로 기쁨이 너를 위해
초콜릿과 장난감, 재킷을 보내 주셨을 때 기억나니?

우리 모두 정말 큰 감동받았잖아
이모가 우리를 참 많이 생각해 주셨어
그때 아빠, 엄마에게는 에콰도르 티셔츠를 선물해 주셨잖아
이모는 로마 문양이 새겨진 이탈리아 옷 선물하는 대신에
에콰도르 문양 새겨진 예쁜 커플티를 보내 주셨어

아빠와 엄마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지
이모는 그때 아빠, 엄마, 기쁨이 모두에게
에콰도르를 소개해주고 싶으셨던 거야
그리운 내 나라 에콰도르를 먼저 알기 바라셨던 거야
그래서 아빠는 오늘 네게 로마 대신 에콰도르를 먼저 설명해 준거야
이제 그림이 그려지지?
아 그랬구나
아빠~ 그러면 캐나다는 어디에 있어요?

캐나다는 미국 위에 있지~
칼 삼촌 살고 있는 미국에서 위로 한참 올라가면
캐나다라는 엄청나게 큰 나라가 있어
그럼 거기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려요?
 
토론토 기준으로 설명해 줄게
아빠가 토론토에 며칠 다녀왔으니까 말이야
원래는 인천공항에서 13시간 조금 넘게 걸렸는데
지금은 러시아 전쟁 상황 때문에 다른 항로를 채택해야 해서 총 14시간 걸린데
 
슬픈 일이다. 어서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더 이상 다치거나 사라지는 일이 없어지면 좋겠어






2016년 어느 더운 날이었다. 기쁨이가 태어나고 오래 지나지 않은 무렵이었고, 볼 일을 마치고 바쁘게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4호선 환승 승강장에 서, 집에 가는 지하철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시계를 보다 얼굴을 들어 보니 한 5-6m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에 남미 외국인 두 명이 지하철노선도를 바라보며,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지하철 승강장마다 서 있는 커다란 지하철 노선도 안내판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온 방법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최종 목적지까지 이제 어떻게 가면 좋을지 이야기하는 듯싶었다  


마리아와 그녀 친구는 영어가 아닌 무언가 다른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고, 추측건대 남미 어느 지역에서 관광차 한국을 방문했을 거라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그날도 평소에 하던 습관처럼 기도를 드렸다.


주님 저분들에게 도움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그저 제 갈 길을 가면 될까요? 주님이 주시는 마음 따라 움직이겠습니다.

두 분에게 말을 걸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라면 거기까지 도움드리고 내 길 가면 되겠다 생각했다. 혹여나 불 필요한 오해 없도록 두 분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미 내 마음속 평온한 그 음성이 분명하게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했다. 나는 알았다. 그 만남의 목표는 두 분이 안전하게 집에 가는 것인 만큼, 그 역할만 하고 내 갈 길을 가면 된다 생각했다 공손히 두 분에게 인사드리고, 찾고 있던 목적지 호텔을 향해 지하철로 가는 방법을 설명드렸다. 그 순간 지하철이 들어왔고, 그분들과 함께 차량으로 들어가, 자연스레 자리를 찾아 앉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 자기소개를 간단히 마치고, 한국에 어떤 이유로 오시게 되었는지 여쭤보았다. 당시에도 K-POP 열기가 뜨거웠는데 이탈리아에서 우리나라를 동경하고 오게 된 것도 그 영향이 컸다 했다. 한국을 방문해서 여러 곳을 여행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도 참여하고 싶었고, 가수는 이승기를 좋아한다 했다. 그분 입에서 연신 이어져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가며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계속 맞추었다. 나라도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나라를 충분히 방문할 것 같았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되고 재미가 있었다. 사실 애초에 그분들 가는 방향은 우리 집과 정반대였지만, 그분들이 안전하게 내려야 하는 지하철 역에서 짐을 가지고 내리도록 돕고 싶었고 마음이 가는 대로 실행에 옮겼을 뿐이었다 그 상황은 잊고 이젠 그분들과 대화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대화는 흥미진진했다.


