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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현 Aug 04. 2024

14. 엄마가 아야!

십자인대 파열의 고통이 콩트가 되었다. 

"줄다리기하러 가자. 윽! 아야!!"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축구선수세요?"

- 아들의 콩트 중 - 



사무실 체육대회 날이었다.

당시 10년 차쯤 된 나는 굳이 선수로 뛸 필요가 없었다.

후배들이 각종 경기를 뛰고 있어, 구석에 앉아 막걸리 한잔 걸치며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마지막 경기인 전략적 줄달리기를 한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아현! 니도 이제 선배라고 개기냐? 마지막 경기는 좀 뛰지!"

이런 날 한 번도 개긴 적 던 내가 처음으로 슬그머니 빠져 있으니 선배들 눈에 확 띄었다.

"뛰어야죠. 뛰어야죠. 저 나갑니다."


마지막 전략적 줄달리기를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열심히 뛸 준비 자세를 했다.

'이겨야지!'

눈을 부릅뜨고 내가 당길 줄을 째려보았다.  

(전략적 줄다리기는 여러 개 줄을 중 많은 줄을 당겨오는 게 이기는 경기이다.)


드디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렸다.

째려본 줄을 당기기 위해 힘껏 다리를 내딛는데... 무릎에서 '툭'하는 소리가 났다.


뭔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더니 그 뒤부터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릎에 심한 통증이 왔지만 뛰려고 하다가 멈추긴 애매했다. 

결국 아픈 다리를 아프지 않은 척 끌듯이 뛰어가 줄을 당겼다.

그리나 아픈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니 넘어져버렸고, 넘어진 채로 줄을 잡고 버티다 상대편에게 질질 끌려가던 중 누군가에게 무릎을 밟혔다.

"악!"

더는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낄 때쯤 경기 마무리를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렸다.

간신히 일어났지만 걸을 수가 없었다.  


"아현아! 왜?"

선배 한 명이 뛰어나와 나를 부축했다.

"다리가 안 움직여져요."

간신히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시간이 지나자 무릎 주위가 퉁퉁 붓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고의사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입니다. 이건 축구나 운동하는 분들이 주고 파열되는 부위인데 혹시 축구...하는 분이세요?"

"아니요..."

"그렇죠? 그 어쩌다...?"

"줄다리기... 를 해서..."

"줄다리기요? 줄다리기를 했는데 무릎 십자인대가 왜...?"

"..."

평상시 운동 안 하고, 막걸리 한잔 마시고 뛰어나갔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결국 난 십자인대 수술을 하고, 1년간 절뚝거리며 다녔다.


사람들은 말했다.

"근데 미안하지만, 니가 뭐 했다고 십자인대가 끊어졌냐?"

"뛸 준비???"




아들은 아픈 엄마보다 아프게 된 엄마 이야기가 웃기다며 다리 다친 이야기를 콩트로 만들어 학교 장기자랑 시간에 공연을 했다.

제목은 '엄마가 아야!'

내 사연을 아는 학부모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좀 많이 아팠지만 이렇게 웃을 수 있었다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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