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픈 날들을 가장 소중한 날들로 만들어가기 위하여
오늘도 사랑에 목마르다. 어제보다 더 진한 사랑을 원한다. 순수한 사랑에 여전히 배가 고프다. 진실한 사랑을 하면 할수록 그 사랑이 새로운 차원의 사랑으로 나를 이끈다. 어느덧 비워진 나를 넓은 사랑이 가득 채운다. 마침내 매 순간 더 사랑으로 살고 싶단 생각까지 잠기게 만든다.
아들이 부쩍 자랐다. 이제 곧 열두 살이 된다. 다음 주 기쁜 생일을 맞이하는 아들은 한 달 전부터 자기에게 어떤 선물을 줄 것이냐는 생일 선물에 관한 질문을 연거푸 던져왔다. 아이가 갖고 싶은 선물이 예전보다 부쩍 많아졌음을 잘 알기에, 네가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보다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냐 물었다. 그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순하고 정확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2주 앞서 그가 원하는 생일 선물을 해줬다. 그러나 다음 주 목요일, 나는 그 아이에게 그가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선물과, 예쁘게 쓰인 편지 한 통을 두 손에 쥐어쥐고 꼭 안아줄 것이다.
올해 들어 아이의 마음이 많이 성숙해졌음을 알리는 긍정적 신호가 여러 차례 비쳤다.
"아빠, 아픈 나를 이렇게 잘 돌봐줘서 너무 고마워요."
"엄마, 기쁨 이를 매일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엄마 많이 피곤하지? 피곤해서 어떡해"
아이는 이토록 특별한 말을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어투'로 건네주었다.
시시때때로 큰 절을 하고, 뒤로 와서 가만히 백허그를 해준다. 엄마, 아빠 가릴 것 없이 그의 마음이 시키면 와서 자신의 사랑을 표현했다.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좋아요."
"오늘 세 가지 감사 제목은, 엄마, 아빠가 죽지 않고 살아서 내 옆에 있다는 거랑, 오늘 맛있는 외식 한 거랑, 지금 이렇게 감사제목 나누는 시간이 매일 있어서 좋아요."
여전히 어린아이인데 심성의 깊이가 보이지 않을 만큼 깊어졌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자기를 돌보느라 11년 고생한 엄마의 새하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아이는 가끔 조용히 읊조린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엄마가 또 있을까? "
허공을 따스함으로 채우는 아이의 목소리에 엄마, 아빠는 가만히 있어도 위로를 받는다.
아빠와 자는 깜깜한 밤이 오면 아이는 아빠의 배 위에 슬그머니 다리를 올린다. 자기를 두고, 밖에 나가 책을 다시 읽을까 봐, 나가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다. 지난 십일 년 재활의 삶이 그토록 힘들었던 것일까? 아이 눈 아래는 요새 부쩍 짙은 다크서클이 자주 나타난다. 얼마 전에는 지나친 피곤이 화근이 되어 커다란 홍역을 치렀다. 예방접종을 했지만 아이의 면역을 무너뜨리는 불청객이 한동안 아이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그 일로 인해 학교를 또다시 1주일 쉬게 되었다. 재활 치료도 가지 못했다. 모든 안 좋은 일은 함께 찾아온다는 불멸의 진리가 다시 겹치는 듯했다.
아이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를 다시 2~3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괴로움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혹한의 계절도 무너뜨릴 수 없는 사랑의 꽃을 화들짝 피웠다. 겨울이 되면 피어오르는 동백처럼. 아이는 어느새 동백(冬柏花)으로 화했다.
아이는 학교를 마치면 주 3번 재활 병원으로 향한다. 예닐곱 개의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지없이 그는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다. 엄마는 아들의 피곤을 깨우기 싫어 좁고 좁은 차 안에서 매번 아이를 한 시간가량 가만히 기다린다. 자신도 피곤에 지쳐 눈을 같이 감는다. 아이가 깨었다는 인기척이 들려야 집으로 아이를 챙겨 들어온다.
엄마의 늘어가는 흰머리와 피곤의 깊이를 아는 아빠는 그 모습을 십 년 넘게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빠는 지난 2년 완전한 가정 주부의 위용을 갖췄다. 음식을 준비하고, 전체 방을 쓸고 닦고, 수시로 집안의 가구 배치를 바꾸는 습관을 들였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모든 먼지를 소탕하는 작전을 주마다 수시로 펼친다.
"아빠,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청소한 거예요?"
"아빠가 나랑 엄마를 사랑해서 설거지도, 정리도 다 끝내 놓은 거죠?"
"아빠 잘했어. 고마워~ 아빠 덕분에 엄마 나랑 같이 바로 잘 수 있다. 아이 좋아"
"사랑해~ (쪽~)"
아이는 아빠에게 건네는 스킨십을 사랑한다.
5학년인데 여전히 아빠 배 위에 올라와 볼과 볼을 비빈다. 실은 나도 그게 너무 좋다.
요즘 나는 내 안에 깊이 차오르는 보다 깊어진 차원의 새로운 사랑에 가끔씩 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감동을 느낀다. 아무리 힘들고 힘든 상황이어도 우리 셋은 인류애로 똘똘 뭉친 삼총사가 되어 저녁 식탁을 뜨거운 토론의 장으로 만든다. 아빠가 살았던 아프리카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좋겠다는 말도 건넨다.
아빠는 아이에게 너의 지금의 고통, 괴로움, 슬픔, 외로움이 오히려 네가 세상의 아픈 이들을 살리는 인물이 되도록 힘을 보태줄 거라 말한다. 처음에 그 말의 의미를 모르던 아이는 이제 제법 제대로 반응한다. 아이는 이제 투명한 거울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의 웃는 얼굴이 사랑스럽다 말한다. 아이는 외로운 이 흑암의 계절 가운데서도 빛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감싼다.
나는 감사의 고백을 그칠 수 없다. 긴장의 끈을 놓을세라 아이의 몸에서 또 다른 몸의 이상 징후를 발견해서 또다시 급하게 진료 예약을 해놓은 상태다. 이 일이 또다시 어떤 방향으로 확대될지 몰라 마음이 조마조마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굳건히 믿는다. 지금까지 지나온 이 모든 계절의 조각이 모여, 어느 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으로 아름답게 완성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비록 두려움 가운데 있지만 나는 아빠로서 꿋꿋이 전진해 나아간다.
여전히 사랑에 목마르다. 더 많은 사랑을 하고 싶다. 이웃을 품고 이 나라를 내 가슴에 품고 싶다. BTS 만큼은 어렵겠지만 내가 사는 이 나라, 내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삶으로 한걸음 한걸음 멋지게 전진하는 미래를 그리고 싶다. 그걸 알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국가 기술 및 경영의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지금 나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주연으로 해서 K-드라마 한 편을 쓰고 있다. 기대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크게 기대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1i4iQls8GQ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