교환학생 시절부터 소셜네트워크(SNS)에 친숙해 있었던 터라, 서로에게 호감이 생긴 우리 그룹은 서로 계정을 알려주고,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집을 향해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곧장 메시지를 보내 놓고, 그날도 그 여느 때처럼 주님께 감사하다 고백드렸다. 소중한 만남을 허락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께 감사 밖에 드릴 말씀이 없었다. 한국에 있는 짧은 시간 동안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면 좋겠어요 예수님. 어디를 가든 지켜 주시고 본국으로 무사히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아멘


며칠 지났을까? 사용하던 소셜네트워크 메시지 박스에 신규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마리아였다. 그날 만남에 대한 본인이 느낀 점과 직접 방향을 알려주고, 가는 길 내내 즐거운 대화 시간을 선물해 주어 고마웠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우리 만남은 시작되었다. 아주 오래전에도 의남매를 맺을 정도로 어떤 한 사람을 향해 진심을 다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 번 만남은 단순히 가시는 길을 안내해 드리는 것으로 내 몫을 다하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더 깊은 사귐(friendship)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문으로 쓰인 마리아 마음이 담긴 편지에는 매우 사려 깊고 따뜻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앞으로 있을 일들이 크게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오 주님 또 한 번 감사합니다


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

(예레미야 33:2)


그래 하나님이 무언가를 원하시나 보다.


다음 만남을 기대하며 기쁨 이가 재활하는 상황이나 내가 처한 환경에 대해 솔직하게 오픈하기 시작했다. 이미 경험을 통해 안전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 이탈리아에 사는 한 누이에게 내 마음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누이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던 내 눈에 스마트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지난 9년 동안 정말 많은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다. 물론 영상 통화도 몇 차례 나누곤 했지만 주로 길고 긴 카카오톡 메시지로 서로 근황을 주고받았다.


코로나 시기에 이탈리아에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했다. 모두에게 슬픈 일이었다. 그 해 크리스마스를 한 달 여 남겨 두었던 때로 기억한다. 마리아는 기쁨이 얼굴을 사진을 통해 보고, 몇 번 영상 통화를 통해 핸드폰 뒤에 쏙 하고 숨어 한결같이 쑥스러워하는 귀여운 남자아이를 사랑스럽게 여겨주었다. 마리아는 그 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재킷과 초콜릿, 장난감, 우리 부부 커플티까지 딱 봐도 무게감 있는 커다란 박스를 항공편으로 보내주었다. 박스에 스크래치가 날까 봐 단단하게 박스 테이프로 감아 절대 찢어질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기 전에 여유 있게 도착했으니 아무래도 항공 지연까지 계산하여 미리 보낸 것 같았다. 마리아의 배려, 기쁨 이를 향한 사랑, 우리 부부를 측은하게 여기는 그 고마운 마음을 눈을 감고 묵상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저희 부부와 기쁨 이를 지구 반대편에서 기억하고 사랑해 주네요. 마리아를 보내주신 주님 감사 드립니다. 저희도 마리아처럼 주위 어려운 이들을 섬기며 살아가겠습니다.


마리아는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집에 오면 많이 피곤하다고 했고, 한 주 일정도 굉장히 빡빡했다. 내 마음이 크게 쓰일 만큼, 글에 그녀의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이후로 9년 동안 계속 내게 소식을 전해주었고, 물론 나 역시 그녀를 생각하며 많은 영문 편지를 썼다. 그녀는 특별히 회사 생활, 컴퓨터 업무 관련된 조언, 일을 할 때 어떤 태도와 자세로 일을 파고들면 좋을지 등 실제적인 조언을 많이 해 주었다. 에콰도르 정치 상황과 이탈리아 경제 상황을 동시에 알려 주면서, 본인이 앞으로 해야 할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도 세세하게 들려주었다.


