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점점 늙어가는 엄마를 보면서 언젠가는 그날이 올 수도 있겠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만 해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애써 외면했었다. 몇 년 전 꿈에서 엄마가 죽었다. 상상만으로 두려웠던 상황을 꿈에서 마주친 그날, 밤새 소리 내어 울었다. 울면서 잠에서 깨자, 당장 엄마에게 달려가 이젠 조그마해진 엄마를 안아보고 싶었다.
주변에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사람을 무수히 많이 봤다. 슬퍼하지만 곧 적응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도 나이가 더 들면 그럴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이제 나도 중년이 훌쩍 넘은 나이가 되었고, 아이도 세 명이라 일상이 정신없이 바쁘다. 이쯤이면 엄마 없이도 살 수 있을 나이와 상황이라고 객관적으로는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엄마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여전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무엇이 이토록 두려운 건지 묻고 또 물었다.
엄마.
엄마는 내게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의미이기에 온몸 세포 하나하나가 엄마라는 말만으로도 이토록 반응하는 걸까? 엄마의 자궁 속에서 보낸 10개월,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기에 생기는 무의식적 반응일까? 자라면서 받은 엄마의 사랑이 내 몸 곳곳에 박혀 있어 생기는 당연한 현상일까? 아직도 엄마의 무한한 관심이 필요한, 자라지 못한 나의 여린 마음 때문일까? 평생 받은 사랑을 아직 갚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내게 엄마는 나의 일부 같았다.
태어나서 학교 가기 전 그 짧은 기간만 오롯이 엄마와 보냈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한다고, 대학 간 이후는 내 삶을 찾는다고, 결혼하면서는 가정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실제 엄마와 보낸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런데 왜 늘 사무치게 그립고 애틋한지 알 수가 없다. 엄마가 없다면 사무치는 이 그리움을 어떻게 견딜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넋 놓고 울기만 하다 문득 생각했다. 더 늦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이젠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여행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일과 가정을 내팽개치고 엄마 옆에 계속 붙어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다 떠올랐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토해내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엄마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자.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몇 번이나 들어 지루했던 엄마의 이야기가 자세히 듣고 싶고, 궁금해졌다. 이제 엄마를 만나면 내 이야기가 아닌 엄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고 그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은 없다. 누구나 자신의 삶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로 드라마고, 소설이다. 그리고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