어느 날, 내가 치러야 할 자격증 시험이 있다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시험 당일 그녀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받았다. 나를 위해 새벽에 성당에 가서 기도를 드렸다 한다. 시험 보는데 지혜를 주시기를 간구했다 말했다. 새벽 기도를 하려면 일단 일찍 잠들어야 한다. 상대방을 위해 쌀쌀한 새벽 날씨를 뚫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미 식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의자 위에 앉아야만 한다. 방석이 있어도 차갑고 없어도 차가운 그런 시간대가 새벽이다. 오고 가는 길이 안전하다고도 볼 수 없다. 깜깜한 새벽이니까, 어디 나 새벽 시간엔 인적이 드무니까. 새벽기도를 평생 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늘 생각하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나를 한 번 만난 마리아가 내 시험 합격을 위해 새벽에 성당을 나가서 기도를 드려 주었다니.. 이 감사함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자문에 자문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녀 덕분에 그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다시 한국에 꼭 오면 좋겠다 말했다. 물론 이미 보고 싶은 곳은 다 보았겠지만, 한 번 더 와서 우리 가정과 함께 추억을 만들면 어떻겠냐 물었다. 마리아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언젠가 그렇게 하겠노라 말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올해 2024년 그녀가 연초에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올해 여름에 한국을 가겠다고, 가서 너도 만나고, 무엇보다 기쁨 이를 직접 만나고, 기쁨이 엄마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다고..


순식간에 밀려오는 감동으로 내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 칼을 미국에 보내고 나서 그런지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는데, 근 10년 만에 마리아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겠구나 싶어,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아내와 기쁨 이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이제 두 달이 지나 8월이면 그녀가 온다. 일정이 조금 당겨질 수도, 뒤로 조금 더 밀릴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2주 계획을 잡고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단 한 번 만남이었지만, 그날 우리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졌다. 그녀에게 수시로 연락을 했고, 그녀도 상황이 되는 대로 자주 연락을 주었다.


특히 회사일이 힘들 때마다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일을 하는 태도와 위기를 벗어날 때 어떤 마음가짐을 먹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상세히 해주었고, 기쁨이 재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녀는 실제적인 조언, 이를테면 아이 정서를 어떻게 고양해 줄 수 있는지, 아이가 경험하면 좋을 내용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었다. 아이를 돌보는 일도 하던 그녀여서 아이들의 심리나 행동 유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IT 회사를 다니며 코딩을 처음으로 접하고, 이론적으론 배워 나갈 수 있었지만 실습할 때는 유독 어려움을 느꼈던 내게, 그녀는 대학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접근법을 알려주곤 했다.


그녀는 내게 멘토였다. 물리적으로 9천 km 떨어져 있었지만 언제나 원할 때마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놓을 수 있었다. 그러면 며칠 내로 그녀에게 회신이 오기를 지난 9년 반복했다. 그녀는 남미 사람으로 이탈리아 이민자 신분을 갖고 있다. 당연히 그곳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과는 많은 경우에 다른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의 어려움을 들으며, 칼이 한국에 있을 때 칼을 더 진심으로 대하고 싶게 되었다. 두 외국인들이 각각 내게 하는 말을 통해, 나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시민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계속 배워 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천국 시민으로서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성경을 통해 매일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의 만남과 사귐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저 성경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 일이었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신 가운데 신이시며 주 가운데 주시요 크고 능하시며 두려우신 하나님이시라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시며 뇌물을 받지 아니하시고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외국인)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이집트)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라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그를 섬기며 그에게 의지하고 그의 이름으로 맹세하라 (신명기 10:17~20)


지난 9년을 돌아보면 어떻게 마리아와 그 많은 카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을까 싶다. 마리아가 내게 보여준 꾸준함, 배려심, 열정, 남동생처럼 여겨주는 사랑이 듬뿍 담긴 마음은 언제나 진실했고, 자세하게 표현되었으며, 멀리서 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많은 감동을 받아왔다. 그녀가 한국에 오면 이 번엔 내가 그녀를 잘 섬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우리 가족 모두와 함께 바다도 가고, 산도 가고, 그녀가 가고 싶었던 그곳을 함께 동행하게 될 것 같다.


기쁨이 관심사는 늘 거리에 있다. 얼마나 떨어져 있으며, 가는 데까지 몇 시간이 걸리냐고, 그 아이 마음속에는 이미 아빠가 늘 말하는 여러 나라를 직접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듯싶다. 지금 고통받는 이 아이를 위해서 어쩌면 하나님이 내 모든 삶을 미리 준비시키시고 이토록 세세하게 돌봐 주신 게 아닐까? 기쁨이를 넘어서 낙심하고 좌절하고 있는 수많은 나의 형제, 자매들이 작은 내 삶을 통해 분명하게 말씀하셨던 그 예수님 당신의 사랑 듣기 원하시는 건 아닐까? 이 모든 시간 마음이 숙연해지고, 그를 향한 마음의 갈망이 더 커져 간다


지금은 기쁨이 다리에 통증이 있어, 걷는 중에 얼마 가지 못하고 잠시 멈춰 서야 하고, 한동안 몸을 추스르고 다시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과 통증이 따라다니지만, 수술적 치료든, 다른 방법을 통해서든 아이 상황이 나아지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환경에 놓이면, 기쁨 이를 데리고 전 세계를 다닐 작정이다.


그래서 어느 날 대학 강단에서 쓸 만한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구비해 놓았다. 지구본도 마련하고, 화이트보드를 놓고 전 세계 지도를 그리며 나라별 거리를 이야기하거나 어느 나라를 가고 싶은지 그의 의도와 마음을 미리 파악해 두고 있다. 엄마가 미국 가고 싶다 하면, 아들도 갑자기 자기도 미국에 가고 싶다 말한다. 케니 누나를 만나러 가야겠다 당당히 말한다. 아빠가 유럽 가보고 싶다고 하니,


그러면 이탈리아에 나랑 같이 가면 되겠네. 아빠 내일 갈까요?

얼토당토 하지 않는 조급함, 장난기 가득한 이야기를 아무런 부담감 없이 건네는 기쁨이가 귀엽다


마리아가 오게 되면 어디를 가야 할지, 무슨 대화를 나누면 좋을지, 의미가 있는 이벤트를 해주고 싶은데 어떤 계획을 짜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리아 홀로 이탈리아에 살면서 가족 간에 누릴 수 있는 정을 못 누리고 홀로 모든 상황 속에서 억척스럽게 살아야만 했을 텐데, 한국에 오면 우리를 통해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고 충분히 누리다가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도록 해 드리고 싶다.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강한 어조로 명하시는 하나님 말씀 대로, 잠시 잠깐 왔다가는 여행 속에서, 그녀가 혼자 있을 때에 행복한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다. 


우리도 언제나 해외를 나가면 예상치 못한 불상사를 겪게 마련이다. 그때 누군가 내 옆을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마음 든든하겠는가? 우리 자신이 아무 힘없을 때, 누군가를 처음 만나거나, 어느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 우리 모두는 누구나 나그네 입장이 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사람들이 나를 홀대하면 그 어느 누구나 외롭고 괴롭고 지칠 수밖에 없다. 모두 사람이라 그렇다.



그 사실이 분명하다면, 우리 역시 그런 현실에 놓인 사람들에게 진정성과 깊이 있는 배려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야 한다. 우리 마음이 당신을 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서로를 홀대하는 삶에 끝은 고통이다. 그러나 처음 만난 만남이라도 그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사귐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평생지기 친구가 되거나, 심지어 미래 어느 날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기쁨 이가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고, 아이와 마리아 이모가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생각이다. 쑥스러움이 너무 많은 열 살 남자아이지만, 의외로 적극성이 있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기쁨 이가 마리아 이모를 가족처럼 대할 수 있도록 남은 시간 그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




미국에 갔을 때 캐나다 토론토에 며칠 머물 기회가 있었다. 초대를 받아서 가게 되었고 그곳에 가서 만날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갈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미국과 캐나다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토론토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였고, 모든 시설이 정갈하게 잘 갖춰져 있는 모습이었다. 거리는 깨끗했고, 가보지 못했지만 유럽에 가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2024 토론토 지인 제공


토론토 시내 창밖을 바라보며, 지인 제공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날씨가 쌀쌀해지는 무렵이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나를 환대해 주었던 친구, 코트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나도 그 친구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추위도 잊은 채 걷고 또 걸었다. 온타리오 호숫가를 함께 거닐기도 했고, CN 타워를 올라가서 캐나다 토론토 전경을 내려다볼 기회도 그의 배려로 가질 수 있었다. 그곳 CN 타워 전망대 위에서 그 친구와 마음을 합해 캐나다 땅을 위해 간절하게, 남들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한참 기도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토론토 시내를 버스 타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참 많은 대화를 나눴다. 너무나 행복한 며칠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호숫가 위를 가로지르는 이름 모를 커다란 새와 석양이 떨어지는 초 저녁 어느 때, 내가 천국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 친구와 나는 인생에 대해, 신앙에 대해, 만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깊고 깊은 대화를 끝없이 이어나갔다. 시간이 어느새 흘러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내 생애 가장 청명한 날들 중에 하나로 기억 창고에 고스란히 저장되었다.


석양이 지는 저 장관을 바라보세요

몇 년 후 캐나다에서 아래 편지가 도착했다.


여기서.. 너와 함께 찬양하고 기도했던 그날들이 생각나는구나..
너는 내 기억 속에 늘 하나님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사랑도 많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너 그거 생각나? 우리 버스 타고 어디 가고 있었는데.. 한국 아주머니가 무거운 거 들어서 같이 도와드리고 집 앞까지 따라가서 함께 기도한 거 말이야... 그 아주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뒤에 하나님을 만났을까... 성당 다니다가 잠깐 쉬고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그지.. 그분의 눈물이 맺혔던 거 기억나?.. 넌 그렇게 복음을 전했어.. 하나님의 사람 현재
현재야.. 너의 앞길을 축복해.. 고마워 현재아... 정말 고마워..
2024 캐나다, 지인 제공

캐나다를 생각하면 이름 모를 그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이제는 그분의 얼굴도 잊혀졌고, 세월이 오래 흘러 할머니가 되셨을 것 같다. 그분과 어디까지 갔는지도 정확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무거운 짐 들고 가시는 그 이모님을 향한 안쓰러운 마음이 두 사람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게 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우리는 우리의 목적지가 있었지만, 그 아주머니가 들고 계신 그 짐의 무게를 달아보고는 그 순간 목적지를 바꿨던 것이었다. 그가 훌륭한 사람이었기에 아무런 부담 없이 의견을 나누고 목적지를 바꿀 수 있었고 이름 모르는 아주머니 짐을 들고, 한 참을 따라다니던 기억이 난다.


그분과 헤어지기 바로 전, 그분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외교관이 어렸을 적부터 꿈이었던 내게 실제 외교관이 되는 길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허들로만 느껴져 포기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외교관 되고 싶었던 마음 저변에는 세계 시민이 되어 온 나라, 모든 족속에 사람들을 알아가고, 그들 한 명 한 명과 진정성 있는 사귐을 갖고 싶은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2학년 슬픔 가득하던 그 시절,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 기도하다 녹색 물을 토하며 엉엉 울던 그때는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 주는 것 같아 슬픔 위에 슬픔을 얹으며 살았었다.


하지만, 성경에서 가르쳐 주는 그대로 그 발걸음을 좇아 살다 보니 수많은 기적과 같은 만남을 선물로 받았다. 그리고 그 만남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내 삶 속에 계속 찾아오고 있다. 캐나다에 갔을 때 그 자연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계속 머물러 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예뻤지만, 지금에 와서 캐나다 방문의 의미를 돌아보며 나는 다른 방면으로 그 의미를 해석하고 싶다.



이름 모를 아주머니 그분의 짐을 한동안 대신 져 드림으로써 그분은 나와 내 정다운 친구에게 마음을 여셨다. 그 분과 헤어지기 바로 직전, 기도해 드리고 싶은데 그래도 되냐고 당돌하게 질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분은 기도해 주면 좋겠다 하셨고 우리 셋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살아계신 예수님, 이 어머님의 마음과 삶을 항상 지켜 주시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시도록 해 주세요


누구를 만나던 늘 하던 그 기도를 그분을 위해 해 드렸다. 그렇게 캐나다 여정은 갈무리 지게 되었다. 이제는 가끔 꺼내 볼 수 있는 추억 창고 속으로 저장해 두었다.


  



사랑하는 기쁨아 마리아 이모와 캐나다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네 마음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나중에 이 글을 모두 읽고 나면 하나하나 읽어 가면서 느꼈던 네 감정과 생각을 아빠에게 들려줄래, 직접 네 음성으로 듣고 싶어. 너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너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 알고 싶어 기쁨아



아빠 삶 속에 수많은 추억들이 저장되어 있었어. 오랜 시간 아빠만 알고 지내온 소중한 사귐들이 있었어. 네가 장애인 뜻이 무엇이냐, 나는 장애인이어서 이것도 저것도 못한다 할 때마다, 네 아픈 그 마음을 바로 치료해 줄 수 없어서 마음이 자주 아팠어. 그런데 가만히 뒤를 돌아보니, 아빠도 많은 시간 참 아픈 세월을 지나왔어.



그 모든 시간 가운데 치료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고, 아빠는 성경 말씀에 등장한 성령님을 의지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 온종일 중얼거리며 기도하며 다녔고, 성령님을 늘 마음에 초청했어.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식으로 제 마음에 오셔서 제게 가르쳐 주세요 성령님.


무엇을 하기 원하시든,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말씀해 주세요 하고 계속 여쭤보았어.



그래서 이렇게 많은 소중한 만남을 갖게 된 것 같아. 아빠는 우리 기쁨 이가 지금 네 앞에 놓인 거대한 산과 같은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헤쳐 나가는 게 너무 벅차보여. 그래서 아빠가 네 곁에 이렇게 있는 거 아니겠니? 너를 더 사랑해 줄꺼야


우리 세 사람은 결국 이 모든 산과 험곡을 지나게 될 거야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종국에 만나게 되겠지 그때 영원히 주를 찬양하게 될 거야. 그때까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변함없으신 주를 찬양하며 이 길 함께 걸어가자. 기쁨아 많이 많이 사랑해~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주께서 항상 지키시기로 약속한 말씀 변치 않네 하늘의 영광 하늘의 영광 나의 맘속에 차고도 넘쳐 할렐루야를 힘차게 불러 영원히 주를 찬양하리 캄캄한 밤에 다닐지라도 주께서 나의 길 되시고 나에게 밝은 빛이 되시니 길 잃어버릴 염려 없네


하늘의 영광 하늘의 영광 나의 맘속에 차고도 넘쳐 할렐루야를 힘차게 불러 영원히 주를 찬양하리 광명한 그 빛 마음에 받아 명랑한 천국 바라보고 할렐루야를 힘차게 불러 날마다 빛에 걸어가리 하늘의 영광 하늘의 영광 나의 맘속에 차고도 넘쳐 할렐루야를 힘차게 불러 영원히 주를 찬양하리 (찬송가 44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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